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대북 독자제재…실효성은 `글쎄`[광화문 한통속]

[이데일리 권오석 이유림 기자] 우리 정부가 2017년 12월 이후 5년 만에 대북 독자제재에 나섰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대북 제재 회피에 기여한 북한 개인 15명 및 기관 16개가 독자제재 대상에 추가 지정됐다. 외교 당국은 향후 추가 제재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독자제재의 실효성에 있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온다는 지적이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위협 비행과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최근 북한이 우리를 대상으로 전술핵 사용을 상정하며 전례 없는 빈도로 일련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대북 제재 회피에 기여한 북한 개인 15명 및 기관 16개를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먼저, 이번에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는 개인 15명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인 제2자연과학원 및 연봉무역총회사 소속이다. 이들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과 관련 물자의 대북 반입 등에 관여했다.

제재 대상 기관 16개는 북한 로케트공업부, 합장강무역회사, 조선승리산무역회사, 운천무역회사, 로은산무역회사, 고려항공무역회사 등 16곳을 독자제재 대상 기관으로 추가 지정했다. 이들은 △대량살상무기(WMD) 연구개발·물자 조달 △북한 노동자 송출 △선박·광물·원유 등 밀수 △제재 선박 운영 등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기여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조치를 회피하는 데 관여했다.

이번 조치는 외국환거래법에 근거한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의 의무이행을 위한 지급 및 영수허가지침` 및 `공중 등 협박목적 및 대량살상무기확산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이번에 금융제재대상자로 지정된 대상과 외환거래 또는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 및 한국은행 총재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며, 허가를 받지 않고 거래하는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환 거래 제한 조치의 경우 오는 17일 월요일 관보에 고시됨과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고, 금융거래 제한 조치의 경우에는 지금 현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그간 △2015년 6월 26일 △2016년 3월 8일 △2016년 12월 2일 △2017년 11월 6일 △2017년 12월 11일 총 5차례에 걸쳐 개인 109명, 기관 89개를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번 독자제재 대상 지정은 미국, 일본, 호주 등 우방국가의 제재 대상 지정을 교차 중첩적으로 해 나감으로써 그 효과를 배가하고 대북 제재에 있어 정책 공조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게 외교부 평가다.

외교부 관계자는 “추가적인 독자제재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취할 수 있는 준비는 하고 있다”며 “수출 통제 품목 리스트를 확대한다거나 해운 선박과 관련해 제재 조치를 확대한다든가 그런 조치들이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물론, 남북 간의 교류나 금융 거래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이러한 독자제재는 실효성보다는 상징적 조치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연이은 도발을 경고하기 위한 메시지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워낙 핵무기 고도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을 제어할 방법이 없는 가운데, 대응수단으로 내놓을 수 있는 건 상징적인 조치들 밖에 없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를 좌시하지 않겠다,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 또한 “제재의 강도 수준을 떠나서 한국 정부의 독자적 제재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면서도 “이런 걸 하나하나 모으면 국제사회에 대북 제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