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블록체인 탐방]팬임팩트 "사회복지 투자 파이 키운다…중앙정부도 주목"

2편, 팬임팩트코리아 <下>
곽제훈 대표 인터뷰 "정부·지자체 SIB사업 속속 나올듯"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적합…언젠가 변화 있을 것"
해외에선 국제개발협력에 적용한 DIB 등 진화 계속
  • 등록 2018-03-12 오전 6:00:00

    수정 2018-03-12 오전 6:00:00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가 서대문에 있는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공익사업에 관심이 많았다는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는 호주에서 살고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한국에서 군대 복무를 마쳤고 높은 연봉에 보장된 증권사 생활을 접고 임팩트 투자의 길로 들어선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돌아 다니며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사업을 독려했지만 정작 SIB가 가지는 단점을 깨닫고 스마트 계약을 결합하기 위해 스스로 프로그래밍과 코딩을 공부하고 해외 개발자 커뮤니티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11일 서대문에 있는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가진 곽 대표는 시종 SIB와 스마트 계약이 결합된 스마트 SIB의 가능성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내비쳤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스마트 SIB를 차례로 도입할 것으로 자신했고 국내 최대 법정 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어느 시점에는 관심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곽 대표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스마트 SIB 개념부터 설명해달라.

△유동화가 불가능한 SIB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 개념을 가져왔다고 보면 된다. 우연히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알게 돼 스마트 계약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파고 들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했고 자료가 없어 해외 개발자 커뮤니티를 뒤져 가면서 직접 코딩을 배웠다. 기존 투자계약을 1110만개로 쪼개 투자금에 비례해서 현금을 줬던 초기 투자자에게 발송했다. 이들이 다른 투자자들에게 스마트 계약을 맺어 유동화할 수 있도록 맡기고 마지막에 계약을 가진 투자자에게만 상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초 암호화폐공개(ICO)로 유동화할 생각도 있었지만 공공사업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국가가 금지하는 ICO 방식을 쓸 순 없었다. 특히 암호화폐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가격 등락이 생겨 투자자들에게 좋지 않은 만큼 현금으로 받고 현금을 돌려주되 권리만 유통하는 하는 스마트 SIB 방식이 장점이 크다고 봤다.

-SIB가 생소한 개념이다보니 투자자 모집에서 어려움이 있었겠다.

△지난 2010년 처음으로 생겨난 새로운 예산집행 방법론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에야 처음으로 도입됐고 이것이 아시아권에서 최초였다. 그러나 일본도 우리를 본따 작년에 SIB를 시작했고 중국도 사업을 시작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초기에 민간투자자를 모집할 때 어려움이 컸다. 보통 투자자를 모집할 때 사업 내용을 따지는데 우리는 SIB 개념부터 설명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관심있는 투자자나 기업을 만나긴 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기부를 원하지 투자를 원하지 않았다. 공익활동에 투자하면 비난을 받는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스마트 SIB사업을 성공하면 그 만큼 향후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더 늘어나는 선순환 효과가 있다.

-그래도 첫 사업 이후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을 듯하다.

△그렇다. 지금은 중앙정부부터가 관심을 크게 갖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특히 적극적인데 이를 중요한 과제로 확산시키고자 하고 있다. 지자체들도 자주 연락해와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교육이나 강의, 사업 기획을 요구하곤 한다. 다만 아직은 스마트 SIB에 대한 제도나 법적 근거가 없는 곳이 많은 만큼 활성화하는데 다소 더딜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올해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내년에는 새로운 지자체 사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투자주체가 나설 가능성은 있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업 기부금으로 조성되는 자금이다보니 리스크를 쥐고 가도 되기 때문에 단순히 시혜성 사업보다는 임팩트 투자나 SIB사업을 하기에 적합하다. 복지영역에서라도 이런 방식으로 투자한다면 선순화도 가능하다. 물론 공동모금회 자체가 보수성이 있는데다 연(年)단위로 자금을 끊어서 집행하는 만큼 SIB가 생소할 순 있지만 언젠가는 변할 것이라고 본다.

-처음 서울시를 설득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겠다.

△2011년에 처음으로 서울시에 SIB를 제안했는데 서울시가 당초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 2년 정도 지체됐다. 2013년부터 다시 논의가 시작돼 각 부서를 돌며 설득작업을 벌였는데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그래서 시의회를 찾아가 조례를 만들자고 설득했다. 그렇게 조례가 통과되자 서울시 아동복지 관련 부서에서 처음 관심을 가져준 것이다.

-스마트 SIB는 스마트 계약이 어떻게 실물경제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스마트 계약의 효용성을 어떻게 보고 있나. 다른 어떤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가.

△굉장히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 스마트 SIB 역시 임팩트 투자 전체로 확장되길 바라고 있다. 유동화를 통해 임팩트 투자 위험을 낮출 수 있고 블록체인을 활용함으로써 유동화하는데 들어가는 수수료도 1만원 정도만 썼다. 특히 블록체인이 가지는 장점 덕에 정보를 보존하거나 기록해야 하면서도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하는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SIB도 진화하고 있을텐데, 최근 해외 사례는 어떤가.

△해외에서는 SIB를 넘어 이미 개발성과연계채권(DIB)까지 등장했다. 국제 개발협력사업이나 공적개발원조(ODA)사업에 SIB를 차용한 것이다. DIB에 대해서는 우리 외교부나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SIB가 처음 시작된 영국에서는 이미 10건 이상 성공사례들이 나왔는데, 환경보호나 수몰지역 대책사업 등이 SIB로 진행됐다. 이스라엘에서는 대학생 중퇴율을 낮추는 사업이, 핀란드에서는 공무원 병가를 줄이는 사업이 추진되는 등 사업내용도 다양해지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은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하는가.

△서울시가 1호 이후 후속사업을 기획하고 있고 지방선거 이후 하반기에 기획안이 올라오면 다른 지자체에서도 내년부터 스마트 SIB를 진행할 것으로 본다. 최근 행안부에서 SIB 아디이어 경진대회를 열었는데 어린이 장애 예방사업을 기획한 부산시가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우수상을 받은 서울시는 청년 일자리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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