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원칙, 자율, 철학
우아한형제들 하면 우리는 ‘4.5일제’, ‘주 35시간 근무제’ 등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의외로 엄정한 규율을 기본으로 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는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의 일부로 이들이 추구하는 일하는 방식을 잘 나타내고 있다. 사무실 곳곳에 붙어있는 이 문구를 통해 ‘원칙 없이 알아서 자유롭게’가 아닌 ‘원칙 안에서의 자율’을 추구하는 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큰 성공의 바탕에는 철학이 있다. 우리 정부엔 이런 철학이 어디에 있는가. 최소한의 규율, 원칙이 바로선 자율이 성공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셀 수 없는 규제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다. 때문에 제2, 제3의 유니콘 기업이 성장하기에는 어려움이 큰 것이 현실이다. 기존의 성공한 기업들마저 미래지향적 혁신과 성장에 걸림돌이 되어 난관에 봉착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러한 생태계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너무도 가혹한 민의의 전당…국회는 ‘규제 생산 공장’
우리나라 국회의 법안 발의 건수는 15대 1951건, 16대 2507건, 17대 7489건, 18대 1만3913건, 19대 1만7752여건, 20대 2만3048건이다. 외국과 비교해도 현저히 많은 숫자이다. 한국은 연평균 1705개 법안이 가결됐지만 미국은 221건, 영국은 36건, 일본은 84건에 불과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위험하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낡은 규제, 그리고 현실과 동떨어진 채 하루 3개꼴로 발의되고 있는 새로운 규제 법안 또는 기존의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은 경제와 산업의 발목을 옭아매고 있다. 이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내세우며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적 흐름과는 정반대다.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는 것이 ‘주 52시간제’이다. 세계의 흐름이 ‘긱 경제(이코노미)’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플랫폼 노동자 확대는 피할 수 없는 기류이다. 게다가 기업 입장에서는 ‘사람’이라는 자원이자 경쟁력의 활용도가 떨어지니 ‘글로벌 경쟁’ 속에서 ‘도태된 비즈니스 환경’이란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규제 사슬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요 사업의 성장을 저해한다. ‘4차 산업혁명의 원유(原油)’라 불리며 AI의 기반이 될 데이터가 여러 산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규제는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획일적으로 시행되지만 완화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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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양질의 일자리는 4차 산업혁명에서 나올 것이다. 기업은 물론 구직자(근로자)도 세계와 경쟁하게 될 것이며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된다면 일자리도 그만큼 사라진다. 제때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형 일자리 만들기에는 실패할 것이다.
규제가 일자리를 막는 원천다. 4차산업형 일자리로 가기 위한 장벽이며 자충수이다. 규제를 없앤다면 우리는 훨씬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다고는 하지만 고작 4816개 법령이다.
첫째, 법률 리스트럭처(구조 조정)가 필요하다. 국가 전체 차원에서 규제 법률을 현실에 맞게, 그리고 미래지향적으로 시급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모든 법률의 한시적 선셋(Sun-set) 제도라도 시행해야 할 만큼 말로 하는 규제완화가 아닌 법률의 ‘진짜’ 재정비는 필연적이다. 변화는 일단 ‘하자’에서 시작한다. 규제 하나를 없애면 일자리는 몇 개가 생길까.
둘째, 흉내만 내는 정부 노력에 획기적인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국회 설득, 기득권 설득, 그리고 정책을 만드는 숫자만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자문해야 한다. 심지어 규제완화 성과라는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내용조차도 미온적이고 시간은 너무 많이 걸렸다. 새로운 규제도 생겼다. 과연 이것이 샌드박스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문제점은 적게 보고 효과는 크게 보는 것이 첫걸음이다.
셋째, 국민 모두의 관심이 결국 규제를 없앨 수 있다. 누가 일자리를 없애는가.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아이의 일자리를 찾아주는 마음이 모여야 염원으로 이루어진다. 규제의 홍수를 막아내야 내 아이의 일자리라는 돛단배를 삶의 바다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을 보태어 만들어 나가는 것, 평범한 사람들의 플랫폼이 성공할 수 있도록 커다란 원칙 안에서 충분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만큼 절실하게 작은 목소리를 모아 함성으로 내어야 한다. “내 아이의 일자리를 돌려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