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미식로드] 탱글탱글 제철 멸치 …밥도둑이 따로 없네

  • 등록 2021-03-26 오전 6:00:00

    수정 2021-03-26 오전 6:00:00

남해 시장에서는 손질한 제철 멸치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남 남해로의 봄 여정. 이 여행길에서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맛’이다. 남해의 대표 맛은 역시 ‘멸치’다. 남해 멸치는 지금이 딱 제철이다. 멸치는 따뜻한 물을 따라 회유한다. 남쪽 바다 멀리 내려가 찬 겨울을 보낸 멸치는 봄이면 난류를 타고 남해안에 붙는다. 이즈음 멸치가 맛있는 건 5, 6월 산란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해 지족해협에서 죽방렴으로 잡은 것을 단연 으뜸으로 친다. 죽방렴으로 갓 잡은 탱글탱글한 멸치를 비린 맛 없이 회로 무쳐 내거나, 조려내 쌈을 싸 먹을 수 있는 것은 남해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남해에서는 싱싱한 생멸치를 무치고, 지지고, 구워낸다. 멸치요리 전문 식당에 가면 보통 멸치회·멸치찌개·멸치구이 등이 대표 메뉴다. 그중에서도 하나를 고르라면 멸치쌈밥이다. 겨우내 껄끄러웠던 입맛을 일순 되돌려 놓을 수 있을 푸짐한 별밋거리다. 멸치쌈밥은 매콤하게 지져낸 멸치찌개와 상추쌈이 어우러진다. 야들야들한 상추에 흰쌀밥과 부드러운 멸치살, 그리고 마늘과 막장이 만나 세상 부러울 게 없는 맛의 조합을 이룬다.



멸치쌈밥의 핵심은 얼큰한 멸치찌개다. 무, 보리새우 등을 넣고 우려낸 시원한 육수에 무청 시래기, 고구마 순 등을 깔고 고춧가루와 된장을 풀어 한소끔 끓이다가 어른 손가락만 한 생멸치를 손질해 넣고 여기에 대파 양파 풋마늘 고추 등을 넣어 자글자글 끓이면 맛깔스러운 멸치찌개가 완성된다. 찌개 속의 멸치를 건져 쌈을 싸먹는다. 얼큰한 국물과 시래기, 고구마순은 밥반찬으로 그만이다.

남해 토박이들은 멸치쌈밥집으로 삼동면 파출소 앞 ‘우리식당’을 추천한다. 멸치의 제철은 봄이지만 이 집에서는 생물을 사철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작은 시골마을에 위치한 이 식당을 여행객이라면 빼놓지 않고 들른다. 이 집의 특징 중 하나는 항아리에 담긴 숭늉이다. 입안의 비린 맛을 가시게 하는 용도다. 밑반찬 중에는 죽방멸치도 내놓는데, 조리하지 않고 마른 멸치 상태로 상에 올린다. 죽방멸치의 제맛을 느껴보라는 취지에서다.

우리식당 멸치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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