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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이같은 정책에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은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정작 임신으로 ‘권고사직’ 등을 경험한 이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저출산 현상 심화로 배우자의 육아휴직 활성화 등 분위기가 일고 있지만, 정작 ‘임신=경력단절’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정책은 보이지 않아서다.
실제 오는 9월 출산을 앞둔 A씨(31)는 임신 7주 만에 서울에 있는 소규모 마케팅 회사에서 사직을 권고받았다. A씨는 임신 판정을 받고 초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사 말에 단축근로를 신청했으나, 회사는 출산 후 육아휴직 사용 유무 등을 꼬치꼬치 캐묻다 끝내 에둘러 사직을 권고했다.
근로기준법 제74조에 따르면 사용자(회사)는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 근로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해야 한다. 이때 사용자는 근로시간 단축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단축근로 허용 대신 임산부 권고사직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한 사업주에 대해 1인당 월 30만원을 지원하며 독려에 나서고 있으나,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지원을 받는 대신 사직을 권고하는 분위기가 여전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규모 사업장에 다니며 9월 출산을 앞둔 B(29)씨도 최근 회사를 그만뒀다. 단축근로를 신청하면 회사에서 사직을 권고한다는 오픈채팅방의 말을 듣고 버텼지만, 회사에서 먼저 잠시 쉬고 오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이처럼 임산부의 경력단절은 자연스레 배우자가 육아휴직을 쓰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B씨는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서 사직을 권고받아 타의로 외벌이 부부가 됐는데, 배우자가 육아휴직을 쓰면 생활 자체가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라며 “임신이 곧 경력단절이라는 악순환을 끊지 않으면 배우자 육아휴직은 복지가 좋은 일부 기업에 다니는 여성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