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면세점의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요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김포공항 롯데면세점에 이어 신라면세점도 오는 21일부터 일주일간 문을 닫는다. 코로나19 여파로 김포공항 국제선 운항 편수가 하루 1~2편 수준으로 급감하자 면세점이 셧다운에 들어간 것.

이들 면세점은 휴점에 들어갔어도 예외없이 월 20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전액 납부해야 한다.전국적으로 ‘착한 임대인’ 운동이 확산하고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의 임차인은 외면하는 형국이다.

인천국제공항 내 입점한 면세점(사진=연합뉴스)

“의견을 듣겠다며 업계 대표를 불러들인게 대체 몇번째입니까. 하지만 이번에도 대기업 면세점은 대기업이란 이유로 지원에서 빠졌습니다. 임대료 감면 없는 납부유예는 지원책도 아닙니다.”

지난 18일 국토교통부의 코로나19 지원책 발표 직후 면세점 업계는 울분을 토했다. 정부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은 임대료를 25% 감면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공항 면세점 임대료 수익의 91%를 차지하는 대기업 면세점은 임대료 납부 3개월 유예가 전부였다.

면세점 업계는 그동안 임대료 감면을 강력히 요구했다.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착한 임대인’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현 정부의 기조에 무리한 요구도 아니었다. 그만큼 상황은 절실했다. 롯데·신라· 신세계면세점 등 3개사의 한 달 평균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에는 2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이달 매출은 80%가량 줄어든 4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A면세점 관계자는 “하루 10억 매출을 올리던 공항 면세점 매장 매출이 몇천만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런데도 이들 3개사가 인천공항에 내는 월 임대료는 80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 상황이랑 같다. 월 매출의 2배를 임대료로 내야하는 상황이다.

임대료는 인천공항공사가 받지만 공기업인 인천공항은 정부 지침에 따라 임대료 감면이든 납부유예든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한정된 재원으로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방침 아래 코로나19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언뜻 들으면 바람직한 방향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운항편수가 줄어든 공항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위기는 그간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전의 정부 정책의 기준이었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틀 안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고통분담을 외면한 꼴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임대료 수익의 91%를 대기업 면세점이 부담한다. 정부 지원으로 임대료 감면을 받는 중소 면세점 2곳의 임대료는 전체 임대료의 3.8%(338억원) 에 불과하다.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은 것 같아도 인천공항 임대료 수입의 90% 이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셈이다. 대기업 면세점 입장에서는 역차별이고, 생색내기 정책이다.

면세점업계는 김포공항의 셧다운 상황과 정부 지원에서 대기업만 빠지자, 협력업체 직원들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현 상황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불안감이다. 정부는 재난기본소득을 누구에게 얼마를 주는 것을 논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현재 생계를 이어가는 국민들의 일자리가 위협받지 않는 것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