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특의 뉴욕 다이어리)전바에서 만난 몽고기마병

  • 등록 2009-12-17 오전 10:30:00

    수정 2009-12-17 오전 10:30:00

[뉴욕=이데일리 피용익특파원] 얼마 전 주말 맨해튼 소호 거리를 거닐다 우래옥(Wooraeok)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사실 우래옥에 들어간 것은 서울에서 즐겨먹던 평양냉면 생각이 나서였습니다. 그러나 소호 우래옥에는 평양냉면이 없더군요. 그대신 대치동 우래옥에서 볼 수 없는 비빔밥, 찌개 등 각종 한식 메뉴가 가득했습니다.

18달러짜리 육회비빔밥을 주문하자 백인 종업원은 주방에 `유캐비빔바브`라는 어눌한 발음으로 전달했고, 주방에서는 히스패닉 요리사들이 열심히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친 후 팁을 포함해 22달러를 계산하고 나오는 동안 손님이든 종업원이든 한국 사람은 별로 눈에 띄지가 않았습니다.

아직 몇 달 안 되는 뉴욕 생활의 경험으로 보면, 이곳에서 성공했다고 하는 한국 음식점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느낌입니다. 우래옥이나 반(Bann)처럼 미국인들이 즐겨 찾는 식당이 있는 반면, 감미옥이나 강서회관처럼 손님 대부분이 한인들인 식당도 있습니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미국인들이 동질감을 느끼느냐, 이질감을 느끼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주변 미국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인 종업원과 한국인 손님만 가득한 곳에서 식사를 하면 혼자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 식사가 편치 않다고 하더군요.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입니다.

한국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을 수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뉴욕 플러싱에 새로 문을 연 탕(Tang)에서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탕은 뉴저지 감미옥의 최형기 사장이 새로 오픈한 설렁탕 전문점입니다.

탕은 인테리어를 보면 우래옥이나 반에 가까운 퓨전 느낌이 들지만, 종업원들의 개량한복, 무형문화제가 만든 수저, 한국에서 공수해 온 솥을 보면 한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그러나 여전히 손님의 대부분은 한인들이었습니다.

마침 동석한 최 사장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던 도중 요즘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한식 세계화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미국인들은 한국색이 강하면 거부감을 갖는다, 한식을 전공한 요리사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요리사들이 세계 시장에 나와 경험을 쌓고 소통을 해야 한다, 불고기나 김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등의 얘기를 나누던 중 최 사장은 뜬금없이 몽고 기마병을 거론했습니다.

무슨 의미냐고 묻자 최 사장은 "몽고 기마병은 작지만 민첩했기 때문에 유럽까지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지 않느냐"고 말하며 식당 한 켠에 자리잡은 전바(煎bar)를 가리켰습니다.
 
전바에는 몇몇 한인들과 미국인들이 어울려 전과 술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바는 최 사장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한식 세계화 컨셉트입니다. 일본식 스시바를 연상시키는 이곳에서는 요리사들이 철판에서 전을 부치고, 손님들은 갓 부쳐 나온 파전이나 굴전, 고추전, 김치전을 안주 삼아 와인이나 막걸리, 소주, 사케를 마십니다.

최 사장이 몽고 기마병을 언급한 것은 큰 규모가 필요없는 전바를 뉴욕 시내 곳곳에 만들어 미국인들의 생활 속에 한식이 빠르게 스며들도록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전은 명절은 물론 평소에도 즐겨 먹는 한국의 대표 음식입니다. 고기, 생선, 채소 등 거의 모든 식재료가 전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입맛을 가진 세계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불고기나 갈비보다 요리하기도 쉽고, 김치처럼 자극적이지도 않습니다.

막걸리에 거나하게 취할 무렵, 점심을 먹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듯 언젠가 저녁을 먹고 전바에서 막걸리 한 잔을 할 수 있는 뉴욕 생활을 상상해 봤습니다. 최 사장은 몽고 기마병 같은 미소를 지으며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이곳은 열려 있으니까요. 뉴욕이니까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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