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재벌 총수는 무조건 죄인 취급해도 되나

무리한 단죄는 역차별…수사심의위 권고 따라야
  • 등록 2020-07-07 오전 5:00:01

    수정 2020-07-07 오전 5:00:01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비상경영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12차례에 걸쳐 국내외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미래 전략을 점검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현장을 방문하는 이 부회장의 속내는 복잡할 것으로 짐작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미·중 무역 갈등,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까지 겹쳐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답답한 심경은 그의 발언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세메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불확실성의 끝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업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사법 리스크로 인해 또다시 정상적인 경영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다는 현실 인식으로 해석된다.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자칫하면 도태된다” “멈추면 미래가 없다” 등의 발언 모두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말부터 시작된 사법 리스크는 이 부회장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이다. 검찰은 19개월에 걸쳐 압수수색만 50여 차례, 관계자 110여 명 소환과 430여 회 조사를 벌였다. 지난달 26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기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잦은 현장 경영을 ‘언론 플레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경영 행보를 부각함으로써 그가 재판을 받게 될 경우 벌어질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여론을 조성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음모론조차 전제하고 있는 ‘팩트’는 삼성이 전례없는 위기 상태에 놓여 있고, 이 부회장의 공백이 삼성은 물론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미 삼성은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다. 애플, TSMC 등 해외 경쟁업체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전략적인 투자와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는 반면, 삼성은 사법 리스크에 손발이 묶여 있다. 만약의 경우 경영 공백이 생긴다면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은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벌 총수라도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에 명시돼 있는 원칙이다. 하지만 불법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단지 재벌 총수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단죄하려 든다면, 이는 법 앞의 평등 원칙에 어긋나는 역차별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국민들은 이 부회장을 무조건 기소하자는 일부 여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고개를 젓고 있다. 수사심의위가 내린 ‘불기소’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제도 자체를 폄하하는 것은 스포츠 경기에서 패배하고선 룰이 잘못됐다고 우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지난 2018년 자체 개혁 방안의 하나로 도입한 제도다.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한다는 취지에서다.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 권고를 존중하고 따른다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높아질 수 있다. 검찰이 목소리 큰 몇몇 여당 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의 눈치를 볼 이유는 전혀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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