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다주택자 잡는다고 집값 안잡혀···공급 늘려야"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 인터뷰
집값 상승 근본 원인은 공급 부족
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세 늘리면
임대료 폭등에 서민만 더 힘들어져
집값 조정 타이밍에 나온 9·13 대책
대책 없었어도 상승세 꺾였을 것
  • 등록 2018-11-06 오전 4:50:00

    수정 2018-11-06 오전 9:38:54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를 때려잡으면 속은 시원하겠지요. 하지만 그런다고 집값이 잡힌다는 것은 단견(短見)입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은 대책 효과 때문이 아니라 가격 조정 시기가 왔기 때문”이라며 “다주택자 규제 중심의 근시안적인 대책이 아니라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을 펼쳐야 집값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지난 8~9월 하늘을 뚫을 듯했던 서울 집값 상승세가 정부의 9·13 및 9·2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한풀 꺾였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9월 10일 기준 1.2%까지 급등했다가 지난 주(10월 29일)에는 0.1% 오르며 상승폭이 크게 둔화했다. 대책의 약발이 제대로 먹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어차피 하락장이 한 번 올 때가 됐던 것이지, 대책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며 쓴소리를 내놓았다.

“9·13 대책 아니었어도 집값 안정됐을 것”

지난 1일 건국대 서울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심 교수는 “9월에 서울 아파트값이 일주일에 1% 이상씩 올랐는데 일년 내내 그렇게 뛰는 게 가능하겠는가. 집값 조정 타이밍과 정책 발표 시기가 비슷했을 뿐 대책 효과는 미미하다”며 “다주택자를 때려 잡는 근시안적인 정책이 아니라 공급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부동산 정책을 펼쳐야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집값 안정 대책으로 양도세 중과 및 종부세 상향 등을 내놓으며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를 정면 겨냥했다. 그러나 심 교수는 특정 계층 때리기가 아닌,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간단한 원리인 ‘수요와 공급’ 문제로 집값 급등 문제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에 살고 싶은 사람이 많다면 그 수요에 맞게 주택을 공급해야 가격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심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공급은 충분한데 투기꾼이나 다주택자들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망가졌다고 했는데, 일반 국민에게는 잘 먹히는 논리이긴 하지만 문제의 본질과는 상관이 없다”며 “전년보다 공급이 두 배 늘어났다고 공급이 충분해졌다고 할 수 있는가? 서울에 살겠다는 사람은 그 보다 더 많아졌는데. 가격 상승은 수요에 공급이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주택자 때리기, 서민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 커”

심 교수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에 대해 작심한 듯이 이야기를 펼쳐 나갔다.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임대료 상한제 등을 통해 다주택자를 규제했는데 이후 집값이 폭등했는데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9월 국토부가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한 것은 임대주택 공급을 줄여 서민 주거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려고 내놓으면 공급이 늘고 집값이 안정된다는 논리는 아주 짧은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 주택 100채를 새로 지으면 40채는 다주택자가 사고, 이들이 전체 임대주택 물량의 85%를 공급하기 때문”이라며 “다주택자가 투자를 안하기 시작하면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임대료는 올라간다. 다주택자 규제가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을 괴롭히는 속 시원한 측면은 있겠지만(웃음), 결국 서민이 더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9·21 대책을 통해 수도권 공공택지 17곳에서 3만5000가구를 공급하고 4∼5곳은 330만㎡ 이상 대규모 공공택지, 즉 신도시로 조성해 20만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무주택자들에게 청약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를 준 것은 잘 한 일이지만 공급 발표 시기가 다소 늦었다고 그는 진단했다.

심 교수는 “공급 대책은 진작에 나왔어야 하고 작년부터 공급량을 계속 늘리겠다는 신호를 보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공급 물량도 집값을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도시는 빨라도 입주까지 7~8년인데 시장 안정 효과가 있을 지 의문”이라면서 “정부는 경기가 좋든 나쁘든 계속 비축 물량을 갖고 있으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물량을 풀어 안정적으로 가격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그린벨트 해제 등 전향적 사고 필요”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 등 규제에 대해 전향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심 교수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규제에 대해 전향적인 사고 방식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집값 상승이라는 눈 앞의 이슈 때문에 오히려 도심 주택 공급을 막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강남 집값 잡겠다고 서울시는 재건축에 소극적인 입장인데 집값이 조금 오르면 어떤가.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뻔히 있는데 시도하지 않으면서 가격 안정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은 ‘임비(In My Back Yard)’ 정책을 통해 20층 건물을 지어 10개층은 청년들에게 싸게 공급하고 있는데, 우리는 서민과 청년은 도심에서 다 나가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시재생 사업만으로 필요한 규모의 도심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규모 정비사업 등은 당연히 해야 하는데 넘치는 수요를 잠재우기에는 수적으로 미약하다”면서 “신규 택지 조성을 규제한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경우 최근 집값 폭등으로 중산층들이 다 쫓겨난 반면, 난개발을 허용하다시피 한 조지아주 애틀란타는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과 엇비슷할 정도로 주택시장이 안정됐다”고 부연했다.

수도권 신규 택지 조성의 핵심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현재 정부는 서울시에 그린벨트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서울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집값 안정 논리와 환경 보호 논리가 정면 충돌하고 있는 양상이다.

심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는 플러스, 마이너스 효과가 워낙 극명해 그 중 어느 쪽에 더 가치를 두느냐의 문제인데 지금 돌아가는 논쟁을 보면 시민들의 의견은 거의 없다”며 “정치인 몇명, 시민단체의 몇명이 이 중요한 의제를 이끌어 가고 있는데 시민들은 또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전국민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수도권 1·2기 신도시 조성 이후 집값이 안정되기는 커녕 오히려 뛰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때 주택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으면 (집값이) 수십 배 올랐을 것”이라고 답했다.

※심교언 교수는…

△서울대 도시공학 학사 및 동 대학원 석·박사 졸업 △전남 경제자유구역개발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세종특별자치시 지원위원회 전문위원 △인천광역시 도시재생정비위원회 위원 △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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