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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규제 목표 2년반 먼저 달성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우리·KB국민·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이 올해 1분기(1~3월) 신규 취급한 가계 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평균 41.2%로 지난해 6월보다 11.2%포인트 급락했다.
DSR은 대출자 소득에서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 비율이 50%에서 40% 대로 내려갔다는 것은 매년 번 돈의 절반가량을 대출금 갚는 데 쓰던 사람(DSR 50%)은 올해부터 은행 이용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원래 금융 당국은 작년 10월 말 1금융권에 DSR 규제를 도입하면서 시중은행의 평균 DSR을 오는 2021년 말까지 40%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 6개월여만에 목표치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이는 금융 당국이 각 은행이 소득 대비 대출 상환액이 70%를 넘는 대출자를 고(高)위험 대출자로 분류해 신규 대출 심사를 깐깐히 하도록 지침을 줘서다.
지방은행과 특수은행의 경우 당초 2021년 말까지 평균 DSR을 80% 이내로 낮출 계획이었으나 이를 2년 반이나 앞두고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가계 대출 관리 목표를 조기 달성했지만, 금융 당국은 대출 규제를 더 죄지는 않기로 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당분간 은행권의 DSR 목표치를 기존 기준대로 놔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둘이다. 우선 최근 가계 부채 증가세가 금융 당국의 예상 이상으로 주춤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가계 부채 증가율(전년 대비 가계 신용 증가율)은 2016년 11.6%에서 현 정부 들어서인 2017년 8.1%, 지난해에는 5.9%로 내려갔다. 은행권 DSR 규제 도입 직후인 올해 1~3월 가계 부채 증가율은 4.9%로 14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 경기 부진이 뚜렷해지며 소득 적은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돈줄이 마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2.7%)와 비슷한 2.6~2.7%로 예상했는데. 이는 한국은행(2.5%)이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2.4%) 등의 전망치와 비교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자영업자 등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을 죄다가 자칫 부작용이나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이달 17일부터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도 DSR 규제를 새로 도입하면서 “대출을 죄겠다는 목적이 아니”라고 연거푸 강조하는 것도 이같이 달라진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도 규제 강화에 부정적인 기류다. 지난달 30일 열린 긴급 당정 협의에는 제3 인터넷 전문은행 불발 사태뿐 아니라 2금융권 DSR 규제 도입도 안건의 하나로 올라갔다. 다만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주요 이슈여서 DSR 등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