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쓰나미 할퀸 자리 '희망의 숲' 우거져…日 센다이

점점 박힌 260개 소나무섬의 향연 '마쓰시마'
천년고찰 즈이간지·붉은 다리 고다이도 사당
대폭포·전통공예의 조화 '아키우' 등
  • 등록 2015-05-06 오전 6:40:00

    수정 2015-05-06 오전 6:40:00

일본 센다이 마쓰시마만에서 꼭 들러야 할 명소로 고다이도 사당이 꼽힌다. 일본 여느 유적지처럼 이곳에도 신을 깨우는 종이 있는데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까지 한 차례씩 종을 쳐 신을 깨우고 소원을 빈다. 사당을 연결한 붉은 다리가 인상적이다(사진=박종민 기자).


[센다이(일본)=이데일리 박종민 기자]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 2011년 3월 이후 이곳의 시간은 멈췄다. 거대한 쓰나미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검은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폐허나 다름없었다. 그로부터 4년. 다행히 깊은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 희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파도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잔잔하고 차분했다. 예전과 같은 모습은 아닐지라도 아름다운 바다에 잘 어울리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해안가 마을도 다시 들어섰다. 미야기현의 중심인 센다이시는 숲의 도시다. 히로세강이 도시 전체를 관통하며 흘러 자연과 현대적 도시의 앙상블이 이채롭다. 또 도호쿠지방 최고의 도시답게 전통의 다채로운 볼거리까지 간직하고 있다.

◇日 3대 절경 마쓰시마 ‘아름다운 섬들의 향연’

마쓰시마에는 천년 고찰 즈이간지가 있고, 일본 3대 절경 중 하나인 고다이도가 있어 관광객에게 인기있는 곳이다. 일본 3대 절경이라면 고다이도를 비롯해 히로시마의 미야지마, 교토의 아마노하시다테를 꼽는다. 828년 창건 후 1604년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한 고찰 즈이간지의 입구는 키 큰 삼나무가 양쪽으로 쭉 뻗어 있어 그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마치 한국의 전북 부안 내소사에서 보던 전나무길 같다. 이곳은 천황과 영주만이 드나들 수 있었다는 나카몬(중문) 등 국보를 2점이나 보유하고 있다. 그중 하나인 본당 건물은 세월을 입은 나무 색이 배어나와 단아하면서 깊은 멋을 준다.

고다이도 사당에서 종을 친 후 신에게 소원을 비는 현지 관광객의 모습(사진=박종민 기자).


즈이간지 입구에 있는 작은 나무다리를 건너면 고다이도다. 고다이도에는 2개의 붉은색 다리로 연결한 사당이 있다. 12간지를 이용해 방향을 표시한 것이 이색적이다. 역시 이곳에도 일본 여느 유적지처럼 신을 깨우는 종이 있다. 사람들은 한 차례씩 종을 치며 신을 깨우고 소원도 빈다. 사당은 마쓰시마만의 태평양을 조망하며 절경을 감상하는 명소이기도 하다. 마쓰시마카이간역에서 도보로 7분이 걸리는 고다이도는 연중무휴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마쓰시마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소나무 섬이다.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에 소나무가 빼곡해서 붙은 이름. 한자로도 송도(松島)라 쓴다. 둘레 16㎞의 원뿔형처럼 생겼다. 한국과 비교하면 남해와 비슷한 경치다. 가쓰라도, 니오도, 오오모네도, 고모네도, 가네도, 고마도 등 260여개의 섬이 바다를 수놓고 있다. 일본의 다도해인 셈이다. 섬마다 나이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늙은 소나무들이 조화를 이뤄 남다른 절경을 뽐낸다.

마쓰시마만 260여개 섬 가운데 하나. 터널식으로 돼 있는 독특한 구조가 이채롭다. 260개 섬 중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꼽힌다(사진=박종민 기자).


◇공예와 대폭포가 이루는 조화 ‘아키우’

센다이는 온천으로도 명성이 높다. 특히 아키우. 시내에서 50여분 떨어진 곳에 있는 아키우 온천은 일본 3대 명온천으로 꼽힌다. 아키우 온천이 발견된 때는 6세기 중반. 다테가문의 목욕탕으로 관리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아키우 여행길의 으뜸은 아키우 대폭포다. 낙차가 55m, 폭이 6m에 이르는 거대한 위용 때문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죽는다. 그런 탓인가. 관광객들은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하지만 위험하다며 폭포 바로 아래 지역은 통제하고 있었다. 섭섭한 마음을 아키우 대폭포로 가는 길에서 발견한 특이한 나무 한 그루에게로 돌렸다. 동전이 무수하게 꽂혀 있는 나무. 사람들은 이곳에서 그들의 신에게 복을 기원했단다.

