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선생님, 고혈압약 꼭 먹어야 하나요? 지금 불편한 것도 하나도 없는데…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고혈압 약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되니 가능하면 먹지 말고 버티는 것이 좋다고 그러던 데요. 저희 아버지도 혈압 높으신데 약 안 드시고도 아무 문제 없으셔요. 안 먹으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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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과 고지혈증은 별 증상이 없지만 일생 동안 투약을 해야 하는 대표적인 병들이다. 증상도 없는데, 아프지도 않은데 왜 치료해야 할까. 또 약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끊을 수 없다던 데 투약 시기를 가능한 늦추는 게 좋지 않을까.
이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동맥경화증이 생기게 되는 원인 단계부터 막는 것이다. 그 원인이 되는 병들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흡연(최근에는 흡연도 병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같은 것들이다. 이 병들은 그 자체로는 별 증상이 없지만, 모르는 틈에 천천히 혈관을 손상 시켜서 막히게도 하고, 더 나쁜 경우에 터지게도 만든다.
심장이나 뇌 같은 주요 장기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경우가 협심증, 급성심근경색증, 뇌졸중, 대동맥박리라 불리는 치명적인 질환들이다. 그중에서도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밖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아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이런 살인자들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증상이 없더라도 이런 병들을 미리미리 관리해야 한다.
그래도 하루라도 늦게 복약을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루라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 것이 좋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고혈압은 압력으로 혈관을 손상 시키고, 고지혈증은 혈관 내에 기름이 쌓이게 해서 혈관이 좁아지게 만드는데, 이 과정은 하루 아침에 일어 나는 것이 아니고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서 조금씩 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혈압이 높은 상태, 지질 농도가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시간만큼 혈관 손상이 진행된다. 하루를 늦추면 하루만큼, 한 달을 늦추면 한 달만큼 혈관 손상이 진행하기 때문에 복약 시작을 늦추는 것은 혈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혈압과 고지혈증과 더불어 동맥경화의 위험인자인 당뇨병, 비만, 흡연 등의 위험인자들은 조기부터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큰 병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