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낮으면 수수료 안받겠다"…은행권 200兆 퇴직연금 '혈투'

고령화 흐름에 확 커진 퇴직연금 시장
올해 들어 은행권 퇴직연금 수익률 '쑥'
수익률이 최우선…중위험 상품군 확대
  • 등록 2019-04-26 오전 6:00:00

    수정 2019-04-26 오전 6:00:00

(그래픽=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수익률이 저조하면 마진을 남기지 않을 정도로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인하할 방침입니다.”

고령화 흐름과 함께 부쩍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을 두고 금융권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수익률이 1%에도 채 못미쳤던 시중은행들이 수익률 올리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동시에 쥐꼬리만한 수익률에도 따박따박 받아갔던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쥐꼬리 수익률’ 오명 벗어나기 안감힘

25일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퇴직연금 적립금 비중이 가장 높은 신한은행의 올해 1분기 확정급여형(DB형) 수익률은 1.56%로 지난해(1.43%)보다 상승했다. DB형은 퇴직시 지급받는 연금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는 상품이다. 주로 정기예금에 투자하는 등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기준 신한은행의 점유율은 10.0%로 삼성생명(13.0%)에 이은 2위다. 신한은행의 확정기여형(DC형) 수익률 상승은 더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1.52%로 지난해(0.89%) 대비 0.63%포인트 올랐다. DC형은 근로자의 운용 성과에 따라 연금 규모가 결정된다.

신한은행뿐만 아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의 DB형(1.26%→1.43%)과 DC형(0.82%→1.48%) 퇴직연금 수익률도 상승했다. 올해 1분기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의 DC형 수익률은 각각 1.28%, 1.39%, 1.26%로 0%대에 머물렀던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원리금 보장상품의 경우 정기예금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수익률이 좋아졌고, 비(非)보장형 상품은 증시가 회복된 영향이 가장 컸다”며 “각 은행이 수익률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도 큰 이유”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0.97%로 손해보험(1.72%), 생명보험(1.40%) 등 다른 업권보다 낮았다.

최근 퇴직연금 사업체계를 대폭 개편해 화제를 모은 신한금융의 인사들은 “결국 최우선 과제는 수익률 제고”라고 말했다. ‘쥐꼬리 수익률’ 오명을 벗어나야 점유율 확대도 도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부동산, 인프라, 사회간접자본(SOC)펀드 같은 중위험 중금리 상품 비중을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권은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금융그룹 내에서 퇴직연금 사업을 총괄할 수 있는 퇴직연금센터 등 전담조직 신설, 지점 내 퇴직연금 전담창구 구축, 퇴직연금 사업의 확대를 반영한 핵심성과지표(KPI) 조정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익 저조하면 수수료 파격인하 검토”

수익률 제고와 함께 거론되는 게 수수료 인하다. 지난해 은행권의 총비용부담률은 0.49%로 전년(0.47%) 대비 0.02%포인트 올랐다. 생명보험(0.45%), 손해보험(0.40%) 등보다 수익률이 낮았음에도 수수료 부담은 더 컸던 것이다. 수익률이 1%에도 못 미치는데,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상황에서 수수료까지 떼이면 사실상 손해다. 총부담비율은 운용관리 수수료 등 적립금 운용에 수반하는 총비용을 나타내는 통계다.

신한은행은 수익률이 DC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DB형의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비보장형 상품의 수수료를 내리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퇴직연금을 오래 내야 하는 20~30대 청년층의 수수료를 50대 이상 장년층보다 낮추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최근 그룹경영회의에서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를 구축하라”고 주문한데 따른 것이다. 신한은행은 이같은 수수료 인하안을 오는 6월 확정한다.

신한은행이 물꼬를 트면서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도 수수료 인하를 들여다보고 있다. 또다른 시중은행 인사는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는 곧바로 시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내부적으로 인하 폭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퇴직연금 대전(大戰)을 벌이는 것은 차세대 먹거리로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시장 규모만 187조9000억원에 달한다. 김병덕 선임연구위원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다층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체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퇴직연금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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