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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변월룡(1916∼1990). 우리가 그를 발견한 건 세상을 떠나고 한참 뒤였다. 2016년에 처음 그림을 걸었으니. 탄생 100주년이란 타이틀만 간신히 건졌다. ‘뺀 봐를렌’이란 이름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러시아 국적의 고려인 화가. 말이 좋아 고려인이지 남에선 외면, 북에선 추방당하는 비운의 삶을 살았다.
‘평양 대동문’(1953)은 초기 풍경화. 6세기 중엽 고구려 수도 평양성 내성의 동문으로 세웠다는 그 대동문의 1950년대 버전인 셈이다. 그 시절 전경을 사료처럼 옮겨냈다. 사실 변월룡의 무기는 인물화다. 뛰쳐나올 듯 꿈틀대는, 생생한 표정의 유·무명인이 그의 붓끝에 머물렀다. 대동문 광장에 흩어진 그 얼굴들을 선명히 볼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