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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계에서 그의 이름 석자가 지니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대한항공),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배달의 민족), “아빠는 콘덴싱 쓰잖아”(경동나비엔 보일러), 그리고 “쓱”(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까지. 수많은 히트 광고가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또 칸 국제광고제, 스파이크 아시아 등 유력 국제 광고제에서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황보현 전(前) HS애드 CCO(Chief Creative Officer, 최고 창의력 책임자) 얘기다. HS애드는 LG 계열의 종합광고대행사다. 그는 최근 AI 소프트웨어 개발 중소업체인 솔트룩스로 자리를 옮겼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도전 보다는 안정을 택한다. 변화하기 보다는 안주한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정 반대였다. “연봉도 깎였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그에게 파격적인 변신의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인간 고유의 영역인 창의력의 끝을 실험해보고 싶어서”였다. “말하자면 일상 탈출이자 적과의 동침이라고 하겠다. 그동안에는 AI를 인간의 창의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여겼다. 적으로 여긴 AI를 직접 알기 위해 이 업계에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직장은 바뀌었지만 CCO라는 직책은 그대로다. 우리말로 하면 ‘최고 창의력 책임자’다. 남과 다른 기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광고 제작의 핵심이다. 이전 회사에선 광고라는 제작물의 창의력을 도맡아왔다면, 앞으로는 회사 전반의 창의력을 책임지게 된다.
그는 “AI 개발의 최대 과제는 가장 인간과 닮은 로봇을 구현해내는 것이다.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에 도전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황 CCO는 당시 이 대결을 지켜보면서 ‘인간의 창의성에 도전한 AI’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솔트룩스는 1979년 설립된 언어처리·기술번역 전문기업 ‘모비코인터내셔널’이 모체다. 2003년 모비코인터내셔널과 언어정보처리전문기업 ‘시스메타’가 합병하면서 언어 번역 소프트웨어 업체로 길을 걷게 됐다. 2005년 사명을 솔트룩스로 변경한 이후 검색엔진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지난해 매출 120억원을 올렸으며 올해는 매출 2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10년 이상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에바(EVA)’를 통해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에바는 개별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학습해 발전하는 생활맞춤형 도우미 역할을 하는 AI다. 1990년대 나온 가상애완동물 ‘다마고치’와 유사하다. 개인마다 서로 다른 고유 인공지능을 소유하는 개념이다.
황 CCO는 “광고업계에서 제품이 고객에게 줄 수 있는 편의는 무엇이며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훈련을 해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CCO의 가운데 ‘C’는 컨슈머(Consumer, 소비자)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황 CCO는…
△1962년 서울 출생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前 HS애드 최고 창의력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칸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 은상 △뉴욕 국제 광고제 금상 △뉴욕페스티벌 심사위원 △애드페스트 심사위원 △칸 광고제 심사위원 △이화여대 겸임교수 △솔트룩스 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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