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외교원장 "美·中 흑백논리 대신 주변국과 연대해야"

'코로나19와 그 이후' 포럼서 미중 갈등 속 韓 외교전략 제시
'60대 110' 논리…전세계가 끼인 국가
'전략적 모호성' 버리고 "원칙 선제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신해야"
"미중 갈등 속 남북 긴장은 안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필수
  • 등록 2020-06-16 오전 6:00:00

    수정 2020-06-16 오전 6:00:00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한국공공정책개발원 주최로 열린 특별 연속기획 ‘코로나19와 그이후’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글로벌 패권의 향방’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특별 연속기획 ‘코로나19와 그이후’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어느때 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작금의 위기 속에서 위기상황의 인식과 그에 따른 대응방안 등을 고민하기 위해 마련됐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최근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미중의 갈등 양상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냉시대의 도래를 언급하기도 한다. 미중 갈등이 격화될수록 그 사이에 끼인 국가인 한국의 고민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미중 갈등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한국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미중 갈등 가속화”…코로나19 촉매제

지난 12일 이데일리와 한국공공정책개발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특별연속기획 코로나19와 그 이후’에서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이에 대해 3가지 해법을 내놓았다. △미중 흑백 논리에 빠지지 말고 △주변국과의 연대하며 △우리의 원칙을 선제적이고 반복적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중 갈등으로 대변되는 세계 질서 재편 움직임은 오래 전부터 이어졌으며, 최근 코로나19가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미국의 가치에 기반한 질서인 민주주의, 자유무역을 포함한 시장자본주의, 팍스아메리카나가 2001년 9·11 테러, 2008년 세계금융위기, 2009년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등장 등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의 무역센터는 미국의 자본주의, 펜타곤은 미국의 군사력을 상징하는 곳이다. 이 두 곳이 모두 테러의 공격을 받았다. 이어 브렉시트와 트럼피즘은 각자도생을 의미하며, 세계화와 상충되는 것들이다.

김 원장은 “선거 민주주의를 선택하는 국가들은 늘어났지만 전세계적으로 스트롱맨이 등장하면서 민주주의는 후퇴했다. 트럼프가 등장한 이후 의회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면서 “또한 자유무역, 자본주의가 인류의 엄청난 번영을 가져왔지만 불평등의 문제를 가져왔고, 중국의 성장으로 팍스아메리카를 위협하는 제2인자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지금은 미국이 중국을 때리면 미국도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을 제압하지 않으면 다시는 중국을 제압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도와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필수…미중 갈등 완충 작용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결국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첫번째로 미중 갈등을 이분법적 논리로 접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진보적인 학자들은 이번에 코로나19로 인해 미중 모두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G2가 없어지고, G0이 됐다고 하는데 일부 인정한다”면서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미중 흑백논리에 빠지면 못 빠져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세계가 우려하고 있는 디커플링 역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인쇼어링을 위해서는 인센티브 등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 회의적으로 본 것이다.

이어 그는 ‘연대’를 제안했다. 그 근거는 ‘60대 110’ 논리다. 여기서 60은 미국의 동맹국이며, 110은 중국을 무역 1위 대상국으로 갖고 있는 국가의 수다. 결국 끼인 국가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김 원장은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끼리 비슷한 입장의 국가들끼리 가치사슬을 만들 수 있다”면서 독일, 프랑스, 호주, 캐나다 등을 대표적인 국가로 지목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선제적이고 반복적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고수해왔던 ‘전략적 모호성’은 잘못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전략적 모호성은 말그래도 드러나지 않게 세심하게 써야 한다”면서 “그런데 우리 정부는 없는 전략을 나중에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포장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도 미국에서는 한다고 했고, 중국에서는 안한다고 했다가 결국 배치했다.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에 문재인 대통령이 발빠르게 응답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늦었다면 중국은 가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 얘기가 나오기 전에 선택을 내린 것이 낫다”면서 “선제적으로 발신해놓고 선택을 해야지 미국과 중국의 압박을 완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했을 때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면서 “우리가 미중 대결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이를 완충시키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긴장, 적대 관계를 가면 안된다. 자칫 미중은 한반도를 놓고 대리전 형태의 끊임없는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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