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아직도 부실한 은퇴준비"…은퇴하지 못하는 은퇴전략가

강창희 트러스톤연금포럼 대표 취임 5년 인터뷰
"노후는 목돈보다 정기 수익 필요…연금 강화해야"
"퇴직연금 시장 해법 있어…이랜드 사례 참조해야"
"자기 자산 스스로 챙겨야…의지 없으면 무용지물"
  • 등록 2019-10-14 오전 5:00:00

    수정 2019-10-14 오전 8:00:19

강창희 트러스톤자사운용 연금포럼 대표가 13일 연금포럼 대표 재직 5년을 맞아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의 은퇴는 시기가 갑작스럽고 준비가 부실하다고 진단했다. 강 대표는 “노후가 불행하지 않으려면 거액이 한번에 필요한 게 아니라 소액으로 꾸준히 적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한번은 퇴직을 앞둔 이들을 대상으로 은퇴 교육을 했더니 참가자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런 내용을 10년 전에 알았어야 하는데 퇴직 직전에 알아 눈물이 난다`고요. 이게 한국 은퇴자의 평균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13일 연금포럼대표 재직 5년을 맞아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퇴직을 앞둔 이에게 은퇴 교육을 하는 게 우리네 현실”이라며 “한국 사회의 은퇴는 시기가 갑작스럽고, 준비가 부실하다”고 진단했다.

강 대표는 국내 1세대 은퇴 준비 전략가다. 미래에셋그룹이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을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지냈다. 그를 초대 소장으로 데려오려고 박현주 회장이 직접 나섰고 미래에셋그룹은 그가 떠날 때 퇴임식을 열어 예우할 정도로 민간 은퇴 준비에 이바지한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4년부터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은퇴자에게 은퇴교육하는 현실”

그가 진단하는 한국인의 은퇴는 갑작스럽고, 준비는 부실하다. 강 대표는 한국인의 은퇴 준비가 “생각할수록 걱정스럽다”고 했다.

“적어도 40대부터 건강과 자산, 위험 관리를 해야 은퇴 준비가 튼실해진다”며 “시간이 밀릴수록 자산을 쌓고 배분하는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은퇴 연구에 매달린 15년 동안 이런 인식을 퍼뜨리려고 애썼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여기서 생긴 부채의식이 70대 노장을 아직도 은퇴하지 못하게 붙들었다. 준비의 첫걸음은 연금 강화다. 강 대표는 “노후가 불행하지 않으려면 거액이 한번에 필요한 게 아니라 소액으로 꾸준히 적립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연금이 튼튼해야 하는데 한국인 은퇴는 주로 예금과 부동산 등에 기대고 있어서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자녀 도움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노인이 1980년만 해도 열에 일곱이었는데 지금은 둘 정도에 그친다”며 “젊은 세대의 의식이나 경제력을 고려하면 더는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힌트를 얻었다.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처럼 모든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나라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커지는 시장에서 길을 찾는 게 쉬운 방법입니다.”

◇“이랜드, DC퇴직연금 관리 모범”

이런 이유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은 `DC형 퇴직연금 관리해주는 기업이 좋은 회사`라는 점을 주요 어젠다로 삼는다. 기업의 동참과 확산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퇴직연금이 흔들리고 이로써 국가와 사회의 부담이 커지는 점을 강 대표는 우려한다.

그는 “퇴직연금 시장은 확정급여(DB)형 규모가 줄고 DC형 비중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가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정보가 부족한 가입자의 퇴직연금 운용은 갈 길을 잃는다”고 경고했다. 이어 “한국 기업은 너무할 정도로 무관심하다”고 했다.

현행 퇴직연금 운용은 사업장(회사)이 맡는 DB형과 가입자(직원)가 맡는 DC형으로 각각 구분한다. 기업은 DC형을 도입하는 게 속 편하다. 운용 책임을 넘기고, 지급 부담을 덜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이런 인식이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운용 관리 측면에서 한국은 외국에 멀리 뒤처진다”며 “일본은 현재 모든 사업장이 직원 대상 운용 교육을 반드시 하게 법으로 강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대표는 “일본의 퇴직연금 사업장이 모여 구성한 연합회를 한국에도 등장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강 대표는 이랜드를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이랜드는 2012년 DC형 퇴직연금을 도입하고 2015년 퇴직연금 전담부서를 꾸렸다. 국내에 이런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를 둔 회사는 이랜드 정도가 꼽힌다.

이랜드는 매해 퇴직연금 사업자를 평가해 운용 기준에 미달하는 곳은 탈락시킨다. 이랜드 직원의 원리금 비보장형 가입 비중은 36%(올 1분기 기준)다. 3년 새 6% 포인트 넘게 증가했고 지난해 전체 DC형의 실적배당형 비중(15.9%)과 비교해 월등하다. 직원이 회사를 믿은 결과로 풀이된다.

강 대표는 “이랜드 사례처럼 경영자 인식이 트이도록 설득해나갈 것”이라며 “큰 회사를 시작으로 사업장 전반에 이런 풍토가 뻗어 나가면 가입자 노후가 든든해질 것”이라며 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사업자와 운용사 각성도 필요하다. 강 대표는 “사업자는 좋은 운용사를 선별해 양질의 상품을 공급하려고 노력하고 가입자 교육이라는 사후 서비스도 신경 써야 한다”며 “일부 사업자가 고객 수익률을 직원 인사고과에 연동시키는 걸로 아는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가입자 스스로 자산 지켜야”

앞선 모든 노력은 가입자의 적극적인 자세가 없으면 모두 무용지물이다. 기업의 퇴직연금은 DB형에서 DC형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강하다. 실제로 DB형은 2016년 67.8%, 2017년 65.8%, 2018년 63.8%로 감소세다. 감소분을 DC형(기업형·개인형 IRP 포함)이 메웠다. 스스로 퇴직연금을 운용해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회사의 지원과 사업자의 변화가 뒷받침하면 가입자가 퇴직연금 운용에 직접 관여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2017년 금융감독원 조사에서도 가입자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은 운용 지시를 하지 않고 있다.

강 대표는 “자기 자산은 자기가 만들고 지켜야 한다”며 “제도와 상품이 아무리 좋더라도 가입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1947년 전북 출생 △서울대 농경제학과(1973년) △한국증권거래소(1973년) △대우증권(1977년) △현대투자신탁운용 사장(1998년) △굿모닝투자신탁운용 사장(2000년) △미래에셋 부회장 겸 은퇴연구소장(2004~2012년)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2014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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