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냐 임피냐 갈림길에 서다…엇갈린 고령화 해법

민간은 명퇴 유도, 공공기관은 임피제 정착
앞으론 ‘재고용·정년연장’ 확산 추진, 5월 발표
기업별 특성 달라 정부 주도 대책, 부작용 우려
“호봉제, 직무 교육, 세대 간 고용 갈등 풀어야”
  • 등록 2020-01-31 오전 5:00:00

    수정 2020-01-31 오전 5:00:0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생산가능인구가 지난해보다 23만 명 감소하는 어려움 속에 있다”며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것이다. 올해 수출과 설비 투자를 플러스로 반등시켜 성장률의 상승으로 연결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민 최훈길 이명철 김소연 기자] 인구 감소는 필연적으로 고령화 사회로 이어진다. 고령화 사회는 기업과 정부에도 부담이다. 정부는 지난 2013년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다가오자 정년연장을 60세 높여 은퇴 시기를 늦추는 방법으로 사회적 충격을 완화했다. 이를 대신 떠안은 기업들은 명예퇴직제와 임금피크제 등을 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노력 중이다.

조직 고령화 해법은?…명예퇴직 또는 임금피크제

장현우(가명·54) 씨는 지난 20일 공식적으로 28년 간의 은행원 생활을 마무리했다. 1992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서울시내 핵심 점포 지점장을 맡는 등 동기들 중에서 ‘잘 나가는’ 축에 속했지만 결국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장씨는 “회사에서 지급하는 명예퇴직금을 감안하면 1~2년 더 버티는 게 별 의미가 없어 보였다”며 “아내는 반대했지만 후배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생각에 명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작년 말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미 내보냈거나 나갈 예정인 직원 수는 2000여명에 달한다. 인력 감축이 생소한 일도 아니다. 5대 은행이 2017년부터 작년 말까지 희망퇴직으로 내보낸 직원 수는 9000명에 육박한다.

이들 은행들은 해마다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다. 그럼에도 반복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이유는 노쇠해 가는 조직에 ‘젊은 피’를 수혈해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있어야 그만큼 새 직원을 뽑을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 산하 한 연구원 소속인 임종석(가명·59) 씨는 최근 연구실로 복귀했다. 임씨는 지난해까지 부원장을 맡아 행정 업무를 책임졌다. 임 씨는 명예퇴직이냐 현업 복귀냐 갈림길에서 별다른 고민 없이 연구원으로 다시 일하기로 했다.

임 씨는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어서 일부 급여가 깎이기는 했지만 어차피 명퇴금도 많지 않아 하루라도 더 일하는 게 금전적으로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공공분야에서는 임금피크제 적용이 일반화 된 지 오래다. 앞서 근로자 정년이 2013년 법 개정으로 60세로 연장되자 공공기관은 곧바로 임금피크제를 전격 도입했다. 2015년 12월에 전체 공공기관(당시 313곳)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했다.

공공부문 특성상 많게는 수억원대의 명퇴 비용을 조달하기 쉽지 않은 데다 퇴직자 취업심사가 강화돼 과거처럼 퇴직 후 유관 업체나 민간기업에 취업하기가 쉽지 않아진 탓이다.

정부 “5~6월에 범정부 인구대책 발표”

인구 문제 관련해 정부가 내다보는 지점은 좀 더 먼 곳이다. 고령화 다음에 닥쳐오는 게 노동력 부족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대책의 일환으로 정년연장 방안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기재부는 2022년까지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는 60세(현재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을 연장하기로 하고, 기업이 △재고용(퇴직 뒤 재계약) △정년연장(65세로 정년 연장) △정년폐지(정년을 정하지 않고 계속 고용) 중에서 선택하도록 한 제도다.

정부가 정년연장을 검토하는 건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출산율 제고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아울러 수명 연장으로 고령 은퇴자들이 급속도로 증가할 전망이어서 사회적 비용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정년연장에 대한 후유증도 우려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은 정년연장을 위한 사전준비 작업이 길었고, 대부분의 기업이 정년을 연장한 뒤 정부가 제도적으로 정년연장을 했다”며 “한국은 60세 정년도 제대로 정착이 안 된 상태에서 정부가 정년연장 하드웨어 작업부터 들어가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세대간 일자리 다툼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년연장이 확대될수록 60대 근로자들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청년 신규채용은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질 좋은 일자리를 놓고 세대 간 갈등이 격화될 우려도 있는 셈이다.

공공부문부터 정년연장이 도입되면 국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인건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현행 임금 체계가 매년 자동적으로 오르는 호봉제 구조이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 평균 월급(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은 530만원, 연평균 6360만원(세전 소득)이었다. 월급은 2011년 첫 발표 이후 매년 늘었다. 올해 공무원 총 인건비는 39조원이다. 공기업 직원 평균 연봉은 7842만7000원(2018년 12월말 기준)이다.

전문가들은 긴 안목으로 조직 시스템부터 점진적으로 바뀌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인구대책은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정년연장에 앞서 저절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공무원도 호봉제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직무 구조 등 조직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 임금피크제, 정년연장을 도입하면 부작용만 생긴다”며 “직무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새롭게 하고 직무평가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11월 인구 자연증가율이 -0.4%를 기록했다. 이는 198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11월 기준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연도별 11월 기준, 단위=% [출처=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코시스]
지난해 공공기관 임직원이 40만명을 돌파했다. 2014~2018년은 연말 기준, 2019년은 3분기 기준. 단위=명 [출처=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
2018년 공기업 직원 평균 연봉이 7842만7000원을 기록했다. 2019년 평균 연봉은 현재 공표되지 않았다. 단위=원 [출처=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 평균 월급(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은 530만원, 연평균 6360만원(세전 소득)이었다. 호봉제가 적용되고 있어 월급은 2011년 첫 발표 이후 매년 늘었다. 올해 공무원 총 인건비는 39조원이다. 단위=만원 [출처=인사혁신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가 지난해 검토한 인구대책 과제. [출처=기획재정부]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사실은 인형?
  • 사람? 다가가니
  • "폐 끼쳐 죄송"
  • '아따, 고놈들 힘 좋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