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오른 촉법소년 이야기…유쾌함 속 묵직한 질문

[리뷰]국립극단 연극 '소년이 그랬다'
어린이청소년연구소 개소 10주년 기념작
촉법소년의 딜레마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
이문식 5년 만의 연극 무대 복귀 '눈길'
  • 등록 2021-06-03 오전 6:00:00

    수정 2021-06-03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중학생 민재와 상식은 오늘도 시시껄렁한 장난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상식의 신발을 빼앗아간 폭주족 ‘돼지’를 향해 소심한 복수를 펼치던 이들은 육교 위에 올라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돼지를 향해 돌을 던진다. 그러나 그 돌은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차 유리창을 깨고 운전자를 가격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

연극 ‘소년이 그랬다’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지난달 21일부터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 중인 청소년극 ‘소년이 그랬다’는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촉법소년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다. 청소년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촉법소년을 규정한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년이 그랬다’는 촉법소년 문제를 다각도에서 바라보며 관객으로 하여금 이 문제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

작품은 호주에서 청소년들이 고속도로에서 던진 돌에 트럭 운전사가 숨진 실화를 극화한 톰 라이코스, 스테포 난쑤의 ‘더 스톤즈’를 원작으로 한다. 2011년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개소 작품으로 초연했고, 올해 연구소 개소 10주년을 맞아 재공연에 올랐다.

촉법소년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다루지만 작품 분위기는 청소년극 특유의 유쾌함으로 가득하다. 강렬한 드럼 비트와 전자기타 사운드가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10대들의 열정적인 에너지를 표현한다. 무대 위에 등장하는 배우는 단 2명. 이들은 중학생 민재와 상식, 그리고 형사 광해와 정도의 1인 2역 연기를 각각 소화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마냥 신나기만 한 공연은 아이들의 뜻하지 않은 살인 사건 이후 무거운 분위기로 반전되며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형사 광해와 정도가 아이들의 처벌 수위를 놓고 논쟁하는 장면은 촉법소년 문제를 보다 깊이 있게 고민하게 만든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맞아 죽은 사람이 당신의 아버지라 해도, 가해자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무죄로 할 수 있느냐”는 정도와 “그 가해자가 당신의 열네살 짜리 딸이라면 어떻겠냐”고 반문하는 광해의 대립은 촉법소년이 가진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연극 ‘소년이 그랬다’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그렇다고 작품이 촉법소년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두 소년은 법정에서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의 아내와 마주하며 복잡한 감정을 난생 처음 느낀다. 더 이상 예전처럼 시시껄렁한 장난은 치기 어려워진 두 소년의 모습에선 모두가 겪어야 하는 성장통의 아픔이 잘 드러난다.

연출가 남인우가 초연에 이어 이번 재공연의 연출을 맡았다. 그는 “청소년극은 청소년을 위한 연극이기도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청소년’이라는 계층이 지닌 문제점들이 한국 사회의 모든 인간상을 전부 담고 있기 때문에 예술가들에게는 굉장히 흥미롭고 중요한 지점이 있다”며 “10년이 지난 지금 이 작업 안에서 한국 사회에 어떤 의문과 파장을 던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배우 이문식이 상식·정도 역으로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라 열연을 펼친다. 이문식과 함께 배우 남수현이 민재·광해 역으로 B팀을 이뤄 함께 호흡을 맞춘다. A팀은 배우 윤동원(상식·정도 역), 김우진(민재·광해 역)으로 꾸려졌다. 오는 13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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