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휴학·불매'…'삼파(三罷)투쟁'에 멈춰 선 홍콩 경제

송환법 반대 86일째…파업·동맹휴학·물건 안사기 3파 운동
"2000여 개 음식점 문닫으며 1만명 실업" 우려
'배로 1시간' 마카오 7월 카지노 수입 전년比 8% '뚝'
中관영매체 "인내에 한계" ..시위대 "투쟁강도 높일 것"
  • 등록 2019-09-03 오전 1:00:54

    수정 2019-09-03 오전 1:28:29

홍콩 시위대가 2일(현지시간) 홍콩 지하철 역 안에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총파업과 동맹휴업을 맞아 출근시간 지하철의 운행을 지체시키는 방식으로 시위를 이어갔다. [AFPBB 제공]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3파(三罷)’에 홍콩이 멈춰 섰다.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총파업(파공·罷工)에 돌입했고 관광객들을 유혹하던 상점들도 문을 닫았다(파매·罷買). 학교는 문을 열었지만,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했다(파과·罷課).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86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대가 총파업과 동맹휴학, 불매운동 등 이른바 ‘3파 투쟁’에 돌입했다.

홍콩 경제를 마비시켜 홍콩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칫 홍콩이 경기 침체는 물론 ‘아시아 금융·무역 허브’ 지위까지 내주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파(三罷) 투쟁에 나선 시위대…곳곳에 나타나는 경제 ‘빨간 불’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내 의료 및 항공, 금융 등 30개 업종의 노동단체는 송환법 완전 철회를 위한 총파업(파공)에 돌입했다. 지난달 5일에 이어 두 번째 총파업이다. 홍콩 내 10개 대학 학생회도 개학을 맞아 2주간 동맹휴학(파과)을 결의했으며 일부 중고등학생도 수업 거부와 침묵시위에 나섰다. 여기에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물건 안 사기 운동(파매)까지 더해 홍콩은 이른바 3파 투쟁에 돌입했다.

홍콩 시민단체는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가지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일 때까지 강도 높은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꼼짝하지 않는다. 시위가 길어질수록 홍콩의 경제도 치명상을 입는 분위기다.

이미 실업률은 상승하고 있다. 홍콩의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홍콩 상무경제발전국에 따르면 지난달 15~20일 닷새간 홍콩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보다 49.6% 줄었다. 시위가 장기화하는데다 최근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한 이후, 여행의 불편함을 우려한 관광객들이 홍콩으로의 발길을 끊었다.

호텔과 요식업, 상점 등 관광객을 상대로 수익을 얻는 업종들은 종업원의 수를 줄이거나 임금을 삭감하고 있다. 홍콩의 5~7월 실업률은 2.9%로 4~6월(2.8%)보다 0.1% 포인트 상승했다. 절대적인 실업률은 아직 낮은 편이지만, 앞으로 대규모 실업 가능성이 제기된다.

빌리 막 수이 홍콩침례대 교수는 지난 2003년 홍콩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할 당시 홍콩 전체 음식점의 열 곳 중 하나가 문을 닫으며 총 1500곳이 폐업을 했는데, 이번에는 최대 2000여 곳이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경우 1만명의 종업원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추정됐다.

시위가 장기화하자 홍콩 바로 옆에 있는 마카오도 시름을 앓고 있다. 마카오 도박감찰협조국에 따르면 지난달 카지노의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8.6% 줄어든 243억파타카(3조 6000억원)로 나타났다. 2016년 5월 이래 3년 3개월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이미 7월 마카오 카지노의 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3.5% 줄어든 데 이어 두 달째 마이너스 성장세다.

마카오는 홍콩에서 페리를 타고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다. 홍콩 관광객은 마카오를 함께 돌아보는 경우가 많다. 안전을 염려한 관광객들이 홍콩에 발길을 끊으며 마카오 역시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계엄령說에 중국 정부 개입 우려까지…허브 지위도 ‘덜덜’

불안한 투자자들은 홍콩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 지난 5월 말 2만6901.09로 거래를 마친 홍콩항셍지수는 지난 3개월동안 5% 하락하며 2만5500선까지 주저앉았다. 국제송금업체 트랜스퍼와이즈에 따르면 8월 한달간 홍콩에서 유출된 자금 규모는 유입 자금보다 2.64배 많다.

상장을 모색하던 기업들도 발을 빼고 있다. 이달 홍콩에서 기업공개(IPO)를 하려 하던 알리바바는 상장 계획을 미뤘고 제약업체 허치슨 차이나 메디테크와 톈스리바이오도 시장 상황을 조금 더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정부가 언제 개입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홍콩을 짓누르고 있다. 이날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논평을 통해 “폭도들의 최종 목적은 홍콩 정부를 전복해 중앙정부의 통치권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면서 “인내에는 한계가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캐리 람 행정장관도 지난달 28일“폭력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장관에 전면적 비상 권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포함해 모든 법률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계엄령에 해당하는 ‘긴급상황규례조례’를 발동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홍콩 시위대는 13일까지 정부가 5대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투쟁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아시아 최대 금융과 무역을 주관하던 ‘허브’ 홍콩의 지위를 둘러싼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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