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주말]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중심, 대구

  • 등록 2015-05-30 오전 6:49:02

    수정 2015-05-30 오전 6:49:02

대구 경북 국채보상운동기념관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대구 사람들의 독립운동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중심에는 대구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국채보상운동 때문이기도 하다. 1904년 이래 일제는 대한제국 경제를 파탄에 빠뜨리기 위해 일본에서 막대한 차관을 도입을 강요했다. 1905년 대한제국의 문란한 화폐를 정리한다는 명목으로 300만 원을 차입하게했다. 이후 1907년까지 들여온 차관 총액이 1300만원에 달했다. 이는 대한제국의 1년 예산과 맞먹는 금액이었다.

이와 같은 일제의 경제적 예속 정책에 저항해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났다. 쉽게 말하면 국민의 힘으로 국채를 갚아 국권을 지키자는 운동으로, 1907년 1월 29일 대구에서 서상돈이 발의했다. 2월 21일자 〈대한매일신보〉에 “국채 1300만원은 바로 우리 대한제국의 존망에 직결되는 것으로 갚지 못하면 나라가 망할 것인데, 국고로는 해결할 도리가 없으므로 2000만 인민들이 3개월 동안 흡연을 폐지하고 그 대금으로 국고를 갚아 국가의 위기를 구하자”는 건의서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채보상운동은 곧 전국으로 번졌다. 2월 22일 서울에서 국채보상기성회를 설립, 그 뒤 전국에서 국채보상운동 단체 20여개가 세워졌다. 대구 중구에 자리한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은 국채보상운동에 관한 자료를 모아놓은 곳. 국채보상운동의 태동에서 확산, 일제 탄압과 좌절까지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남자들은 담배를 줄이고 부인들은 비녀와 은가락지, 은장도를 내놓은 사연, 기생과 거지, 도적까지 국채보상운동에 동참한 일화, 통감부가 국채보상기성회 간사 양기탁을 보상금 횡령이라는 누명을 씌워 구속하는 등 국채보상운동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있다. 다양한 미니어처와 모형, 역사적 사료를 통해 흥미롭게 전달해 아이들과 함께 돌아보기에도 좋다.

국채보상운동 관련 유적과 더불어 중요한 독립운동 유적이 대구 효목동 조양회관(등록문화재 제 4호)이다. 이곳은 3·1운동 이후 서상일과 대구구락부 회원 등 대구의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의 문화정치에 맞서 민중과 청년을 계몽하고, 민족 사상을 고취하기 위해 지은 서양식 교육 회관이다. 원래 달성공원 앞에 있다가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조양회관은 ‘조선의 빛이 되어라’는 뜻이다.

1922년 지은 조양회관은 당시 대구·경북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사였다. 당시 들어간 돈은 4만 3080원 50전. 일본 고등계 형사들의 집요한 방해 공작에도 서상일이 경북 성주에 있는 논과 대명동 산대못을 팔아 건축비를 충당해 가며 우여곡절 끝에 완공했다. 설계는 대구에서 건축업을 하던 윤학기가 맡았고, 건축 공사는 벽돌 공장을 경영하던 백남채의 책임 아래 중국인 기술자들이 담당했다. 압록강 근처에서 생산된 낙엽송을 사용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국체보상운동기념관
완공 후 조양회관은 대구구락부·대구여자청년회·대구운동협회·농촌 봉사 단체 등이 입주해 민족 계몽운동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 일제는 영남 지역 항일운동의 본거지로 조양회관을 지목해 조선총독부에 징발했다. 이후 대구부립도서관으로 사용되고 1940년부터 광복 때까지 일본군 보급 부대가 주둔하는 등 수난을 겪기도 했다. 지금은 광복회 대구광역시지부 회관이 들어섰다. 독립운동과 항일 투쟁 관련 사진과 유품을 전시한다.

