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 확전 조짐에…금·채권·달러에만 돈 몰린다

금·달러선물ETF 거래량 급증…채권형 펀드로 자금유입
금융시장 불안에 `리디노미네이션`까지 불안감 증폭
미·중 갈등 장기화 우려…"안전자산 자금 유입 지속될 것"
  • 등록 2019-05-27 오전 5:30:00

    수정 2019-05-27 오전 5:30:00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금·달러·채권으로 투자대상을 압축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거쳐 환율전쟁으로 확전할 조짐을 보이는 등 미·중 갈등이 장가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안전자산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금과 달러를 사들이면서 변동성 대비에 나섰고 주식형 펀드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금은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금·달러선물ETF 거래량 급증…`리디노미네이션` 불안감 부추겨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4일까지 금 현물 거래량은 총 538㎏으로 일평균 33.6㎏이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총 거래량은 이미 지난달 거래량 보다 53㎏를 넘겨 올 들어 최대를 기록했으며, 일평균 거래량은 지난 3월(17.2㎏) 이후 지난달 22.0㎏를 거쳐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간 금 유통업체인 한국금거래소도 골드바 판매량이 지난달 177㎏을 넘었고 이달에는 220㎏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에도 관심이 높아지면서 달러선물ETF 거래대금 및 거래량도 크게 증가했다. KODEX 미국달러선물의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5억원으로 전월대비 5배 늘었고 일평균 거래량도 4만8000여주로 지난달(1만1270주)의 4배에 달했다. 달러 강세에 베팅해 2배의 수익을 낼 수 있는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의 경우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과 거래량은 21억원, 21만여주로 전월대비 각각 178%, 161% 급증했다. TIGFR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의 거래대금과 거래량은 전월대비 20배 이상 늘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와 TIGFR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정부가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도 안전자산 선호도를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리디노미네이션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면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화폐개혁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채 금이나 달러 등을 사들이고 있는 양상이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안전자산으로 자금 유입 지속”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면서 채권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중국의 맞불 경고 등으로 양국 간 갈등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미국은 달러에 대한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는 국가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규정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중국에 대한 추가 압박 카드로 환율 공세에도 나섰다. 연일 높아지는 긴장 수위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도 이달 들어 각각 7.2%, 8.6% 빠졌다.

이에 글로벌 펀드 자금은 주식형에서 채권형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지난주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38억8000만달러(약 4조6000억원)가 빠져나가 지난해 6월 이후 최대 순유출액을 기록했다. 반면 선진국 채권형 펀드에는 75억4000만달러(약 8조9500억원)가 순유입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ETF 제외)에서도 지난달달 6633억원이 빠져나간 반면, 채권형 펀드에는 2조5423억원이 들어왔다.

대내외 경제 상황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안전자산으로 흘러 들어간 돈을 제외하고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다니는 자금이 넘쳐나고 있다. 시중 부동자금은 최근 4개월 사이 40조원 이상 늘어나면서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시장을 옥죄고 있는 악재들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시중 부동자금은 안전자산으로 계속해서 유입될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내 경기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수출경기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환율전쟁으로 확산되면서 환율 관찰대상국인 한국도 직간접적인 피해를 볼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공세에 중국도 장기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다”며 “오는 6월 G20 정상회담에서의 미·중 무역합의 가능성은 최소한 현재 시점에서 낮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2.6~2.7%인 경제성장률 목표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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