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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기념 메시지도 소비자를 향했다. 오뚜기는 창립 51주년 광고에서 ‘우리 민족은 어려울 때마다 오뚜기(오뚝이) 정신을 발휘해 왔다’면서 ‘우리 민족은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 기업들이 창립기념일이 되면 대대적으로 행사를 열고 사세를 과시하며 거창하게 자사의 경쟁력과 미래 청사진을 밝혀온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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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회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연지 씨와 달리 장남인 윤식(29) 씨는 조만간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진 오뚜기에 정식 입사하진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영상 속 다정하고 소탈한 함 회장의 모습은 대중에 큰 울림을 줬다. 와인을 마시며 딸에게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선물하는 등 포근하고 인자한 아버지의 모습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식품회사 회장님의 가족 사랑에 감동 받았다’, ‘오뚜기 제품 애용하고 있다’ 등 응원의 댓글이 이어졌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된다는 것을 뜻하는 이 사자성어는 가족과 주변을 살뜰히 챙기는 함 회장, 나아가 오뚜기의 경영관을 대변해준다. 코로나19 한파에 매출이 곤두박질치는 등 많은 기업이 경영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오뚜기가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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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기업’ 이미지에 실적도 好好
오뚜기는 지난해 매출액 2조3597억원, 영업이익 148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연결 기준 매출액 1조587억원, 영업이익 567억원 수준이던 것을 감안하면 약 10년 새 매출액은 2배, 영업이익은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매년 가격을 인상하는 경쟁사와 달리 자사 대표 상품인 ‘진라면’의 가격을 12년째 동결하면서도 얻은 결과라 더욱 뜻깊다. 함 회장은 서민들의 주머니 사장을 고려해 2008년부터 진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버느냐’에 가치를 둔 함 회장의 경영철학에 소비자들이 움직였다. 오뚜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 역시 기존 강자였던 삼양식품과 팔도를 제치고 농심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오뚜기의 실적은 여전히 견조하다. 삼성증권은 오뚜기가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179억원, 영업이익 504억원을 기록하며 컨센서스에 부합할 것이라 예상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라면 및 간편식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외식시장의 불황으로 수익성이 좋은 양념소스 등 기업간거래(B2B) 사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함 회장은 이러한 어려움을 수출 확대로 극복해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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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 경영 추구하는 함영준에 청와대도 관심
오뚜기가 감동을 안긴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초 석봉토스트가 서울 무교동에서 노숙자들에게 하루에 토스트 100개를 무료로 나눠주는 봉사를 시작하자 석봉토스트에 오뚜기에서 생산하는 소스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거래처의 애로사항을 수시로 청취하고 있으며 선친인 창업주 고 함태호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매년 심장병 어린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함 회장의 온기 어린 행보에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정부도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 2017년 7월 27~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 만찬에 오뚜기는 재계순위 100위 안팎의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15대 기업과 함께 초대받는 영광을 누렸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라며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부합하는 그런 모델의 기업”이라며 오뚜기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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