대구 근대문화골목 코스에도 독립과 관련한 곳이 많다. 국채보상운동기념관 근처에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한 민족시인 이상화의 고택이 있다. 대구에서 태어난 이상화 시인은 1939년부터 1943년 작고하기까지 이 집에 살면서 예술혼을 불태웠다. 고택에는 시인의 작품과 생애가 잘 정리돼 그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바로 옆에 자리한 서상돈 고택은 이상화 고택과 함께 주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철거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뜻있는 시민들의 서명운동으로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진골목에도 국채보상운동에 관한 이야기가 깃들었다. 진골목은 ‘긴 골목’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이 골목에 살던 아녀자들이 국채보상운동 당시 패물폐지부인회를 결성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902년 지어진 계산성당 건너편, 청라언덕으로 향하는 길은 3·1만세운동길이다. 1919년 학생 1000여 명이 이 길을 통해 서문시장으로 나가 독립 만세를 외쳤다. 계단이 모두 90개여서 ‘90계단길’, 〈운수 좋은 날〉 〈빈처〉를 쓴 소설가 현진건이 자주 산책하던 곳이라 ‘현진건길’로도 불린다.

조양회관
향촌문화관도 돌아보자. 1912년 대구 최초의 일반은행인 선남상업은행이 있던 곳을 1950년대 향촌동 일원의 모습으로 재현했다. 지하 1층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 감상실 ‘녹향’도 있다. 서문시장 옆에 자리한 계성고등학교는 1919년 3월 전교생이 3·1운동에 동참하면서 대구·경북 지역 3·1운동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 역사적 장소다. 영화 〈용의자 X〉에서 천재 수학자 석고(류승범)가 근무하는 학교로 나오기도 했다.

칠곡도 ‘호국의 고장’이다. 왕건과 견훤의 혈투가 벌어진 곳이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당시 칠곡을 배경으로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다. 또 한국전쟁의 가장 치열한 현장 가산산성(사적 제 216호)도 칠곡에 있다.

가산산성은 해발 901m 가산에 쌓은 석축 산성. 가산면 가산리와 동명면 남원리에 걸쳐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뒤 1640년부터 축성했다. 험준한 자연지세를 이용한 조선 후기의 축성 기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산성이다. 가산산성은 내성, 중성, 외성으로 구성된다. 내성은 1640년 경상도 관찰사 이명웅이 축조했고, 1700년에 외성을, 1741년에 중성을 쌓았다. 가산산성 주차장에서 진남문을 통해 성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데, 성벽과 문 터가 소실되지 않고 남아 당시의 위용을 오롯이 전해준다. 숲이 우거져 초여름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좋다. 대구광역시청 관광과 (053)803-6511

◇여행코스

△당일 여행 코스= 국채보상운동기념관→진골목→이상화?서상돈 고택→3?1만세운동길→향촌문화관→조양회관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가산산성→국채보상운동기념관→진골목→이상화·서상돈 고택→3·1만세운동길→향촌문화관→(둘쩨날)서문시장→계성고등학교→달성공원→조양회관

◇여행수첩

△가는길=

▷기차= 서울역-동대구역, KTX 하루 70회(05:10~23:00) 운행, 약 1시간 50분 소요.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동대구(대구한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50여 회(06:00~다음 날 01:30) 운행, 약 3시간 3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www.kobus.co.kr

▷자가용= (서울 출발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북대구 IC→신천대로→국채보상운동기념관. (부산 출발) 중앙고속도로→대구부산고속도로→수성 IC→국채보상로→국채보상운동기념관

△잠잘곳= 히로텔 (중구 국채보상로, (053)421-8988, www.herotel.net), 노보텔 앰배서더 대구(중구 국채보상로, (053)664-1101, https://novotel.ambatel.com/daegu/main.amb), 호텔 인터불고 엑스코(북구 유통단지로, (053)380-0114, www.ibexco.co.kr), 리츠모텔(동구 동부로26길, (053)753-4975)

△먹을곳= 아리조나막창(막창, 수성구 지산로3길, (053)782-9323), 국일따로국밥(따로국밥, 중구 국채보상로, (053)253-7623, 벙글벙글식당(육개장, 중구 동성로3길, (053)424-7745), 옛집식당(육개장, 중구 시장북로, (053)554-4498), 낙영찜갈비(찜갈비, 중구 동덕로36길, (053)423-3330, www.nakyoung.com), 미성당납작만두(납작만두, 중구 남산로, (053)255-0742)

△주변 볼거리 = 팔공산, 동화사, 계산성당, 대구제일교회, 약전골목 등

막창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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