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헤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있다. 교보생명이 전 직원을 상대로 직무급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권 중에서 처음이다.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죄다 호봉제다. 호봉제는 연공서열 중심이다. 연차가 쌓이면 월급도 자동으로 올라간다. 내가 무슨 일은 하건 월급과는 큰 상관이 없다.
우리니라의 연공서열은 그 정도가 심하다. 기업의 30년 일한 직원의 평균 임금은 신입사원의 3.3배(고용노동부 조사, 2015년 기준)의 월급을 받는다. 일본(2.5배), 독일(2.1배), 유럽연합(1.7배)보다 훨씬 높다.
직무급제는 연차에 따른 직급이 아니라 ‘직무’에 따라 임금을 산정하는 제도다. 그 직원이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받는 월급도 달라진다는 뜻이다.
올해부터 교보생명에선 같은 대리 직급이라도 누구는 연간 60만원의 성과급을 받지만, 맡은 업무가 지점장급 직무라고 판단하면 성과급 규모가 264만원으로 껑충 뛴다. 하는 일이 어려우면 그에 맞는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성과급이 깎이는 직원도 나온다. 일단 기본급의 5% 수준만 직무급제를 도입하고, 차차 범위를 넓혀가갈 예정이다.
시간의 질은 다르다
교보생명 노동조합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다. 세부 사항에 이견이 있는데 회사가 동의 없이 강행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성과급이 달라지는 상황을 반기는 노조는 없다. 연대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
그럼에도 회사측은 직무급제를 강행할 분위기다. 교보생명의 한 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작년에 독일의 데카방크라는 은행을 찾아가봤어요. 유럽에서는 이미 직무급제가 완전히 정착돼 있었습니다. 임금의 80%만 기본급으로 받고, 나머지 20%는 개인별 직무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는 문화였어요. 생산성을 높이고 직원들에게 도전적인 목표의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직무급제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직무급제의 취지는 일한 시간뿐 아니라 업무의 난이도를 함께 고려하자는 정신이 깔려 있다. 근로시간에 따른 기계적인 평가와 보상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중심으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생존이라는 화두 앞에 놓인 금융회사들은 저마다 혁신을 꾀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시간을 보냈느냐에 따라 그 결과도 달라질 것이다. 한국 금융업계의 시계는 각자 다르게 흘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