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전문가 25인이 말하는 '10년 뒤 주택시장'

  • 등록 2013-10-02 오전 7:00:00

    수정 2013-10-07 오후 11:18:28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2023년 10월2일. 서울 구로구의 한 노후 산업단지에는 최근 분양한 아파트의 청약 결과가 발표됐다. 이 단지는 공공 주도로 낙후된 옛 시가지를 정비하는 재생사업 구역 안에 지어졌다. 지은 지 20년 이상된 낡은 아파트들은 과거와 같은 전면 철거 대신 보존형 리모델링으로 공사가 이뤄진다. 이번 분양 물량도 낡은 건물을 현재보다 높게 증축하면서 늘어난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 아파트 일부를 일반에 공급한 것이다.

치열한 청약 경쟁 속에 모든 주택형이 완판됐다. 근래 서울 외곽에서 전용 85㎡ 초과 아파트로만 이뤄진 단지가 분양에 나섰다가 대거 미달된 것과 상반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입지와 주택 수요, 주택 면적 등에 따라 투자 수요가 쏠리는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0년 전인 2013년 주저앉을 것만 같았던 국내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지역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단지 근로자 등에게 집을 임대하려는 다주택자들이 상당수 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사람이 집을 팔 때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양도소득세 중과제도가 폐지되면서 임대사업용 집을 사들이는 다주택자가 크게 늘었다. 분양받은 소형주택은 다시 건설사에게 넘겨질 예정이다. 리모델링 공사를 맡았던 중견업체가 임대관리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 관리와 주택의 유지·보수를 모두 업체가 대행해줘 집주인은 세금 이외에는 신경쓸 부분이 거의 없다.

지금부터 꼭 10년 뒤인 2023년 10월을 가상한 시나리오다. 건설·부동산 리더 25인이 말한 ‘10년 후 주택시장 전망’을 토대로 작성한 이 시나리오는 우리 주택시장의 미래이기도 하다.

이데일리는 신문 창간 1주년을 맞아 ‘주택시장 대예측-10년 후를 대비하자’ 기획을 통해 건설업계 및 협회·학계·연구기관·금융권 등 건설·부동산 리더 25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1.5%는 10년 뒤 주택시장은 지금처럼 투자 수요가 몰리는 곳에만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여전할 것이라고 답했다. 실수요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응답은 34.5%를 차지했다. 반면 주택의 투자 성격이 더 강해지거나(0%) 또는 정반대로 시세 차익이 전혀 의미 없어질 것(4%)이라는 의견은 극소수였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주택 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어 과거와 같은 전국적인 집값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주택시장은 인구 100만 이상 광역시와 서울 등은 집값이 완만하게 상승하고, 20만 이하인 지방 도시들은 인구 감소로 하향 안정화되는 등 지역별 편차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순 LH(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 단장은 “수요 기반 약화로 투자 수요 아닌 실수요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주거 환경이 좋은 일부 지역에 수요가 집중되는 차별화 현상이 여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또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중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의 88%가 선호하는 주택형은 지금처럼 중소형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반대로 중대형 주택의 희소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대답은 12%에 불과했다. 1·2가구의 확산으로 과거 시장 호황기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중대형 주택이 지고 중소형이 시장의 주류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 좌초 등으로 위기에 빠진 도심 개발은 그동안의 대규모 전면 철거 방식에서 보존과 재생 중심의 개발로 무게를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 10년 뒤 중요도가 가장 커질 것으로 보이는 도심 개발 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0%가 도시 재생사업을 택했다. 부분적으로 주택을 개·보수하는 리모델링(20%)과 지역별 특색을 감안한 맞춤형 개발(12%)이 뒤를 이었다. 반면 현재 주류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는 답변은 응답자의 8%에 그쳤다.

송두한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금융연구실장은 “국내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고비용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며 “향후 도시 개발계획은 과거의 방식이 아닌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남종 서울연구원 주거재생연구센터장은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소단위 정비사업이 증가하고 고효율·저비용의 에너지 절감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도시개발사업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시장의 장기 안정화를 위해 현재 정부가 우선해야 할 정책 방향은 무엇일까. 응답자의 40%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를 꼽았다. 이어 공공 임대주택의 공급 확대(31%), 주택 수급 조절(20%), 분양가 상한제 폐지(6%), 전월세 상한제 도입(3%) 순이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앞으로의 국내 주택시장은 집값 상승 여부에 따라 투자 수요의 강도가 달라지는 부침이 있겠지만 그 변동성은 고성장기에 비해 둔화될 것”이라고 10년 뒤 미래상을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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