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島)을 사고 싶다면…'2억'

지난해 경매 나온 무인도 11곳 '역대 최다'
투자 붐 일었지만 거품꺼져 저가매물 '속출'
"규제 까다로워 매입 주의해야"
  • 등록 2013-08-12 오전 7:50:00

    수정 2013-08-12 오전 7:50: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섬을 사놓고 방치하고만 있어 속이 탑니다. 테마파크 개발을 위해 수천억원대 투자협약까지 맺었지만 규제에 묶여 손도 못 대고 있죠.” (황모 H건축 대표)

“2000년대 중반 개발 바람에 이 일대 무인도 땅값이 3.3㎡당 10만원 대를 호가했지만 지금은 2만~3만원으로 뚝 떨어졌죠. 집 한 채 마음대로 지을 수 없는 땅을 누가 사겠어요.” (여수 돌산읍 정병선 청솔공인 대표)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무인도(島)가 법원 경매시장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한때 각종 개발 호재와 땅값 상승 기대감에 ‘묻지마 투자’가 횡행했지만 거품이 꺼지며 저가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

11일 부동산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섬 주인이 빚을 갚지 못해 경매에 부쳐진 무인도는 총 11개에 달했다. 지난 2007년(11건) 이래 최고치다.

무인도 경매 건수는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며 가파르게 증가했다. 첫 집계가 이뤄진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은 32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뒤 토지시장 거품이 꺼지자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년간 47건이 경매시장에 쏟아졌다. 6년 동안 경매에 부쳐진 무인도 수가 앞선 10년보다 1.5배나 많다.

사유지를 포함한 무인도가 전국 1398개 임을 감안하면 민간 거래가 가능한 전체 무인도 100개 중 3.4개가 이 기간 경매에 나왔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무인도를 사들이는 등 2000년대 중반 개발 호재 지역의 무인도 투자가 유행이었다”면서 “현재 경매시장에 등장한 매물들은 당시 은행 대출을 끼고 섬을 샀다가 이자를 갚지 못해 경매 처분된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경매 시장에 나온 섬 일부는 올해 들어서야 겨우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 달 전남 진도 인근 ‘소소당도’(4760㎡)가 감정가 1428만원의 96% 수준인 1379만원에 낙찰됐다. 이 섬은 채무자인 건설업체가 우리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부쳐졌다. 올 들어서도 1월과 5월에 충남 서산과 경기 김포시 일대 무인도 2개가 각각 감정가의 절반 수준인 5598만원과 1억4100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경매에 나오는 무인도는 꾸준히 늘고 있다. 12일에는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리의 ‘목개도’가 대전지방법원에서 경매에 부쳐진다. 3만5995㎡ 면적의 돌섬으로 태안해안국립공원의 절경 중 하나로 꼽힌다. 감정가는 6억1191만원이지만 4회 연거푸 유찰돼 최저입찰가가 3분의 1 수준인 2억988만원까지 떨어졌다.

오는 19일에는 전남 완도군 고금면 고금도에 딸린 무인도 임야(4760㎡)가 광주지방법원 경매에 나온다. 고금도는 과거 이순신 장군이 명량·노량해전을 앞두고 전선을 집결시켜 전투 준비를 했던 곳이다. 진입로가 없는 자연림 맹지여서 감정가가 1065만원에 불과하다.

하유정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무인도는 희귀성이 높지만 행위 규제가 까다로워 쓸 만한 땅은 아주 귀한 편”이라며 “섬을 개발할 생각에 섣불리 매입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토지 시장 침체와 각종 개발 규제로 경매 시장에 나오는 무인도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12일 경매에 부쳐지는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리 ‘목개도’의 모습. (사진제공=법무법인 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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