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6월 위기설’을 언급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진해운 파산 이후 더 큰 위기가 온다”며 ‘6월 위기설’을 언급하자 김 장관은 이같이 답변했다. ‘제2 한진해운 사태’라며 떠돌던 해운발(發) 위기설이 정부 고위 관료 입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국회, 경제부처, 업계, 전문가 얘기를 종합해보면 ‘6월 위기설’에 대한 입장은 제각각이다. 해운산업에만 국한된 미풍이 될지, 한국경제 전반에 미칠 태풍이 될지도 엇갈린다. 6월로 특정한 이유, 위기설 최초 유포자도 불분명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6월 전후로 위기로 볼 수 있는 징후가 있다는 점이다.
‘6월 위기설’ 주요 근거는 세 가지다. 글로벌 해운시장이 10년 만에 재편돼 시장이 술렁이고, 한진해운 파산 ‘불똥’으로 해외 선사에 물류를 뺏기며, 해운업계 ‘치킨게임’으로 출혈경쟁에 내몰릴 것이란 게 위기설의 실체다. 4월 위기설(대우조선해양+환율조작국+한미 FTA) 이후에도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다.
“4월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뒤 부정적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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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가 악화되자 이들 해운사들은 합병을 통해 오는 4월부터 3대 얼라이언스 체제(2M, 오션, THE)로 개편된다.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해운동맹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렸던 현대상선(011200)은 2M 얼라이언스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전략적 협력관계’ 수준의 계약 체결이어서 다른 해외선사보다 결속력이 약하다. 이에 따라 해운시장이 요동칠수록 물류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운 전문가 측에선 감소율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얼라이언스가 4곳에서 3곳으로 줄어들면 물동량도 부산항 기준으로 매주 14항차(선박 14척)씩 당연히 줄어들 것”이라며 “한진해운 물동량까지 사라진데다 매주 이렇게 물동량이 급감하면 6월에 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 선사와 거래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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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한진해운 파산으로 국내외 화주(貨主)들이 외국 선사를 이용하게 되고 우리 수출기업도 장기적으로 비싼 이용료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한진해운 파산은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큰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한국선주협회는 한진해운 청산으로 인한 환적화물 감소, 운임 폭등 등 피해액이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미 일부 화주는 거래 중단을 통보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 지난해 말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 미주영업팀에 ‘앞으로 한국 해운선사와는 거래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지난 15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운송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석 장관도 지난 16일 “월마트가 (국내 업계와의 거래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으나 다행히 수습됐다”고 말했다. 다만 양측의 계약이 현재 최종 타결되지는 않은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수습 과정에서 해외선사 측의 공격적 마케팅이 극심했다. 해외선사 영업사원들이 “월마트도 현대상선과 계약을 끊었으니 우리와 계약하자”며 ‘블랙마케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2~3월은 미국의 대형 화주들이 선사들과 연간 계약을 맺는 시기다. 한진해운이 파산된 상황에서 ‘물량 뺏기’ 경쟁에서 밀릴 경우 우리 업계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M&A, 출혈경쟁..“운항할수록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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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6월 이후부터는 해외 대형 선사들이 M&A(인수·합병)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다. 일본 국적선사 3사는 오는 7월부터 통합법인을 설립한다. 중국 최대 국영선사 코스코는 홍콩계 OOCL과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일본, 중국 선사들이 M&A 이후 공격적인 경영을 할 것으로 보여 우리 국적선사들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본격적으로 ‘미국 우선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미국 리스크’까지 예상된다.
국내 업계도 이런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런 공급과잉, 치킨 게임 상태에선 배를 운항할수록 적자가 날 수 있고 선박을 늘리는 게 해법이 아닐 수 있다”며 “미국, 중국, 일본과 관련해 불확실한 상황이 많다 보니 올해 운임 상황을 전망하는 게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선박 발주, 금융지원 등으로 6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당초 한진해운이 부족했던 자금을 넘어선 액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진해운 파산과 관련해 “감당할 수 없는 재무구조를 가진 경쟁력 없는 선사를 해운산업이니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수부 고위관계자는 “6월 위기설의 명확한 징후나 근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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