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베이비부머]②"솔직히 멋모르고…" 자영업 급증의 그림자

“편의점 출혈경쟁 현실, 곧 터질 수 있는 문제”
부채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우리 경제에 부담
  • 등록 2016-08-01 오전 6:00:05

    수정 2016-08-01 오전 6:00:05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서울시 마포구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60대 초반 A씨. 그는 적어도 이틀에 하루는 밤마다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물류센터에서 날아온 각종 상품들을 손수 배치하고 있다. 힘든 일은 마냥 아르바이트에게 맡길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편의점 업무는 생각보다 고되다고 한다.

“솔직히 멋모르고 시작했습니다. 어렵지 않을 줄 알았는데, 직장 다닐 때 생각해보면 쉴 틈이 거의 없어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경쟁자가 많아진다는 점도 A씨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주거지역임에도 한 눈에 다른 편의점이 2개 이상 보이는 탓이다. 조금만 걸어나가면 5~6개는 더 있다. 그렇다고 그만두고 싶어도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편의점 출혈경쟁 현실, 곧 터질 수 있는 문제”

A씨의 일상은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 53~61세)의 그림자를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국세청에 등록된 올해 5월 기준 사업자 등록현황을 보면, 30개 업종 전체의 평균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12%였다. 그런데 편의점은 무려 11.56% 급증했다. 전체 업종 중 편의점만 유일하게 10% 이상 늘었다. 5월 현재 전국에는 3만2096개의 편의점이 자리잡고 있다. PC방 가구점 목욕탕 문구점 세탁소 서점 식료품가게 옷가게 이발소 일반주점 정육점 철물점 휴대폰판매점 등 절반에 육박하는 업종은 오히려 줄고 있어 편의점의 성장세는 더 눈에 띈다.

편의점 창업의 다수는 50대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의 분석을 보면, 올해 상반기 50대의 편의점 창업 건수는 104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94건)보다 30% 이상 많아졌다. 신한카드와 신규 가맹점 계약을 맺은 건수다. 이는 전 연령대에 걸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50대가 편의점을 창업하는 비중도 다른 연령층보다 높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27.1%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25.1%) 대비 2.0%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이는 최근 수년간 추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0년, 그러니까 베이비부머 세대가 47~55세였을 당시 전국 편의점 수는 1만6937개였다. 이후 증가세를 거듭해 어느덧 3만개 이상까지 많아졌다.

편의점 창업은 1억원 안팎이면 가능하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퇴직금으로 감당 가능한 규모다. 다른 업종에 비해 특별한 기능을 요하지도 않는다. 편의점협회 관계자는 “편의점은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소규모 점포사업”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외에 부동산중개업소(8.44%↑) 패스트푸드점(7.46%↑) 제과점(5.01%↑) 등의 업종이 증가 추세인 것도 베이비부머 세대의 조기 퇴직과 무관치 않다.

문제는 이들이 출혈 경쟁 중이라는 점이다.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직장에서 내몰린 50대가 진입장벽이 낮은 프랜차이즈로 유입되고 있다. 요즘은 치킨집보다 편의점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것은 (출혈 경쟁으로) 조만간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자가 만난 A씨 역시 “가맹본부는 좋겠지만 가맹점주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점포가 증가할 때마다 가맹본부의 매출은 늘지만, 경쟁이 치열해진 점주들의 이익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노사발전재단 경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 소속된 마계희 책임컨설턴트는 “편의점을 비롯해 제과점 아이스크림 독서실 등의 창업에 솔깃해 상담을 요청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정말 많다”면서 “그런데 중장년 남성의 서비스업종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한 번 생각할 것을 두 번 생각하고, 그래도 한다면 최소 2년은 준비하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창업은 노후 설계가 아니라 업(業)에 대한 진정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채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우리 경제에 부담

베이비부머가 부채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도 또다른 뇌관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가계부채DB 통계에 따르면 50대의 금융부채 비중은 전체의 28.8%에 달한다. 40대(30.8%)에 이어 두 번째다. 노후를 본격 준비해야 할 베이비부머가 빚이 많다는 건 사회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령화로 가뜩이나 소비에 보수적인데, 부채까지 많는 건 우리 경제에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금융권 한 인사는 “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 이자수입이 적어지는 베이비부머들은 불만이 팽배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면서 “50대 이상 고령층도 부채가 상당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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