아키우 대폭포 인근 숲의 ‘동전나무’. 숲의 신에게 복을 기원하는 관광객이 무수히 동전을 꽂았다(사진=박종민 기자).


아키우는 공예마을도 유명하다. 수공예 전통장인의 솜씨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현재 9개의 공방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이곳에서는 ‘고케시’를 제작한다. 고케시는 도호쿠지방의 전통 목각인형을 말한다. 11계통 중 5계통(나루코, 도갓타, 야지로, 사쿠나미, 히지오리)을 이곳 공예마을에서 제작한다. 오가쓰 벼루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원래 미야기현은 일본 벼루의 최대 산지로도 명성이 높다. 600여년 전 오가쓰에서 연석이 발견되면서부터다. 400여년 전통의 나루코 칠기도 이곳 공예마을의 특기다. 고케시를 비롯해 에도팽이의 채색, 손수건 염색, 젓가락 옻칠, 나뭇결 장난감 제작, 매목세공, 센다이 장롱, 자연목가공 등 다양한 옻칠기 공예목제품을 만날 수 있다.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장인 곁에서 제작 모습을 지켜보거나 공예체험도 할 수 있다. 입장료는 없다.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의 모습.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시선을 고정한 채 작업에만 몰두했다(사진=박종민 기자).


◇여행메모

△가는길= 센다이역에서 마쓰시마해안역까지는 JR센세키선을 이용하면 된다. 이시노마키행 쾌속으로 25분, 보통으로는 35분이 걸린다. 요금은 같다. 택시를 이용하면 센다이역~마쓰시마는 약 40분 소요, 비용은 약 6300엔이다. 센다이시에서 아키우는 버스로 50분~1시간 10분 내외 정도 소요된다. 센다이시에서 아키우 온천까지는 40분 정도가 걸리고 대폭포와 공예마을까지도 멀지 않다.

△먹거리= 마쓰시마는 어시장과 굴집 등이 유명하다. 특히 굴이 제철을 맞는 10월부터 3월경까진 더욱 신선한 굴을 맛볼 수 있다. 아키우의 먹을거리로는 아키우 도리아를 꼽는다. 현지에서 나는 채소와 잡곡을 한데 조화시킨 음식이다. 대표음식으로 규탕야키도 빼놓을 수 없다. 우설(소의 혀)을 하루 동안 푹 재운 후 두껍게 썰어 센 불에서 구워내는 요리를 말한다.

우설(소의 혀)로 만든 규탕야키. 일반 소고기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맛은 조금 독특하다(사진=박종민 기자).


△볼거리= 오사키하치만궁도 들를 만하다. 다테 마사무네에 의해서 축조돼 1607년(게이초 12년)경에 완성한 오사키하치만궁은 현존하는 모모야마양식의 건축물로는 가장 오래됐다. 1903년 중요 문화재로 지정된 것을 1952년 국보로 승격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자신의 신체도 정갈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여성들은 자신이 처녀임을 알리는 머리장식을 한다. 오사키하치만궁 내에는 액땜나무도 있는데 운세가 좋지 않은 관광객은 악운패를 만들어 나무에 매단다. 이들의 악운은 매년 1월 14일 마쓰타키마쓰리(돈토마쓰리)에서 한꺼번에 불태운다고 한다. 이 의식 때는 2000여명의 알몸 참배객을 비롯해 하룻밤에 10만여명이 북적인다. 오사키하치만궁은 연중무휴,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센다이역에서 버스로 20분 거리.

오사키하치만궁 내 여직원은 자신이 처녀임을 알리는 독특한 머리장식을 한다. 신들을 모시는 장소인 만큼 직원들의 신체도 정갈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오사키하치만궁 내 액땜나무. 수백개의 악운패가 걸려 있다. 악운패는 매년 1월 14일 한꺼번에 불태워진다(사진=박종민 기자). .
오사키하치만궁 내 액땜나무. 수백개의 악운패가 걸려 있다. 악운패는 매년 1월 14일 한꺼번에 불태워진다(사진=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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