[이정훈의 블록체인 탐방]스마트계약과 결합…똑똑하고 덩치 커진 사회복지사업

2편, 팬임팩트코리아 <上>
SIB 유동화 단점 보완 위해 세계 첫 스마트 계약 결합
유동화로 투자리스크 줄이고 공공재원 확충에 보탬
서울 경계성지능 아동사업 첫 투자…정부·지자체로 확산
  • 등록 2018-03-12 오전 6:00:00

    수정 2018-03-12 오전 6:00:00

SIB 운영구조 (자료출처=팬임팩트코리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블록체인 기술이 사회문제를 보다 슬기롭게 해결하는데 힘을 보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세대로 불리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핵심 기능인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활용함으로써 사회 투자에 쓰이는 재원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집행하는 사회복지사업이나 기업들이 기부사업에 투입하는 자금을 흔히 `눈 먼 돈`이라고들 한다.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이 책정되거나 돈이 들어오고 나면 무조건 써야 하는데다 사업 성과조차 깐깐하게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록체인과 만나면서 사회복지사업은 한층 더 똑똑해졌다. 이를 통해 사업을 수행하는데 들어가는 재원을 스스로 키워나갈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세계 최초 SIB에 스마트 계약 결합…유동화로 공공재원 확충

팬임팩트코리아(Pan-Impact Korea·이하 팬임팩트)라는 소셜벤처가 서울시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사업이 그 주인공이다. SIB는 종전 공공복지 정책과는 달리 민간 투자로 공공사업을 수행한 뒤 성과목표를 달성해했을 때 정부나 지자체 등이 사후에 예산을 집행해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해주는 계약방식이다. 지난 2010년 영국에서 최초로 도입된 프로젝트로 지난해말 현재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100건 이상의 사업이 진행될 정도로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되고 있지만, 아시아권에서는 팬임팩트코리아와 서울시의 협업이 역대 1호 프로젝트다.

이처럼 SIB 개념 자체가 생소한데다 투자금을 모아 공공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사전에 미리 합의한 사업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투자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하는 리스크가 있다보니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어려움이 큰 것이 현실이다. 특히 SIB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단점도 확산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곽제훈 팬임팩트 대표는 “SIB는 이름으로는 채권이지만 실제로는 채권이 아닌 계약일 뿐이라 시장에서 유통되지도 않고 만기 이전에 유동화되지도 않아 자금이 묶이고 투자리스크가 커진다는 약점이 있다”며 “더구나 일반적인 금융상품과 달리 사업 성과를 계량화하고 측정해 성과보상금을 주기 때문에 운용이 복잡하고 계산도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곽 대표가 도입한 것이 바로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이라는 기능이었다. 스마트 계약은 블록체인에 등록돼 작동하는 프로그램으로 중개자나 중앙 서버 없이도 계약 기능을 통해 자원을 자동적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블록체인상에 정보가 기록돼 정확성과 신뢰성,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곽 대표는 “SIB사업을 서울시에 처음 제안했을 당시 사업 만료 이전에도 투자금을 유동화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제안도 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고민하던 차에 블록체인에서 힌트를 얻게 됐다”고 회고했다.

스마트 SIB 계약구조 (자료출처=팬임팩트코리아)


기존에 사모방식으로 모집한 투자계약을 1100만개의 스마트 계약 단위로 쪼갠 뒤 투자금에 비례해서 초기 투자자들에게 블록체인으로 전송했다. 투자자들은 이렇게 전송받은 스마트 계약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양도해 투자금을 유동화할 수 있고 사업운영사인 팬임팩트는 사업기간이 만료될 때 최종적으로 이 스마트 계약을 가진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면 된다. 특히 SIB사업이 끝나고 나면 사업결과에 따라 보유 계약 단위당 상환액이 자동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최종 수익금을 정확하고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고 기록이 공개돼 분산원장에 보존돼 투명성도 높일 수 있다. 또 신분증명을 암호화해 블록에 등록하고 발행기관이 이를 검증할 수 있도록 해 투자금을 상환할 때에도 간단한 방식으로 투자자의 실체를 증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SIB에 스마트 계약을 결합해 유동화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공공사업 재원을 더 확충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도 기대된다.

곽 대표는 “물론 공공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암호화폐공개(ICO)로 자금을 조달해 유동화할 수도 있었지만 공공사업이다보니 정부가 금지하는 ICO를 활용하긴 꺼려졌다”고 설명한 뒤 “특히 암호화폐가 아닌 스마트 계약을 활용함으로써 권리만 유통하면서 현금으로 투자를 받고 수익금을 상환할 수 있어 암호화폐 가격 등락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SIB에 스마트 계약 개념을 결합시킴으로써 `스마트 SIB`를 시작한 것은 전세계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곽 대표는 “SIB는 해외 사례를 차용한 것이지만 스마트 SIB는 우리가 새로 만들어낸 개념”이라며 “SIB를 처음 시작한 영국 기관에 보내 호평 받았고 오는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에서 이를 발표할 예정이라 보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서울 경계성지능 아동사업에 첫 투자…정부·자지체 확산 기대

현재 팬임팩트가 서울시와 진행하고 있는 첫 스마트 SIB 프로젝트는 서울시 아동복지시설에 있는 경계성지능 아동 100여명의 지능과 사회성을 높이는 일이다. 경계성지능은 웩슬러 지능지수가 71~84로 `느린 학습자`라고 불린다. 곽 대표는 “지능지수가 아예 70 이하이면 지적장애아로 분류돼 정부 지원을 받게 되지만 경계성지능 아동들은 방치돼 나중에 지적장애로 악화되거나 성인이 돼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기초수급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매우 높다”며 “이들을 선제적으로 지원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려는 게 사업 목표”라고 소개했다. 이 SIB에는 사단법인 피피엘과 엠와이소셜컴퍼니, UBS증권 서울지점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고 대교문화재단 컨소시엄이 사업을 수행하고 성균관대 산학협력단이 3년뒤 사업성과를 평가한다.

이미 사업을 시작한지 1년반쯤 지나 내년말이면 사업이 종료되는데, 대상 아동 가운데 33% 이상이 목표수준까지 개선되면 원금을 돌려받게 되고 42% 이상을 개선시키면 원금에 추가 인센티브까지 받을 수 있다. 수익률로는 연간 8% 정도이고 3년 누적으로 최대 26% 정도 된다. 이미 SIB가 시작된지 7~8년이나 된 해외에서의 연평균 수익률 10% 수준보다는 다소 낮은 편이다.

팬임팩트는 앞으로 스마트 SIB가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가 이미 후속사업을 고민하고 있고 팬임팩트가 2건 정도를 기획했다. 또 몇몇 다른 지자체에서도 스마트 SIB 기획을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행정안전부까지 SIB 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행안부 주최로 각 지자체들이 참여하는 SIB 경진대회까지 열린 바 있다. 곽 대표는 “해외에서도 미국 골드만삭스나 록펠러재단, 영국 빅소사이어티캐피탈, 독일 BMW재단 등이 투자자로 적극 참여하는 등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새롭게 예산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SIB가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6월 지방선거를 마치고 나면 각 지자체들이 하반기에 SIB 사업을 기획해 내년이 속속 집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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