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의 사람이야기]일자리 막는 규제 4816개

  • 등록 2019-12-05 오전 5:00:00

    수정 2019-12-05 오전 5:00:00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예뻐”란 이른바 B급 감성 코드와 패러디로 유명세를 얻고 배달에 IT를 접목하며 푸드테크 기업으
로 성장해 유니콘(기업가치 3조, 2018년) 기업으로서 브랜드 가치를 공고히 한 이 회사는 바로 ‘우아한형제들’이다. 이제는 배달에 로봇까지 접목, 지난 10월에는 자율주행 실내 배달 로봇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실내외 배달 인프라를 혁신하고 로봇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규제, 원칙, 자율, 철학

우아한형제들 하면 우리는 ‘4.5일제’, ‘주 35시간 근무제’ 등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의외로 엄정한 규율을 기본으로 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는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의 일부로 이들이 추구하는 일하는 방식을 잘 나타내고 있다. 사무실 곳곳에 붙어있는 이 문구를 통해 ‘원칙 없이 알아서 자유롭게’가 아닌 ‘원칙 안에서의 자율’을 추구하는 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큰 성공의 바탕에는 철학이 있다. 우리 정부엔 이런 철학이 어디에 있는가. 최소한의 규율, 원칙이 바로선 자율이 성공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셀 수 없는 규제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다. 때문에 제2, 제3의 유니콘 기업이 성장하기에는 어려움이 큰 것이 현실이다. 기존의 성공한 기업들마저 미래지향적 혁신과 성장에 걸림돌이 되어 난관에 봉착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러한 생태계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너무도 가혹한 민의의 전당…국회는 ‘규제 생산 공장’

우리나라 국회의 법안 발의 건수는 15대 1951건, 16대 2507건, 17대 7489건, 18대 1만3913건, 19대 1만7752여건, 20대 2만3048건이다. 외국과 비교해도 현저히 많은 숫자이다. 한국은 연평균 1705개 법안이 가결됐지만 미국은 221건, 영국은 36건, 일본은 84건에 불과했다.

규제 법안 발의는 더욱 심각하다. 20대 국회가 발의한 규제 관련 법안은 총 3773건으로 19대(1335건) 대비 183% 급증했다. 법안 가결 건수로 따져보면 규제 법안(2913건)은 전체 법안(5,932건)의 49.1%를 차지했다. 정부와 국회의 규제 법안으로 인한 종착지는 세계 경쟁에서의 도태와 일자리 없애기에 다름 아닌 결과로 귀결된다. 입법 규제가 우리 산업을 질식시키고 있다는 우려와 한탄도 커지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위험하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낡은 규제, 그리고 현실과 동떨어진 채 하루 3개꼴로 발의되고 있는 새로운 규제 법안 또는 기존의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은 경제와 산업의 발목을 옭아매고 있다. 이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내세우며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적 흐름과는 정반대다.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는 것이 ‘주 52시간제’이다. 세계의 흐름이 ‘긱 경제(이코노미)’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플랫폼 노동자 확대는 피할 수 없는 기류이다. 게다가 기업 입장에서는 ‘사람’이라는 자원이자 경쟁력의 활용도가 떨어지니 ‘글로벌 경쟁’ 속에서 ‘도태된 비즈니스 환경’이란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규제 사슬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요 사업의 성장을 저해한다. ‘4차 산업혁명의 원유(原油)’라 불리며 AI의 기반이 될 데이터가 여러 산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규제는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획일적으로 시행되지만 완화는 쉽지 않다.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은 규제 혁신이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그래프=문승용 기자)
규제 혁신, 국민 모두가 관심 가져야

앞으로 양질의 일자리는 4차 산업혁명에서 나올 것이다. 기업은 물론 구직자(근로자)도 세계와 경쟁하게 될 것이며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된다면 일자리도 그만큼 사라진다. 제때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형 일자리 만들기에는 실패할 것이다.

규제가 일자리를 막는 원천다. 4차산업형 일자리로 가기 위한 장벽이며 자충수이다. 규제를 없앤다면 우리는 훨씬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다고는 하지만 고작 4816개 법령이다.

첫째, 법률 리스트럭처(구조 조정)가 필요하다. 국가 전체 차원에서 규제 법률을 현실에 맞게, 그리고 미래지향적으로 시급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모든 법률의 한시적 선셋(Sun-set) 제도라도 시행해야 할 만큼 말로 하는 규제완화가 아닌 법률의 ‘진짜’ 재정비는 필연적이다. 변화는 일단 ‘하자’에서 시작한다. 규제 하나를 없애면 일자리는 몇 개가 생길까.

둘째, 흉내만 내는 정부 노력에 획기적인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국회 설득, 기득권 설득, 그리고 정책을 만드는 숫자만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자문해야 한다. 심지어 규제완화 성과라는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내용조차도 미온적이고 시간은 너무 많이 걸렸다. 새로운 규제도 생겼다. 과연 이것이 샌드박스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문제점은 적게 보고 효과는 크게 보는 것이 첫걸음이다.

셋째, 국민 모두의 관심이 결국 규제를 없앨 수 있다. 누가 일자리를 없애는가.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아이의 일자리를 찾아주는 마음이 모여야 염원으로 이루어진다. 규제의 홍수를 막아내야 내 아이의 일자리라는 돛단배를 삶의 바다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모두가 상상하는 꿈을 실현시키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원칙과 기준은 간단하고 명확하게, 우아한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예를 들면 9시만 아니면 모두 가능하게 하여 상상이 현실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을 보태어 만들어 나가는 것, 평범한 사람들의 플랫폼이 성공할 수 있도록 커다란 원칙 안에서 충분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만큼 절실하게 작은 목소리를 모아 함성으로 내어야 한다. “내 아이의 일자리를 돌려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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