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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호주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들…일자리 잃고 귀국길도 묘연

코로나19 확산세에…호주 정부 "비필수시설 문 닫아"
졸지에 일자리 잃은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생계 걱정"
현지 사재기 극성에 생필품 구하기가 막막해
비행편 없어 귀국 어려워…"전세기 보내달라" 청원
  • 등록 2020-04-05 오전 9:20:18

    수정 2020-04-05 오전 9:20:18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워킹홀리데이(일과 함께 어학연수를 동시에 하는 프로그램)의 성지`로 불리는 호주를 찾았던 청년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호주 정부가 `봉쇄(셧다운)` 조처를 내렸기 때문이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들이 주로 일하는 식당이나 카페는 문을 닫았고 사재기가 일어나 생필품을 구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국외 항공편 운항이 중단되면서 한국으로 되돌아갈 길도 막막하다.

호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비필수 시설의 폐쇄를 명령함에 따라 지난달 23일 시드니의 명물인 오페라 하우스가 적막한 분위기에 싸여있다. (사진=EPA연합뉴스)


호주 ‘셧다운’…일자리에 사재기 걱정까지 한숨

호주 정부는 자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정오를 기점으로 셧다운을 선언했다. 이 때문에 식당이나 술집, 카페, 영화관, 헬스장 등 호주 전역 상당수 다중 밀집 시설은 모두 휴업에 들어갔다. 그나마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면서 음식을 포장 판매하는 식당·카페와 생필품을 파는 마트는 문을 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자 이곳에서 일하던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들은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호주 시드니 인근의 이모(27)씨는 “갑자기 일하는 레스토랑이 문을 닫으면서 무기한 출근 정지 통보를 받았다”며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중 `캐주얼 잡(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이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셧다운 기간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자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들은 생활비 걱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현지 언론에선 이러한 조치가 6개월 이상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호주는 한국과 비교해 최저 시급이 높은데, 그만큼 집 임대료나 생필품 물가도 비싸다 보니 미리 벌어놓은 돈이 없는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들은 당장 생계가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왔다는 최모(25)씨는 “그동안 영어도 배우면서 호주에 적응을 마쳐 일자리를 구할 생각이었지만, 코로나19로 모든 계획이 뒤틀렸다”며 “일자리를 구하려고 돌아다녀도 매번 헛걸음만 하고, 겨우 이력서를 낸 곳은 연락조차 없다”고 성토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심을 떠나 공장이나 농장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한국과 달리 호주에선 쌀이나 밀가루 등 일부 품목에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생필품을 구하는 것도 힘들다. 특히 두루마리 휴지는 거의 모든 대형마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씨는 “품목당 판매 개수를 제한하면서 사재기 현상은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면서도 “아직도 두루마리 휴지는 귀한 물건”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호주 시드니의 레스토랑들이 테이크아웃(포장 음식) 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지난달 26일 한 레스토랑의 식탁 주변에 차단 테이프가 쳐져있고 손님들은 서서 주문한 포장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한국으로의 탈출도 쉽지 않아…“전세기 보내달라”

이 같은 상황에 부딪혀 워킹홀리데이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른바 ‘탈출’마저 쉽지 않다. 호주가 영주권자·시민권자 이외의 입국과 자국민의 출국을 금지하면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도 정기 운항을 중단한 탓이다. 최근까진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방법이 남아 있긴 했지만, 점차 외국인의 입국을 막는 나라가 늘어나는 탓에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

그러다 보니 한국으로 들어오는 임시 항공편을 예약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최근 호주 시드니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임시편 비행기는 예매가 시작된 지 10분 만에 모든 좌석이 매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구하지 못한 여러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들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청와대 홈페이지엔 “호주·뉴질랜드 유학생과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소지한 국민을 위한 전세기를 보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작성자는 “현재 호주는 정부의 법령에 따라 많은 시설이 셧다운한 상태로, 일자리가 없어 당장 사는 게 막막한 실정”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 글엔 열흘 사이 1만3000여명이 동의했는데, 이와 유사한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3일 “농장에 일하러 가는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들은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으므로 이동 전 자가 격리부터 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관광객과 외국인 유학생들은 자국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호주는 5일 현재 5550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이 중 30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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