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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제주도 제주시 첨단로 일대. ‘전기차 충전 서비스 규제자유특구’인 이곳에서는 국내 최초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 실증사업이 한창이었다. 전기차 충전 솔루션 기업 ‘에바’가 개발한 이동식 충전기는 40KWH 용량으로 언제 어디서나 두세 대 이상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 그간 전기차는 충전기를 직접 찾아다녀야 했지만, 에바의 이동식 충전기를 사용하면 공간 제약이 사라지는 셈이다.
특구에서는 이동형 충전기처럼 별도 인증 기준이 없는 제품도 실증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등 규제를 완화해 지금까지 300회가 넘는 충전 실적을 거뒀다. 신동혁 에바 이사는 “이동식 충전 서비스를 상용화한 곳은 미국의 프리와이어(FreeWire)를 제외하면 대부분 초기 단계”라며 “전기차 시대를 맞아 이동식 충전기로 새로운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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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제주는 전기차 충전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데 최적지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제주도 내 등록 전기차는 약 2만대로, 전국 전기차의 약 18%를 차지한다. 그만큼 전기차 충전 수요가 많아 인프라 고도화를 실험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인근에서는 전기차 충전 전문기업 ‘시그넷이브이’가 50KW급 전기차 충전기에 ESS(에너지저장장치)를 병합한 새 충전기 성능 점검을 하고 있었다. 기존 전기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이처럼 성능을 개선한 충전기는 별도 인증 기준이 없어 사업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제주 특구에서는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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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렘, 전기차평가연구소 등 기업들은 ‘충전 데이터 기반 특화 진단 서비스’ 사업을 수행 중이다. 이동형 점검차량에서 전기차 성능·상태를 점검하고, 중고 전기차의 적정 가치까지 산정하는 모델을 개발한다. 기존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을 특정 장소에서만 허용해 이 같은 서비스가 불가능했지만, 규제를 풀어 이동형 점검차량에서도 서비스가 가능토록 했다.
전기차 점검을 원하는 차주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를 신청하면 누구나 무료로 점검을 받을 수 있다. 5톤(t) 트럭에 달린 리프트에 전기차를 올려 이동식 점검 서비스를 받는 시간은 30분 내외. 점검이 끝나자 배터리 성능 상태와 전력 누수 여부, 모터 상태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한 진단 보고서를 받을 수 있었다. 배터리 건강상태를 뜻하는 ‘SOH’를 포함해 누적 충전량, 방전량 등을 분석하자 종합등급 ‘S’가 나왔다. 강성종 휴렘 대표는 “누적 거리나 충전량, 배터리 상태 등 데이터를 모아 신뢰할 수 전기차 진단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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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세계 최고’ 도전하는 제주
전기차 충전기 글로벌 시장은 올해 약 33억달러(3조7000억원) 규모에서 2030년 220억달러(25조원)로 연평균 24%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와 중기부가 이번 실증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쳐 전기차 충전 관련 규제 완화까지 이어진다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도 한 발짝 앞서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독일 폭스바겐, 중국 차지티티, 미국 프리와이어 등 기업들이 앞다퉈 이동식·고속 전기차 충전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기술과 서비스를 내놓은 곳은 흔치 않다.
제주도는 특구에서 개발한 기술과 제품을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고, 해외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최소 1500만달러(약 168억원) 이상 수출액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테크노파크 관계자는 “이번 특구 사업을 통해 전기차 충전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들의 기술개발을 지원해 세계 시장 선점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며 “이를 통해 ‘탄소 없는 섬 제주’(Carbon Free Island Jeju) 실현에도 한 발짝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