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이민자 출신 여성이 서울대 총장으로 선출된다면

  • 등록 2023-02-01 오전 7:37:00

    수정 2023-02-01 오전 7:37:00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출생률이 국가적 위기 수준이다. 2017년 첫 30만 명대로 진입하던 신생아 출생이 2022년엔 26만 명 수준으로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인구를 유입하는 새로운 인구정책 수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이민청 설립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민청 설립은 ‘본격적’으로 다양한 인종을 우리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것 외에 전통적으로 누려온 우리 문화와 정체성에 큰 변화를 시사한다.

신년 초, 여러 해외 소식을 접하며 언뜻 이런 생각을 해봤다. “만약 올해 임기가 시작되는 서울대 총장에 아이티 출신의 흑인 여성이 총장으로 선출된다면 대학 구성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머리로는 동의한다 해도 가슴으로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지금 어느 선까지 소수인종에게 개방적일까.

올해 미국 동북부의 대학 명문 아이비리그에서 ‘여성 총장 전성시대’를 맞이한 뉴스가 화제다. 아이비리그 8개 대학 중 6곳이 여성 총장으로 채워진 것이다. 하버드대는 개교 386년 만에 첫 아이티 이민자 출신 52세 흑인 여성이 총장으로 선출됐고, 컬럼비아대는 개교 269년 만에 61세의 이집트 태생 여성 경제학자가 7월부터 총장직에 취임하게 된다.

하버드대 신임 총장 클로딘 게이는 “오늘날 우리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순간에 있다.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가정들이 도전받고 있다”, “하버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던 긴 역사가 있다. 하버드는 세상과 함께 더 많이 참여하면서 대담하고 선구적인 생각들을 끌고 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컬럼비아대의 샤피크 신임 총장은 “다양한 관점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일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포용적이고 열린 리더십을 펼칠 것”임을 밝혔다. 200년 안팎의 역사를 지닌 아이비리그에서 여성 총장이 선출되기 시작한 게 불과 30년 전이고 2016년 미국교육협의회(ACE) 자료에 의하면 미국 대학 전체에서 여성 총장의 비율이 30%대에 이른다. 이는 2021년 우리나라의 여성 총장 비율 6.6%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소수인종 출신이면서 대학 내 소수 성별이라 할 수 있는 여성이 대학 최고경영자의 위치에 오르는 일은 유리천장을 깨부수는 본인의 열정과 노력 못지않게, 개방성(openness), 포용성(inclusion), 형평성(equity) 원리를 통해 ‘다양성의 가치’를 꾸준히 발전시켜 온 미국 사회의 독특한 문화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립대학 교수 성별 다양성 제고를 위한 노력은 2003년 국립대학 양성평등 추진 정책이 시발점이다. 대학 교원에 있어 소수 성별이라 할 수 있는 여성 전임교수 비율은 꾸준히 상승해 서울대의 경우 약 19%에 이르고 여성 교학부총장을 비롯해 핵심 여성 보직 비율도 23%에 달한다. 부족하지만 하나의 정책이 여기까지 결실을 이루기까지 20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이와 함께 몇몇 대학을 중심으로 다양성 제고를 위한 구체적 실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총장 직속 자문기구로 ‘다양성위원회’를 설치 운영 중이고, KAIST는 작년 10월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카이스트 선언문’을 공표했다. 다양성은 ‘성별, 국적,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조건 등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다양성의 가치를 구현함으로써 대학은 교육과 연구의 수월성을 성취하고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며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많은 영역에서 다양성이 포용되는 사회는 열린사고와 창의적 집단역량을 키우고 공동체에 더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다. 성장을 넘어 지속가능 국가로 가는 길은 다양성에 가치를 둔 새로운 인구정책에 있다는 소신이다. 20년 후를 바라보는 안목, 그 첫걸음은 ‘다양성의 실천’을 핵심 가치로 삼는 우리 사회의 변화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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