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근본처방 외면하는 기본소득 논쟁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 등록 2020-06-16 오전 5:15:00

    수정 2020-06-16 오전 5:15:00

기본소득 논의로 우리사회가 뜨겁다. 차기 대선에 출마를 희망하는 여권 인사들이 잇달아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야당 대표까지 시기상조임을 전제로 도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약속하면서 기본소득과 전 국민 고용보험 중 어느 것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하는지 논쟁까지 벌어지며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란은 더 뜨거워졌다.

스위스에서는 2016년에 전 국민 기본소득 법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고, 핀란드는 작년에 2년간의 기본소득 실험을 실패로 규정하고 포기를 선언했다. 시장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어떤 나라에서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된 적 없는 기본소득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취약한 사회안전망이 겉으로 드러나며 화두가 된 것이다.

기본소득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재원이다. 모든 국민에게 매달 30만씩 지급한다면 연 180조원이 예산이 필요하다. 스위스도 국민투표에서 국민의 77%가 기본소득 도입에 반대했다. 효과는 불확실한데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된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여권 일부에서는 증세를 통해 재원확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소득 상위 10% 계층의 소득세 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고 법인세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40%에 가까운데 기본소득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상당수 중산층의 추가적인 조세부담은 확실해 보인다.

증세만으로는 기본소득의 실현 가능성이 낮아 기존 복지제도의 통·폐합은 불가피하다. 여당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복지혜택 하향 평준화 우려”로 기본 소득을 반대하고 있다. 증세없이 기본소득 도입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기존 복지혜택의 축소로 소득 최하위 10%의 가처분소득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기본소득제 논쟁에서 제도 도입에 따른 근로의욕 저하 문제는 그다지 고려되지 않고 있는데, 향후에는 보다 심각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핀란드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중단한 것은 기본소득제도 도입으로 기대한 근로의욕 고취 효과가 기대치 이하였기 때문이다. 실업자들이 취업 후에도 기본소득을 받으면 연 근로일수가 기본소득을 받지 않는 실업자 군보다 50%이상 늘 것으로 기대했으나 8% 증가에 그쳤다. 기본소득제 도입에 따른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정당화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핀란드는 실험기간 동안 2000만유로(272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학계를 중심으로 있었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상당수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근로자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로봇세 등을 도입해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사태이후 기본소득제 도입,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 등의 주장도 사실 코로나19 확산의 경제 충격으로 인해 더욱 심각해진 일자리 참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본소득, 전 국민 고용보험 등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서 대부분 국민이 사회안전망에 기댈 필요가 없는 경제가 되어야 한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12월부터 1998년 12월까지 116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는데, 정부의 1999년 실업급여 예산은 1조 5000억원이었다. 1998년 실업급여를 받은 실업자는 20%를 약간 넘었다.

지난 달 정부의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원을 넘었고 실업급여 수급자는 전체 실업자의 50%가 넘는 67만 8000명이었다.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 20만원도 지급되었다.

아직 고용보험제도의 사각지대가 있으나 고용보험 혜택이 지속적으로 확대된 것은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재원확보, 복지제도의 전면적인 개편 등 중장기적 난제가 풀려야 하는 고용보험 전ㅍ국민 확대, 기본소득 도입 등 논란이 있는 이슈에 우리 사회가 매몰되기 보다는 경제를 살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국가의 역량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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