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평등"…67년전 법으로 못 박은 중국

[지구촌 육아전쟁 탐방기 중국편]
전족하던 中, 공산당 집권후 양성평등 상전벽해
1950년 제정 혼인법에 '부부는 평등하다' 명시
산아제한 탓 열악한 육아 인프라, 워킹맘 발목잡아
  • 등록 2017-12-15 오전 6:30:00

    수정 2017-12-21 오후 1:45:16

[베이징(중국)=글·사진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가부장 문화로 상징되는 유교의 발상지 중국. 그러나 중국은 동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양성평등이 잘 이뤄진 나라로 꼽힌다. 그 배경에는 공산당 집권 이후 제도적으로 양성평등을 정착시켜온 중국정부의 노력이 있었다. 중국정부는 법으로 양성평등을 선언하고 제도적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지원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장경제 도입 후 되레 양성평등 문화가 뒷걸음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중국 여성들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전족하던 中, 공산당 집권후 양성평등 상전벽해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7’에 따르면 중국(0.674)은 100위로 144위인 한국(0.650)을 크게 앞섰다. 일본은 114위(0.657)다.

지난 2013년엔 중국은 조사대상국 136개국 중 69위를 차지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111위, 일본은 105위였다. 국제경영연구소(IMD)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 대기업 이사회 임원 8.6%가 여성이다. 반면 한국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2.4%에 불과하다.

중국은 근대화가 시작된 20세기 초 지식인들 사이에서 여성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했고, 여성의 참정권 운동이 본격화했다.

특히 중국공산당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제도적으로 양성평등을 보장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정착시키려는 노력을 장기간에 걸쳐 기울였다.

마오쩌둥의 “여성이 하늘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다”란 명언이 탄생한 것도 이 때다. 정부가 앞장서서 제도뿐 아니라 사회문화 자체를 뜯어고쳤다. 마오쩌둥 뿐 아니라 이후 중국 지도자들은 여성이 집안에서 벗어나 일을 하도록 독려했다.

양성평등 문화를 사회와 가정에 뿌리 내리기 위해 법 규정으로 못 박자 여성의 사회 진출은 늘었고, 남성의 육아와 가사 분담도 자연스럽게 사회문화로 자리잡았다.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주의 이념과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경제 회복을 위해 여성의 노동력이 필요했던 현실적 이유가 맞물려 ‘양성평등’이라는 결실을 맺은 것이다.

베이징시 시청구 한 초등학교 교사인 짜오루이 씨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신정은 기
초등학교부터 남녀평등 교과 전반에 걸쳐 교육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와 가정에서 남녀가 평등하다고 배운다.

베이징에서 가장 학구열이 높은 시청(西城)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짜오루이(사진)씨는 교과 과정 전반에 걸쳐 아이들에게 남녀가 평등하다는 사실을 가르친다고 설명한다.

짜오 씨는 “예전에는 ‘노동’이라는 특수 과목에서 남녀평등 문제를 다뤘는데 최근에는 교과 과정에서 ‘사회학’과 ‘국학(어문학, 역사학, 철학)’ 등 수업을 통해 양성평등을 가르치고 있다. 특정 수업에서만 이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남자는 기계를 만들고, 여자는 뜨개질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짝을 지어 남녀가 서로 어려워하는 것을 함께하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짜오 씨는 15년 경력의 선생님이자 만 3살의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짜오씨는 학생들이 부모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그는 “아이를 키울 때 엄마와 아빠가 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 만약 학생이 공구를 쓰는 법이 어렵다고 말하면 집에 가서 아빠에게 배워오라고 얘기한다. 그러면 학부모님도 적극 이를 가르쳐주고, 아이들도 만족해한다. 아이들이 더 많은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생님으로서 제 역할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중국은 결혼하는 부부에게 ‘혼인증(결혼증명서)’을 발급하는데, 이를 발급하는 근거가 되는 법이 혼인법이다. 혼인법은 중국정부가 여성해방과 봉건 유산 철폐를 내걸고 무려 67년전인 1950년에 제정했다.

혼인법은 제 1장 제 2조에서 ‘자유혼인, 일부일처, 양성평등의 혼인제도를 실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제 3장 제13조에서는 ‘가정의 지위에서 부부는 평등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군사훈련에도 여성은 열외가 아니다. 중국에서는 대학생이 되면 보름 정도 군사훈련을 받는다. 훈련 대상을 선별하는 기준에 성별은 포함돼 있지 않다. 여성이라고 해도 남성과 동일하게 훈련을 받는다는 얘기다.

열악한 육아 인프라, 워킹맘 발목잡아

그러나 중국에서도 일하는 엄마의 한계는 분명하다. 중국의 양성평등은 여성의 노동력 확보가 주요 목적이다 보니 여성을 보호하고 발전을 돕는 제도나 문화는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다. 개방경제 이후 중국 내 직장에서도 남녀차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워킹맘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육아문제다. 산아제한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정부는 육아지원에 관심이 없다.

중화전국부녀연합회가 지난해말 10개 성(省)의 21개 도시에 사는 1~16세 아동을 둔 부모 1만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3.3%는 “둘째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베이징을 포함한 도시지역 부모의 70%는 맞벌이를 하는 탓에 엄마의 체력, 가정의 경제상황, 유치원 입학 전 돌볼 사람 유무 등도 둘째 출산에 있어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응답했다.

양성평등 문화가 자리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육아 인프라가 함께 구축되지 않으면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는 대목이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중국의 남녀평등을 설명하는 삽화. 자료=중국인권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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