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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12개국이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TPP 탈퇴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공식으로 서명했다. TPP가 타결된 지 1년2개월만이다.
TPP는 미국을 비롯해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대거 참여한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참여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전 세계 GDP의 3분의1이 넘고, 무역량도 전 세계의 4분의1에 달한다. 한국도 TPP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을 강조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TPP 참여에 적극적이었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응해 미국 주도의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목적도 있었다. 미국은 의회 승인만을 남겨 놓았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화당 중진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TPP에서 공식으로 탈퇴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의 경제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전략적 위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중대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자유무역 협정으로 관세가 낮아지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게 되고, 결국 미국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TPP에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사인하면서 “미국 근로자를 위해 아주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정치적으로 한참 왼쪽에 있는 민주당의 경선후보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과 입장이 비슷하다. 샌더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 결정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국과 체결한 한미 FTA 역시 재협상이 불가피할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한미FTA를 두고 미국의 일자리를 죽이는 무역협정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과 FTA를 체결하면 수출이 100억달러 이상 늘고 7만개 이상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했지만 모두 거짓이었다”며 “오히려 한미FTA로 10만개 일자리가 사라졌고 대(對)한국 무역적자는 150억달러 이상 늘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에도 “한미FTA 재협상을 추진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방 공무원 고용 동결과 시민단체의 낙태 관련 연방재정 수급을 일부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2건의 행정명령도 함께 사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