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창조경제는 무임승차가 아니다

  • 등록 2013-06-10 오전 7:55:55

    수정 2013-06-10 오전 8:00:25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목표 중 가장 핵심정책은 ‘창조경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한국 경제의 질적 도약을 위해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인데 ‘일자리’, ‘중소기업’,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중소기업을 내세워 창조경제의 주역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소기업이 만든 블루오션은 어느새 대기업의 들어와 이들만의 리그로 끝나기 일쑤다.

최근 제습기 시장은 이러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업계 1위인 위닉스는 원래 열교환기를 대기업에 납품하던 회사다. 이 기술을 응용, 제습기를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에어컨에서 제습 담당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발 빠르게 블루오션을 개척해낸 것이다.

마침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하면서 소비자들은 제습기를 필수 가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국내 제습기 시장규모는 2009년 112억원에서 2012년 1529억원, 2013년에는 4000억원까지 성장을 전망했다.

사정이 이렇자 웬만한 가전 업체는 모두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과 LG는 물론, 생활가전기업 대다수는 제습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 치열한 결전장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비방전도 난무하고 있다.

그나마 위닉스는 부동의 업계 1위인 데다 시장이 크게 팽창하면서 사정이 나은 편이다. 유례없던 침구살균청소기를 만들어낸 부강샘스 레이캅이나 로봇청소기 시장을 개척 중인 마미로봇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가능성을 본 후발 주자들이 밀려오면서 상대적으로 힘든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침구살균청소기는 의사 출신인 이성진 부강샘스 대표가 ‘치료보다는 예방’이라는 기치를 내세우며 반대를 무릅쓰고 고집스럽게 개발한 제품이다. 특허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유사 제품이 잇따라 출시돼 부강샘스는 일찌감치 해외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미로봇 역시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일본, 홍콩, 중국, 미국, 독일 등 해외에 9개 지사를 두고 판로를 개척중이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치열한 경쟁은 필요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몇 년을 거쳐 어렵게 기술 개발한 제품을 대기업이란 인지도를 내세워 무임승차하려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창조경제는 뚜렷한 전략 없이 숟가락을 얹는 얄팍한 상술이 아닌 미래 먹거리를 위해 창의와 혁신을 통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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