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파산, 6월 위기설 나오는 3가지 이유

①해운동맹 10년 만에 재편→물동량 급감
②한진해운 파산 '불똥'→거래 중단
③해운업 불황·치킨게임→적자 불가피
"한진해운 후속대책, 차기정부 1순위 난제"
  • 등록 2017-02-18 오전 7:00:00

    수정 2017-02-18 오전 7:00:00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6월 대위기설’ 말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6월 위기설’을 언급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진해운 파산 이후 더 큰 위기가 온다”며 ‘6월 위기설’을 언급하자 김 장관은 이같이 답변했다. ‘제2 한진해운 사태’라며 떠돌던 해운발(發) 위기설이 정부 고위 관료 입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국회, 경제부처, 업계, 전문가 얘기를 종합해보면 ‘6월 위기설’에 대한 입장은 제각각이다. 해운산업에만 국한된 미풍이 될지, 한국경제 전반에 미칠 태풍이 될지도 엇갈린다. 6월로 특정한 이유, 위기설 최초 유포자도 불분명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6월 전후로 위기로 볼 수 있는 징후가 있다는 점이다.

‘6월 위기설’ 주요 근거는 세 가지다. 글로벌 해운시장이 10년 만에 재편돼 시장이 술렁이고, 한진해운 파산 ‘불똥’으로 해외 선사에 물류를 뺏기며, 해운업계 ‘치킨게임’으로 출혈경쟁에 내몰릴 것이란 게 위기설의 실체다. 4월 위기설(대우조선해양+환율조작국+한미 FTA) 이후에도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다.

“4월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뒤 부정적 여파”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지난해 9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조선·해운사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며 눈물을 흘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참석했다.
우선 1차 리스크는 10년 만에 찾아온 시장 개편이다. 현재 글로벌 해운사들은 이른바 해운동맹(얼라이언스·전략적해운제휴그룹)을 맺어 운항 중이다. 해운동맹이라는 이너서클(inner circle)에 가입했는지 여부는 해운사 실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끼친다. 현재는 주요 해운사들이 4대 얼라이언스(2M, G6, CKYHE, 오션3)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경기가 악화되자 이들 해운사들은 합병을 통해 오는 4월부터 3대 얼라이언스 체제(2M, 오션, THE)로 개편된다.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해운동맹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렸던 현대상선(011200)은 2M 얼라이언스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전략적 협력관계’ 수준의 계약 체결이어서 다른 해외선사보다 결속력이 약하다. 이에 따라 해운시장이 요동칠수록 물류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영석 장관이 “‘6월 대위기설’ 말씀”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 대목이다. 김 장관은 “4월부터 기존에 (글로벌 해운) 4대 얼라이언스가 3대 얼라이언스로 재편돼 항만 이용에 대한 큰 틀이 움직일 전망”이라며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엄기두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얼라이언스 재편에도 물동량이 줄어들거나 국내 선사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항에서 처리한 물동량과 거쳐 간 환적물동량은 전년 대비 각각 0.2%, 2.8% 감소했다.

해운 전문가 측에선 감소율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얼라이언스가 4곳에서 3곳으로 줄어들면 물동량도 부산항 기준으로 매주 14항차(선박 14척)씩 당연히 줄어들 것”이라며 “한진해운 물동량까지 사라진데다 매주 이렇게 물동량이 급감하면 6월에 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 선사와 거래 않겠다”

한진해운 일지.
2차 리스크는 해외선사에 물류 거래처를 뺏길 가능성이다. 세계 7위까지 올랐던 한진해운이 17일 파산 선고를 받으면서 한국 해운업의 신뢰,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주저 앉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인한 불똥이 해운산업까지 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영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한진해운 파산으로 국내외 화주(貨主)들이 외국 선사를 이용하게 되고 우리 수출기업도 장기적으로 비싼 이용료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한진해운 파산은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큰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한국선주협회는 한진해운 청산으로 인한 환적화물 감소, 운임 폭등 등 피해액이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미 일부 화주는 거래 중단을 통보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 지난해 말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 미주영업팀에 ‘앞으로 한국 해운선사와는 거래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지난 15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운송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석 장관도 지난 16일 “월마트가 (국내 업계와의 거래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으나 다행히 수습됐다”고 말했다. 다만 양측의 계약이 현재 최종 타결되지는 않은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수습 과정에서 해외선사 측의 공격적 마케팅이 극심했다. 해외선사 영업사원들이 “월마트도 현대상선과 계약을 끊었으니 우리와 계약하자”며 ‘블랙마케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2~3월은 미국의 대형 화주들이 선사들과 연간 계약을 맺는 시기다. 한진해운이 파산된 상황에서 ‘물량 뺏기’ 경쟁에서 밀릴 경우 우리 업계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M&A, 출혈경쟁..“운항할수록 적자”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한진해운이 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확정한 지난해 8월 31일 서울 여의도 본사 모습.
문제는 이 같은 해운업계 ‘치킨게임’으로 출혈경쟁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6월 위기설’의 세 번째 근거다. 정부도 ‘6월 위기설’이라고 명시적으로 못 박지 않았지만 이런 시장 전망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해수부, 금융위는 지난 16일 한진해운 파산 이후 시장과 관련해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글로벌 해운산업 불황과 대형 선사 주도의 출혈 경쟁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6월 이후부터는 해외 대형 선사들이 M&A(인수·합병)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다. 일본 국적선사 3사는 오는 7월부터 통합법인을 설립한다. 중국 최대 국영선사 코스코는 홍콩계 OOCL과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일본, 중국 선사들이 M&A 이후 공격적인 경영을 할 것으로 보여 우리 국적선사들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본격적으로 ‘미국 우선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미국 리스크’까지 예상된다.

국내 업계도 이런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런 공급과잉, 치킨 게임 상태에선 배를 운항할수록 적자가 날 수 있고 선박을 늘리는 게 해법이 아닐 수 있다”며 “미국, 중국, 일본과 관련해 불확실한 상황이 많다 보니 올해 운임 상황을 전망하는 게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선박 발주, 금융지원 등으로 6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당초 한진해운이 부족했던 자금을 넘어선 액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진해운 파산과 관련해 “감당할 수 없는 재무구조를 가진 경쟁력 없는 선사를 해운산업이니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수부 고위관계자는 “6월 위기설의 명확한 징후나 근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한정 의원은 한진해운 파산과 관련해 “소뿔을 바로 잡으라고 했는데 소를 잡아 먹은 꼴”이라며 “한진해운 사태 후속대책이 차기 정부가 떠안을 첫 번째 난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관련기사 ◀
☞ 정부 "한진해운 파산..6.5조 해운산업 지원"(종합)
☞ '최초 국적 컨테이너 선사' 한진해운 40년 역사 마감
☞ 법원, 한진해운 파산선고...파산관재인에 김진한 변호사
☞ [맥모닝 뉴스] 한정석 판사 '이재용 구속영장' 발부, 한진해운 파산...직원 절반 실직 外
☞ 현대상선, '한진해운 우량자산' 도쿄-카오슝 터미널 확보(상보)
☞ [이기자의 株스토리]글로벌 선사서 동전株로…한진해운 굴곡사
☞ "대기업 물류자회사, 갑질 횡포 심해..제2 한진해운 우려"
☞ 산업은행, 한진해운 선박 10척 매각
☞ '파산 한진해운'…거래소, 23일부터 정리매매 진행
☞ [이데일리N] '한진해운 사태' 해상운송수지 지난해 첫 적자 外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