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증권사 기업금융(IB)과 벤처캐피탈(VC)투자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국이 어려워지면서 해외 투자는 전면 중단됐고, 지방 투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증권사 IB 대체투자의 경우에는 주요 투자자였던 기업들이 유동성 고갈에 처한 상황이라 딜 소싱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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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해외 출장이 어려워지면서 해외 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심사역들은 사후 관리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포트폴리오 기업 주주총회는 컨퍼런스 콜로 대체하고 있지만, 현지 실사를 나가지 못하면서 신규 투자에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통상 해외투자를 진행하는 VC들은 최소 1분기에 1회 이상 해외에 나가지만, 연초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올해 1분기는 신규 투자가 어려워졌다. VC 신규 투자금액 중 해외·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으로 약 30% 수준에 달해 무시할 수 없는 투자처다.
국내지만 지방의 경우엔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를 내달로 미룬 곳이 많다. 국내 한 액셀러레이터 심사역은 “국내 딜의 경우에도 지방의 경우에는 멈춰있는 것들이 많다”며 “진행중인 것들도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투자금 납입 기한도 뒤로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투자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후속 라운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는 게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역 특화된 펀드를 가지고 있는 VC들의 고민도 크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왔던 대구·경북 등에 상대적으로 포트폴리오가 많아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작년 대구와 부산, 울산, 광주, 대전 5대 광역시가 신규 벤처 투자액에서 차지한 비중은 11.0%였다. 한 VC 대표는 “포트폴리오 기업을 방문하려 했지만 해당 지역에서 최근 확진자가 또 나오면서 갈 수 없게 됐다”며 “투자와 사후관리 모두 위축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실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투자 자체를 보수적으로 하는 분위기도 깔려 있다. VC업계 한 임원은 “해외 출장을 나갈 수 없으니 해외투자가 동결된 상황”이라면서 “동시에 경기 둔화 우려가 큰 만큼 투자를 더 신중하게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자금경색에 투자해줄 곳 줄어
딜 소싱을 한다 해도 정작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곳들이 예전같지 않다. 한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출장이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투자자들의 자금경색 때문에 신규 딜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며 “시장이 정상화 되는 것을 보고서 추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금융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당장 자산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해외 딜은 멈췄고, 리테일이나 호텔의 경우 수요 감소로 인해 관련 딜이 보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외 딜의 경우에는 환 헷지(hedge)를 했다면 최근 달러 급등으로 최근 수익률이 줄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IB업계에서는 이번 상황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경제위기 직후에 결성된 펀드들이 실적이 좋았다”며 “경제위기가 오고 나서 일정 시점이 지나고 나면 기업가치가 내려가 있어서, 그 시점에 투자한 것들이 성적이 좋아 냉정하게 접근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