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첫마을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입주한 주민 90%는 하자 보수 문제로 시행·시공사와 갈등을 겪다가 2016년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이 나오기까지는 무려 3년4개월이 걸렸다. 1심에서 입주민들이 승소를 했지만 피해보상액이 적다며 다시 항소를 한 상태로, 양측간 법정공방은 언제끝날지 기약이 없다.
아파트 하자 분쟁을 둘러싼 입주민들과 건설사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입주민들은 건설사들을 ‘배째기’로, 건설사들은 입주민 요구를 ‘떼쓰기’로 일축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법원으로 달려가 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다반사다. 일차적으로 시공 완성도를 높이려는 건설사들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보다 촘촘한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주택업계 안팎의 목소리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하자 민원 많아
양측간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하자분쟁 민원은 줄지 않고 있다. 대다수의 아파트 하자분쟁 민원은 법이 정한 담보책임 기간(입주 후 최대 6년)안에 진행된다. 시행사나 시공사가 하자를 인정하지 않거나 시간만 끌 경우 입주민(예정자 포함)들이 분쟁 조정위원회 도움을 요청한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심위) 민원신청 건수는 2010년 69건에서 시작해 2011년 327건, 2013년 1954건, 2015년 4244건까지 치솟은 뒤 4000건 안팎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6월까지 집계된 것만 2211건이다.
HDC현대산업개발도 2015년 이후 줄곧 상위권이다. 지난해는 172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도 “지난해 경북의 한 단지에서 도배 문제로 여러 주민들이 하자 신청을 했다”면서 “올해는 유의미할 정도(43건)로 민원이 줄었고 앞으로도 줄여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1위는 민원이 122건에 달하는 대림산업으로, 역시 특정 사업장에서 동일한 하자가 발생했다고 회사 측은 해명했다.
하심위에서 하자가 인정되면 건설사는 지자체로부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물론 하심위에 하자 판정 신청을 했다고 모두 하자로 인정되는 건 아니다. 일부는 각하되고 일부는 건설사와의 협의로 민원을 취하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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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하자갈등이 줄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아파트값 상승과 입주민들의 인식차로 꼽는다. 서울의 경우 실거래 매매 중위값이 8억7000만원을 넘을 정도로 집값이 비싸지면서 입주민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단 얘기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는 “ 건설사들의 기술력이 예전보다 상당히 좋아졌지만 주민들의 기대치도 높아진 게 사실”이라면서 “예전엔 아파트를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봤다면 이젠 실수요로 접근하면서 입주민들이 ‘하자’에 반응하는 민감도가 높아져 건설사들과 다툼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기간 단축, 원가 절감 등 건설사들이 비용을 낮추려 하면서 하자가 발생하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갈등을 키운다는 목소리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아파트 한 채를 지어도 수백 개의 공정이 들어가니 애당초 하자가 생기기 않을 수 없는 구조”라면서 “줄어든 건축비에 맞춰 원가를 낮춰야 하고 공사기간을 못 지키면 보상금까지 물어야 하니 막판에 부실시공이 몰리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대형 건설사와 중소·중견사들은 품질관리체계와 하자대응체계 구축이 부실하다”면서 “하자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발생시 이를 해결해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분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