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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영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3일 이데일리 전화 인터뷰에서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나올 것”이라며 “이 결정이 향후 가상화폐 과세 논의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수년 전부터 각종 학술대회에서 가상화폐 과세 방안을 발표해온 세법 전문가다.
국세청 “803억 내라” Vs 빗썸 “부당 과세”
앞서 국세청은 작년 1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뒤 작년 11월에 803억원의 소득세를 부과했다. 외국인들이 빗썸을 통해 가상화폐를 거래한 뒤 원화로 출금해 간 금액을 소득(기타소득)으로 보고 원친징수 의무자인 빗썸에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국세청이 외국인 투자자의 가상화폐 거래 이익에 과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세청은 소득세법 119조를 적용해 과세를 했다. 해당 조항에는 과세 대상이 되는 비거주자(외국인)의 국내원천소득이 ‘부동산 외의 국내자산을 양도함으로써 생기는 소득’(12호 마목), ‘국내에 있는 자산과 관련해 받은 경제적 이익으로 인한 소득’(12호 타목)으로 규정돼 있다. 국세청은 작년 6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 결정을 반영해 가상화폐를 무형자산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위원회는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이 아닌 가상통화를 무형자산이나 재고자산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정 연구위원은 “어느 쪽이 승소한다고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국세청이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첫째는 현행 소득세법 과세 체계다. 정 위원은 “우리나라 소득세법은 조항에 구체적으로 열거된 소득에만 과세를 하는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며 “현행 세법에 가상화폐 소득은 명시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열거주의는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금지하고 예외 조항을 나열하는 체제다. 열거주의 방식의 현행 소득세법 조항을 보면, 가상화폐를 소득세법 119조에 규정된 ‘국내자산’으로 볼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
게다가 작년 6월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 결정 이후 현재까지 기획재정부는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명시하는 쪽으로 소득세법을 개정하지 않았다.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모든 조세는 반드시 국민의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의해서만 부과·징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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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해외 사례다. 정 위원은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가상화폐에 과세하고 있기만 우리나라와 과세 체계가 다르다”며 “해외에도 과세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포괄주의는 금지하는 규정을 나열하고 나머지는 원칙적으로 자유화하는 체제다.
정 위원은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하려면, 이제라도 관련 조세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가상화폐 조세심판을 계기로 소득세법의 열거주의 접근 방식을 계속 고수하는 게 맞는지 논의해야 한다”며 “가상화폐 등 경제적 가치를 가진 자산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포괄주의로 가야 한다. 소득세법을 전반적으로 개정하는 조세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