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와 정보기술(IT) 등 첨단업종에 속한 중견·중소기업(이하 중기)들이 잇달아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중기는 베트남 현지 생산을 통해 제품 원가경쟁력을 강화,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중국 경쟁사들과 정면 승부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나날이 악화되는 국내 제조업 환경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통신장비업체 에이스테크(088800)놀로지는 1500만달러(약 170억원)를 투입해 베트남 하남성에 공장을 구축하고 최근 제품 양산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기지국안테나와 고주파(RF)필터, ‘RRH’(Remote Radio Head) 등 기지국에 쓰이는 장비를 화웨이와 알카텔루슨트, 에릭슨, 노키아지멘스네트워크 등 글로벌 업체들에 납품한다. 에이스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중국 둥관·가오야오 등에 이어 베트남 현지에도 공장을 구축했다”며 “베트남에서는 기지국안테나만 제조하고 있으나, 향후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공장 통해 제품 원가경쟁력 강화
발광다이오드(LED)업체 서울반도체(046890) 역시 하남성에 마련한 공장을 이달부터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가 1차로 1000만달러(약 113억원)를 들여 구축한 베트남 공장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된 LED칩을 받아 패키지화하는 작업을 한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베트남 공장을 가동하면서 중저가 LED패키지 제품과 관련, 중국 톈진과 베트남으로 생산을 이원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외에 LED업체 루멘스(038060), 통신장비업체 케이엠더블유(032500) 등은 이미 구축된 베트남 공장에서의 생산 비중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루멘스 관계자는 “LED모듈 중 베트남 생산 비중은 현재 30% 정도이며, 이는 향후에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국내 제조 여건 악화는 아쉬워
반면 이들 중기는 국내에서의 제조 여건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추진 중인 정책들로 인해 제조업 중기들이 베트남 등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현지 생산 비중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에 공장을 지을 경우 법인세가 초기 2년간 면제되고 이후 4년간 50% 감면되는 등 세제 지원이 있으며 일부 토지는 무상 임대되는 등 혜택이 많다”며 “반면 국내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인력 활용에 있어 유연성이 떨어지는 등 제조업 환경이 나날이 악화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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