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다.."韓 인구감소, 日 잃어버린 30년보다 더한 위기"[만났습니다①]

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 미국 PIIE 선임연구원 인터뷰
로봇 통한 생산성 향상은 가능하지만
소비 창출못해 수요ㆍ투자 결국 위축
3자녀 이상 낳을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주택구입비용, 여성할당제 등 필요
  • 등록 2023-06-27 오전 7:30:00

    수정 2023-06-27 오전 9:54:35

[이데일리 김경은 이다원 기자] “한국은 인구 감소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불가피할 것이다. ”

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21일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기조 발제를 마친 후 대한민국의 인구감소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했다. 이대로 가다간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더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기업의 투자 수요는 잠재적 소비 시장을 전제로 한단 점에서다. 그는 “우리는 생산자이자 동시에 소비자다. 생산력이 향상되어 로봇이 생산인구감소를 대체하더라도 로봇이 소비자인 우리를 대신 할 수 없다”며 인구의 감소는 저성장이나 디플레이션을 반드시 수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이란 거대 시장의 등장에도 일본의 투자는 30년 전보다 줄었다”며 “문제는 한국은 내수 시장이 위축될 때 중국 역시 비슷한 상황에 부닥쳐 있단 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우선 출산율의 하락세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 주택 구입비용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이 1990년대 주택가격 버블이 꺼지면서 출산율도 하락세를 멈췄다”며 “이는 현재 일본의 출산율이 한국보다 높은 이유”라고 말했다.

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2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인구절벽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로’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그러나 일본의 출산율은 1990년대에 하락세를 멈췄을 뿐 회복하진 못했다. 추가적 해법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이는 일본이 하지 못한 ‘여성에게 결혼은 나쁜 거래(Bad Deal)’란 방정식을 깨트리는 것이다. 키르케고르 연구원은 “유럽에선 고학력 여성이 일도 많이 하고 자녀도 더 많이 낳는다”며 “요즘의 고소득 국가에서는 고학력 여성과 출산율 저하의 상관관계가 바뀌었고 출산율도 회복했다”고 강조했다.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는 세 자녀 이상 자녀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통상 합계출산율은 2.1명으로, 이를 위해선 대도시에서도 세 자녀 이상 가구가 일정 비중을 유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단 것이다. 그는 “다자녀 가구를 정상적 가구로 인식하도록 사회규범을 변화시키기 위한 미디어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공공정책으로는 △주택 구입비용 지원 △파트타임제 확대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여성할당제 등을 제안했다.

△한국 저출산 연구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연구적 관점에서 한국은 매우 흥미로운 나라다. 한국은 1등이 아니면 꼴등이다. 특히 출산율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압도적으로 낮다. 왜 이렇게 낮은지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장기적으로 다른 나라에도 인구 전망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인구 방향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훨씬 더 나빠질 것이다. 한국 경제 역시 낮은 출산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혼외출산, 성 불평등, 주택 비용 등을 원인으로 꼽았는데, 이 중 가파른 하락세를 설명할 변수를 꼽는다면

-하나의 변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를 바꿀 필요는 있다. 한국에서는 평균 만33.1세의 여성들이 아이를 가진다. (이는 그가 분석한 OECD 국가 중 가장 늦은 나이다.) 결혼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낳지 않는다. OECD 평균 40%가 혼외자식이지만, 한국은 3%에 불과하다. 혼외자식은 한부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단지 결혼하지 않은 두 부모와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한국은 서울을 잘 봐야 한다. 이것이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국가 간 비교를 하려면 한국과 독일, 미국이 아니라 서울과 뉴욕, 파리, 런던을 비교해야 한다. 특히 주택 비용 문제를 봐야 한다. 돌아가면 이에 대해 연구를 더 해 볼 생각이다.

▲혼외 출산의 비중 /출처: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 발표자료, OECD 인용
△한국 성 불평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고학력 여성들이 결혼을 적극적으로 거부한 결과라고 보는가.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은 남자보다 더 잘 교육을 받지만, 한국 여성의 노동참여는 자녀를 가지면서 떨어진다. 한국은 이 둘(일과 가정)을 결합하는 게 매우 어려운 것 같다. 더 잘 교육받은 여성들이 자녀를 적게 낳는 것은 옛날이야기다. 유럽의 경우 더 교육을 잘 받은 여성일 경우 일도 더 많이 하고, 애들도 더 많이 낳는다. 상관관계가 한국과 다르다. 여성은 육아의 기회와 돌아가서 일할 기회를 동시에 보장받아야 한다. 저도 세 명의 아이가 있는데 아이는 정말 정말 부담(burden)이다. 아이의 부담을 반반씩 나누지 않으면, 여성들은 결혼을 ‘나쁜 거래(Bad Deal)’라 할 것이다. 이는 사회규범에 대한 것인 만큼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농담 반으로 이게 바로 유럽에 왕족이 있는 이유라고 이야기하는데, 다자녀가 정상이라는 시그널(신호)을 보낸다. 또 종종 영국의 셀럽인 데이비드 베컴을 언급하는데, 그는 항상 네 명의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언론에 노출된다. 한국에는 미디어에서 이런 모습을 잘 볼 수 없는 것 같다.

