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生 자막시대②]'강호동 빨강색, 이승기 민트색'...자막에도 인물색 있다?

'1박2일', '무한도전' PD가 말하는 자막 제작 후일담
  • 등록 2008-06-10 오후 12:43:16

    수정 2008-06-10 오후 12:48:27

▲ MBC '무한도전'과 KBS 2TV '해피선데이' '1박2일'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은초딩’,’ 허당 승기’에서 ‘하찮은 박명수’, ‘무한 재석교’까지...

KBS 2TV '해피선데이’ ‘1박2일’과 MBC ‘무한도전’은 위에서 열거한 남다른 자막의 맛으로 시청자들을 사로 잡고 있다. 특히 ‘1박2일’은 강호동은 빨강색, 이승기는 민트색 등 6명의 출연진마다 자막의 색깔까지 배정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캐릭터와의 일체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의 백미인 자막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예능계 자막의 절대 고수라 할 수 있는 ‘1박2일’의 이명한 PD와 나영석 PD, 그리고 ‘무한도전’의 조욱형 PD에게 자막 제작에 관한 후일담을 전해 들었다.

-자막은 누가 쓰나?

“세 명의 PD가 나눠서 쓴다. ‘1박2일’은 50분 방송인데 이를 세 명의 PD가 상황에 따라 분배해 자막을 맡는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맞추려 노력은 하지만 서로가 쓴 자막은 크게 터치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칸막이 처리 된 B4 용지에 자신이 생각하는 자막의 내용을 볼펜으로 적거나 컴퓨터로 타이핑 해 CG담당자에게 넘긴다”(‘1박2일’ 나 PD)

“우리도 4~5명의 피디가 60분 분량의 프로그램을 나눠 자막을 맡는다. 자막의 일관성이 무너질 수 있는 위험도 있지만 혼자서 자막을 맡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무한도전’ 조 PD)

-자막 제작에 걸리는 소요 시간은?

“자막 하나 뽑기 위해 5~10분 고민은 다반사다. 나 같은 경우는 10분 정도 분량의 자막을 쓰는 데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그리고 자막에 CG가 합쳐진 결과물을 확인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50분 짜리 프로그램에 한 10시간 정도 소요되지 않나 싶다.” (‘1박2일’ 이 PD)

“자막은 글짓기랑 비슷해 안 풀릴 때는 1분 자막 쓰는데 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일주일 내내 잡고 있을 때도 있다.”(‘무한도전’ 조 PD)

-자막 제작에 따른 남모를 고충은?

“양적으로 힘들다. 요즘은 3~4초만 자막이 비면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들어 뭐라고 하나 넣어줘야 할 것 같은 불안감까지 느끼고 있다”('1박2일' 나 PD)

“새로움에 대한 압박이 가장 크다. 가령 박명수의 경우 ‘하찮은’이라는 콘셉트가 너무 강해 모든 상황이나 자막이 이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벗어나기가 힘들다. 기존 틀을 벗어나는 것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 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요즘 부쩍 많이 느낀다”('무한도전' 조 PD)

- 좀 더 좋은 자막을 얻기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하나.  

“노력이라고까지 할 건 없고 밤을 새워 편집을 하다 보면 머리가 멍해 아이디어가 안 떠오른다. 그래서 머리를 맑게 할 시간이 필요한데 나 같은 경우는 편집실을 박차고 나가 누굴 붙잡고 말을 하며 뇌를 깨우곤 한다. 그래야 좀 더 생생한 자막이 나오니까 말이다.(웃음)” ('1박2일' 나 PD)

- ‘1박2일’과 ‘무한도전’의 자막은 좀 독하기도 하고 기존 캐릭터와 상반된 이미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자막에 대한 출연자들의 불만이나 시청자들의 항의는 없었나?

“출연자들의 경우는 없다. 다들 워낙 형제 같아서.(웃음) 항의는 시청자들이 게시판을 통해 종종 올리곤 한다. 가령 박명수를 ‘하찮은’이라고 자막에 쓰는데 몇몇 시청자분들이 그래도 출연진 중 나이가 제일 많은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냐고 꾸짖는 식이다. 물론 일리 있는 말씀이지만 프로그램 출연진들끼리 너무 친하고 또 자막도 ‘동네형에게 편하게 말하 듯’이 콘셉트인만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무한도전' 조 PD)

-제작진이 생각하는 최고의 자막은?

“‘무한도전-무인도편’에서 정준하가 땀을 뻘뻘 흘리며 코코넛 열매를 나무에 부딪쳐 과즙을 마시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장면의 자막을 뭐라고 써야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런데 김태호 PD가 와서 ‘망나니 막걸리 마시 듯’이라고 아이디어를 줬는데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무한도전' 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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