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래의 인더스트리]한국, 반도체 강국인가

  • 등록 2021-05-08 오전 8:00:54

    수정 2021-05-08 오후 5:16:56

이데일리 독자 여러분은 아마도 지난해와 올해 대화 이슈가 바뀐 것을 느끼실 겁니다. 지난해엔 부동산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올해 들어서는 주식 이야기가 대부분일텐데요. 그만큼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정작 개인 투자자들은 반도체와 바이오, 이차전지 등 최근 주식시장 이슈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강경래의 인더스트리’는 최근 주식시장과 함께 산업계를 달구는 이슈를 보다 쉽게 전달, 투자 등에 도움이 되실 수 있도록 주말마다 관련 배경지식을 다룰 예정입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제공=삼성전자)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앞서 ‘강경래의 인더스트리’에서 ‘반도체는 산업의 쌀’, ‘대만 TSMC, 강한 이유’ 등 최근에 가장 핫한 이슈인 반도체와 관련한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이번 주에도 반도체 관련 내용으로 ‘한국, 반도체 강국인가’라는 주제를 다뤄볼까 합니다. 지난 두편을 먼저 읽어보신 뒤 아래 내용을 보시면 반도체 산업에 대해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으로 한국 수출 품목 1위는 단연 ‘반도체’였습니다. 전체 수출액 중 17.9%를 차지했는데요. 2위인 자동차 12.2%와 격차가 컸습니다. 사실상 반도체가 한국을 먹여 살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는 한국이 그만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가 부족해서 현대자동차와 함께 현대모비스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이어지는데요. 과연 한국 내 반도체가 풍부하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일이 없겠죠. 그렇다면 ‘한국은 반도체 강국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어떨까요? 저라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라고 말이죠.

한국, D램 점유율 71.6% 등 메모리 ‘절대강자’

우선 한국은 반도체 강국, 정확히 말하면 ‘메모리반도체’ 강국입니다. 메모리반도체는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각종 전자기기에 들어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능을 합니다. 일례로 여러분이 스마트폰에 찍어놓은 사진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스마트폰에 있는 메모리에 관련 데이터가 저장돼 있기 때문이죠.

메모리반도체는 크게 D램과 낸드플래시 등 2종류로 나뉩니다. 우선 D램은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 일종입니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아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입니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별도로 쓰이는 게 아니라 통상 모든 전자기기에 함께 들어가 각각 기능을 합니다.

우선 D램에 있어 한국은 절대 강자입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세계 D램 시장점유율 42.1%를 기록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어 SK하이닉스가 29.5%, 미국 마이크론이 23.0%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한국의 D램 시장점유율은 무려 71.6%에 달합니다. 한국이 D램을 공급하지 않으면 전 세계 어떤 전자기기도 작동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죠.

낸드플래시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33.9%로 D램과 마찬가지로 1위 자리를 이어갑니다. 이어 일본 키옥시아 18.9%, 미국 웨스턴디지털 14.5%, 미국 마이크론 11.4% 등 순서입니다. 그리고 SK하이닉스는 11.2% 점유율로 5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한국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45.2%입니다. 낸드플래시 역시 한국이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게 사실이지만, D램만큼 강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점유율 9.4%로 6위에 올라 있는 미국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 인수를 추진, D램에 비해 약한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69%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약해

이렇게 한국이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출처 옴디아, 매출액 기준)은 31% 수준입니다. 나머지 69%는 메모리반도체가 아닌 비메모리반도체 영역이죠. 그리고 로직반도체(25%), 마이크로콤포넌트(16%), 아날로그반도체(13%), 광(옵티컬)반도체(8%) 등 비메모리반도체는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그리고 비메모리반도체라는 용어보다 최근엔 ‘시스템반도체’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한국은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고작 3% 수준입니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미국과 일본, 유럽이 강세를 보입니다.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된 자동차용 반도체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 역시 시스템반도체 일종입니다. MCU를 포함한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3%에 불과합니다. 이는 미국 31.4%와 일본 22.4%, 독일 17.7% 등과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NXP를 인수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기도 합니다. NXP는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독일 인피니언(13.4%)에 이어 11.3% 점유율로 2위 자리에 올라 있는 업체입니다. 특히 MCU에 있어서는 점유율 27.2%로 업계 1위에 올라 있는 강자입니다. 이렇게 한국이 뒤늦게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에 벌어지는 것을 보면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이 메모리반도체라도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해서 다행이다 싶지만, 또 한편으론 메모리반도체보다 훨씬 큰 시장인 시스템반도체에선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제라도 한국 반도체 업체들, 그리고 정부가 더 먼 미래를 보고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해 투자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반도체에서 잠시 벗어나, 주식 투자자 분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은 바이오산업을 다뤄볼까 합니다. 바이오 관련 첫 번째 주제는 ‘바이오의약품과 셀트리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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