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실종된 한미연합훈련 '이름찾기'

  • 등록 2021-03-10 오전 6:00:00

    수정 2021-03-10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사 작전명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명칭이 작전의 성격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연합군의 바그다드 공습 작전명인 ‘사막의 폭풍’이 대표적이다. 미군은 당초 이 작전명을 ‘사막의 방패’라고 정했다. 이라크의 공격을 막는 방어적 성격의 작전이라는 의미에서였다. 그러나 공세적 전략으로 바뀌면서 사막의 폭풍으로 이름도 변했다. 사막은 중동을, 폭풍은 미국의 힘을 상징했다. 2003년 3월 21일 밤 미·영 연합군의 바그다드 공습은 작전명 처럼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였다.

훈련도 넓은 의미에서 작전의 일환이다. 그간 한·미가 연합 훈련에 상징적인 이름을 붙여왔던 이유다. 실제로 ‘키리졸브’(Key Resolve) 훈련은 ‘단호한 결단’이라는 의미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의 원활한 전개로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는 뜻이다. ‘자유의 수호자’라는 뜻의 ‘프리덤 가디언’ 훈련도 있었다. ‘독수리 훈련’은 미 제1공수특전단의 별칭 ‘나귀의 새끼’(Foal)와 한국군 제1공수특전여단의 별칭 ‘독수리’(Eagle)의 합성어다. 이들의 연합 특수전 훈련을 계기로 한·미 연합 실기동 훈련의 이름이 됐다.

이같은 훈련이 사라지면서 ‘이름찾기’가 시작됐다. 2019년 전반기 한·미 연합 훈련 명칭은 ‘19-1 동맹 연습’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동맹 19-2’가 현실화되면 북미 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동맹’이란 명칭이 사라진 배경이다. 이후 명칭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명칭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연합지휘소훈련(CCPT)’이 됐다. 이번 한·미 연합 훈련 역시 그냥 ‘2021년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이다.

한미동맹의 결의와 상징성이 실종된 이같은 명칭은 자칫 일상적인 훈련으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 국민의 안보 불안을 증폭 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같은 ‘이름 버리기’의 실익도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북한은 훈련 전면 중단을 요구하면서 ‘핵 강국’을 운운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2014년 독수리훈련(FE)의 일환으로 경북 포항에서 진행된 한·미 해병대의 ‘쌍용훈련’ 당시 모습이다. ‘한 쌍의 용’을 의미하는 이 훈련은 북한과의 전면전을 가정해 한·미 연합 해병대가 북한 해안으로 기습 상륙한 뒤 평양으로 진격하는 내용으로 실시됐다. (사진=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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