△공공 육아 비용(지출)이 독일, 일본보다 높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책을 어떻게 전환하는 것이 좋을까.

-돈을 더 많이 주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한국은 자녀를 보육 시설에 보내는 비중이 다른 국가들과 유사하다. 그런데도 여성들은 일을 그만두는 것은, 보육시설 외의 양육 시간이 엄마들에게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 근로시간은 매우 길다. 보육시설은 오후 4시에 마치는데 일은 5시 이후 끝난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엄마들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제 시간에 픽업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한국 정부는 보육 시설을 더 많이 짓는 것보다는 파트타임으로 일할 기회를 늘리는 게 낫다. 공공 보육도 충분해야 하지만, 이를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여성들이 노동 시장에서 탈락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0~5세 영유아 돌봄서비스 등록 비율
△일본도 여성 교육수준이 높고, 가사노동 부담률 여성에게 치우쳐 있지만, 출산율이 우리보다 50%(0.4명) 정도 높은데.

-일본의 출산율은 회복되진 않았지만, 1990년대 급격한 하락 후 1.2~1.3 수준에서 안정화됐다. 그러나 한국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 차이는 일본의 보육 문제에서 찾을 순 없다. 분명히 일본의 젠더 균형이 한국보다 사정이 더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이 한국보다 남자들이 집안일을 더 안 하는 유일한 나라다. 이는 일본의 주택비용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 초 일본은 매우 높은 수준의 주택가격이 빠르게 하락했고, 이후 출산율도 이 수준에서 안정화됐다. 또 도쿄는 일본에서 지배적인 도시이지만 한국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만큼은 아니다.

▲여성의 가사노동 분담률
△주택 비용 제공을 대책으로 꼽았다. 하지만 비용을 지급하는 것은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다. 돈 푸는 정책은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하지 않았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현금 보너스를 준 나라들이 효과가 없었단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왜냐면 정부가 거액의 현금을 걸었을 때, 그 직후 1년 정도만 아이를 많이 낳고 바로 다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갔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그런 혜택을 얻기 위해 더 출산율이 올라가는 상황은 없었다. 하지만 주택은 다르다. 침실을 하나 더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이를 두세 명을 더 낳을지 결정하는데 중요한 부분이다. 서울에 세 명 이상의 자녀를 가진 가구는 거의 없다. 워싱턴, 브뤼셀 등 대도시에서도 서너명씩 기른다. 출산율을 전반적으로 올리려면 최소 3명 이상 아이를 가진 일정비율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특히 서울에서 이를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바꿔야 할 것 중 하나다.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지는 토론해볼 수 있다. 셋째 아이를 낳으면 정부가 공공 주택을 주겠다고 담보할 건지, 아니면 대출 탕감을 해줄 건지, 주택을 넓히는 과정에서 그 증가분을 정부가 보장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를 따져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정부가 특정 사람들에게 뭘 준다고 하면 당연히 반발이 일어나겠지만, 이런 재분배 정책은 그 정책의 필요성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면 저성장, 디플레이션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인가. 생산성 향상은 대안이 될 순 없나.

-불행히도 그렇다. 우리는 노동자이고 물건을 생산한다. 생산성 향상은 노동자 부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더 많은 로봇을 만들더라도 그것은 소비를 창출하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로봇을 필요로 하는지 결정할 때 제품에 대한 수요는 기본적으로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그것을 살지로 결정한다. 소비자가 줄면 더 적게 구매할 것이고 더 적게 투자할 것이다. 생산성은 도움은 되겠지만, 소비자를 대체하진 않는다. 소득이 오르면 모든 사람이 더 많은 돈을 쓴다고 할 수 있지만 얼마나 더 많이 쓸지는 알 수 없다. 일본의 과거 30년에서 보듯 소비자가 적으면 전체적인 시장규모는 적어진다. 일본이 많은 산업용 로봇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30년 전 일본에 대한 투자보다 훨씬 적다. 인구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이 행운아였단 것이다. 일본은 아시아의 큰 거인인 중국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내수 시장이 쇠퇴했다. 한국은 내수가 쇠퇴하는 시기에 중국도 함께 그런 과정을 거칠 것이다.

△고령화 문제와 맞물려, 노인의 노동 참여 확대는 대안이 될 수 있나.

-세심한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퇴직 연령이 65살이고, 수명은 85살까지 산다고 하면 퇴직하고 20년이 남는다. 전체 인생의 4분의 1이 남는 셈이다. 조부모 세대만 해도 은퇴 후에 6~7년만 쓰면 됐다. 이걸 해결할 방법은 일할 수 있는 시간과 연령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가 또 생각해봐야 할 것은, 정년을 잘 늘려야 한다는 거다. 고령자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만약에 당신이 65살인데 공사장에서 일할 수 있겠나.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체력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금방 늙고 수명도 짧다. 이들에게 수명을 갉아먹겠지만, 일을 더 하라고 하면 저소득 노동자에서 고소득자에게 부만 더 이전하는 것에 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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