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광기·고독… 당신의 '도쿄'는 무엇입니까

거장 3인의 옴니버스 영화 '도쿄!
  • 등록 2008-10-30 오후 1:41:28

    수정 2008-10-30 오후 1:52:50


[조선일보 제공] 옴니버스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비교에 있다. 같은 시제(試題)를 놓고 감독들은 어떤 상상력의 답안을 제출할 것인가. 그리고 솔직히 누구의 재능이 더 탁월할 것인가. 봉준호, 미셸 공드리, 레오 카락스. 자신의 이름만으로 신뢰를 확보한 이 세 명의 감독들이 경쟁하듯 써낸 '도쿄!'(23일 개봉)에 대한 3인3색 답안지는 그래서 흥미롭다.

봉준호의 '흔들리는 도쿄'는 이 세 편 중 가장 대중적이며 서정적이다. 11년째 한 발자국도 집 밖을 나가지 않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피자 배달 소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 섬세한 설득력을 갖춘 가가와 데루유키의 연기와 청춘 스타 아오이 유우의 광휘를 만날 기회이기도 하다. '흔들리는'은 중의적 의미.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거대 도시에 대한 표현이자 '사랑'을 처음 느낀 외톨이들의 영혼에 일어난 충격을 상징한다. 봉준호가 멜로에도 적지 않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작품이다.

레오 카락스의 '광인'은 구태여 도쿄가 아니었어도 상관없을 판타지. 맨홀 뚜껑을 열고 나온 광인(狂人·드니 라방)이 무차별 테러를 저지른다는 이야기다. '묻지마 살인'의 오옴진리교 사건(1995)을 떠올리는 측면도 있지만, 뉴욕이나 파리라고 하더라도 고개를 끄덕거렸을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요령부득의 언어를 속사포처럼 뿜어대는 광인과 유일하게 그의 말을 알아듣는 또 다른 미치광이 변호사와의 관계, 그리고 교수형을 당한 뒤 광인의 부활을 상징하는 장면 묘사는 압권이다. '퐁네프의 연인들'(1991)로 큰 성공을 거뒀으나 '폴라X'(1999)로 참담한 평가를 받고 몰락했던 레오 카락스의 10년 만의 성공적인 복귀작.

'이터널 선샤인'(2004)이나 '수면의 과학'(2005)의 성취를 고려하면, 미셸 공드리의 이번 작품 '아키라와 히로코'는 태만(怠慢)의 혐의가 짙다. 연출의 리듬감이나 드라마의 밀도에 있어서는 세 작품 중 가장 처지는 편. 하지만 가세 료와 후지타니 아야코가 연기한 외로운 커플의 연기는 상당한 감정의 파장을 일으킨다.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선물 포장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남자와 누구에게도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해 나무의자로 변해가는 여자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도시의 삶을 버텨내야 하는 개인과 연인의 쓸쓸한 악전고투에 가슴이 저려 온다.

전국 20여 개의 개성 있는 작은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발걸음을 서두르시기를.

▶전문가 별점

● 세 명의 개성 다른 감독이 펼치는 도쿄(혹은 일본)의 재구성. 근래의 옴니버스 영화 중 가장 흥미롭다. ★★★★

이상용 영화평론가

● 카락스의 즐거운 귀환, 공드리의 난데없는 헛발질, 봉준호의 믿음직한 무게 중심. ★★★

황희연 영화칼럼니스트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디올 그 자체
  • 깜찍 하트
  • '곰신' 김연아, 표정 3단계
  • 칸의 여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