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과 살아가기]급사 위험 높은 '확장성심근병증'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 등록 2021-11-13 오전 8:08:57

    수정 2021-11-15 오전 10:02:46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50대 환자는 평소 술을 즐겨 마셨고, 한 번 마시면 소주 2~3병 정도 마시기도 했다. 이후에 심부전 진단을 받았지만 약물을 복용하다 좋아지면 자의로 중단하기도 했다. 혈압도 없는데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몸이 좋아지면 담당의와 상의 없이 약을 중단했다.

이후 지속적인 호흡곤란이 발생해 꾸준히 약물을 복용했으나 큰 호전이 없었고, 심기능은 점차 감소, 입원해 승압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승압제 용량이 점차 많아지고, 다리 부종이 호전되지 않고, 누워서 잠을 자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심장 이식을 고려해 우리 병원으로 전원하게 됐다. 앰블란스를 타고 겨우 도착한 환자는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승압제는 거의 최고 용량으로 사용 중이었고, 양 다리는 심하게 부어 있었다.

자신이 이대로 죽는 거냐며 과거에 자의로 약을 중단했던 날들과 음주를 하면서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날들을 후회하던 환자는 호흡곤란과 불안감으로 이전 병원에서 잠을 전혀 잘 수 없었다고 한다. 환자는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우심실과 좌심실 모두 매우 크고, 기능이 떨어져 있었지만 아직까지 소변량이 잘 유지 되고 있었으며, 승압제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혈압이 잘 유지되고 있었다. 이에 어쩔 수 없이 심장 이식을 해야 할 수도 있지만 그 사이 심장 이식을 준비하면서 조심스럽게 약물 조절을 해서 심장 기능이 호전되는지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케이스라 생각이 되었다.

확장성 심근병증의 유병률은 유럽과 북미에서는 인구 10만 명 당 36건 내외 정도로 보고되며, 연간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 당 5에서 7.9건이 새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확장성 심근병증은 허혈성 혹은 판막질환이 없으면서 심실의 확장, 수축 기능 저하를 나타내는 심장의 상태로 정의된다. 확장성 심근병증의 1/3 가까이에서는 가족성 성향을 보이는데, 상염색체 우성 유전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가족성이나 유전적 소인 없이도 환경적, 감염, 전신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40~59세 환자에게서 가장 흔하게 증상이 발현된다. 좌심실 수축 기능의 이상이 있으나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어 추후 심한 심부전으로 병원을 방문할 수도 있다. 또한, 확장성 심근병증 환자는 심실부정맥의 위험도가 높다.

가역적인 심근병증의 가장 많은 원인으로 분만 전후의 심근병증과 알코올성 심근병증이 있는데, 이 경우는 약물치료를 적극적으로 하고 금주를 할 경우 완전히 회복되기도 한다. 만성적인 음주자의 30%에서 증상이 없더라도 좌심실 수축 기능의 이상을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알코올성 심근병증이 발생할 확률은 전 생애에 걸쳐 섭취한 알코올의 양과 연관돼 있으며 남성의 경우 하루에 80g 이상의 알코올을 5년 이상 마시면 발생 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확장성 심근병증에 의한 심부전이 완전히 회복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급격한 손상이 대량 심근 손실 없이 해결되는 경우, 술이나 분만과 관련된 경우 정상 심기능으로 회복될 수도 있다. 특히 최근 심부전 치료 약물 및 심장 재세동기, 심장 재율동 치료 등에 의해 생존율은 과거에 비해 크게 상승되었다. 환자의 경우 잦은 음주와 심장 근육이 회복되기 전에 약물 중단 등이 원인이 되었을 거라 판단되었고, 아직은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이고 전신 상태는 나쁘지 않아 최대한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기로 했고, 만일 이식 없이 심장이 호전되었을 때, 반드시 금주를 하겠다고 약속을 받고 최선을 다했다.

좌심실 기능이 감소한 심부전 약제는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는데, 베타 차단제 및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의 투여는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서 중요하며, 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혈압을 감소시키는 작용이 있어 환자들이 자기는 혈압도 없는데 혈압약을 먹냐며 불평하기도 하고, 어지러움이나 기침 같은 부작용이 유발되기도 한다. 이 경우는 약을 다소 감량을 하고 다른 드시는 약제들은 없는지 확인하면서 서서히 약물을 증량해야 하며, 혈압 감소의 목적이 아니라 심장 근육의 보호 효과로 사용하는 심부전 약제임을 환자에게 잘 설명하면서 순응도를 높여야 한다.

최근에는 안지오텐신 수용체 네프릴리신 억제제(ARNI)인 엔트레스토(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라는 약제가 심 기능 보호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심부전 1차 약제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혈압을 감소시키는 작용이 있어 심부전 전문의를 통해 조심스럽게 약제를 증량시키고 환자를 모니터링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뇨제는 증상이 있는 환자의 말초부종 및 폐울혈의 감소를 위해서 사용하며, 알도스테론 길항제인 spironolactone은 예후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여성형 유방이 발생할 수 있어 심부전 약제를 먹다가 유방이 아프거나 커질 경우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니 주치의와 상의를 하면 된다.

과거에 약제가 부족하고 제한적이었을 때라면 환자는 이식으로 가거나 호흡곤란이 호전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두 달 정도 입원을 하면서 이뇨제로 먼저 말초 부종을 줄이고, 조심스럽게 승압제를 천천히 줄이면서 심장을 보호하는 약들을 소량씩 쓰기 시작하면서 심장재활을 함께 하였다. 환자는 점차 좋아지면서 결국 승압제도 모두 끊고, 심근 보호 약제들을 충분히 쓰고 퇴원을 진행하게 되었다. 아울러 금주를 철저히 지켰고, 집에서도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근력 운동을 하고, 질 좋은 단백질 위주의 식단과 함께 입에 너무 짜지 않을 정도의 음식으로 식사를 하였고, 약도 같이 잘 복용하였다. 한 달, 두 달, 6개월이 지나면서 환자는 겉으로 보기에도 점차 건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그렇지만 아직 심기능은 모두 회복되지 않았고, 약은 중단 없이 지속하였다. 약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환자의 심기능은 모두 회복되었으며, 호흡곤란은 전혀 없이 친구들과 산에도 가시고,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게 되었다. 물론 폭음은 하지 않지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맥주 한 캔 정도는 가능해 졌다. 호흡곤란으로 누워서 잠을 자기도 어렵고, 심장 이식까지도 생각했던 환자가 심기능이 완전히 회복됐으니 환자는 외래에 오실 때마다 병원 오는 게 꼭 소풍을 오는 것 같다고 표현을 하시게 되었다. 이제 의학은 많은 발전을 이루었기에 좋은 약제들도 많이 개발됐다. 병에 대해서 잘 인지하고, 약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복용함은 물론 약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생활습관도 함께 바꾸어야 하는 것이 건강한 생활의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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