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여전히 도심 공원 떠도는 토끼…"유기 막고 보호해야"

서울 도심공원의 토끼들 “자생 아닌 유기”
바깥 생활은 집토끼에 ‘고통’…“길어야 수명 3년”
개·고양이 이어 세번째로 유기 많아…대책 필요
  • 등록 2023-01-23 오전 11:29:00

    수정 2023-01-23 오전 11:29:00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도심 공원에서 사는 토끼들은 행복하게 뛰어노는 게 절대 아니에요. 사람이 유기해서 힘들게 사는 아이들이에요.”

2023년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의 겨울을 도심 공원에서 나는 토끼들이 있다. 이들은 본래부터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산토끼’(야생토끼)가 아닌 인간의 유기로 도심 속에 살게 된 토끼들이다. 이들을 돌보고 구조하는 토끼보호연대의 활동가들은 토끼 유기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공원의 대표적인 사진 명소로 꼽히는 ‘나 홀로 나무’, ‘장미정원’ 등은 토끼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서울 여의도공원, 경기 성남시 분당 중앙공원 등도 도심 속 토끼가 나타나는 장소들이다.

실제로 올림픽공원에는 토끼뿐만이 아니라 길고양이 등도 살고 있어 공원 곳곳에서는 겨울나기 집, 먹이 자리 등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은 모두 한 번쯤 토끼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올림픽공원은 국립체육진흥공단과 송파구청이 관할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시민이 돌봄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공원을 산책하던 A(65)씨는 “지금은 날이 추워서 잘 안 보이는데, 봄·여름이면 항상 토끼를 몇 마리씩 본다. 고양이가 토끼를 공격해 잡아먹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다른 시민 이모(30)씨도 “산책하면서 토끼 1~2마리를 본 적이 있다”며 “갈 곳이 따로 없는 토끼들처럼 보이는데 번식력이 좋다고 해서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시민이 이 공원에서 흔히 보는 토끼들은 야생토끼인 ‘멧토끼(산토끼)’와 달리, 실내에서 기르도록 개량된 유럽산 ‘굴토끼’다. 즉 도심에서 자생해온 게 아니라 인간이 유기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반려동물로 길러지던 굴토끼들은 멧토끼보다 몸집이 작고 약해 야외 생활을 견디지 못하며, 유전적 형질이 아예 달라 서로 교배도 불가능한 별개의 종이다.

실제로 토끼는 개와 고양이를 제외한 기타 축종의 반려동물 중 유기 사례가 가장 많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해마다 유기되는 토끼는 평균 321마리에 달해 햄스터나 기니피그, 고슴도치, 앵무새 등 기타 축종 가운데서 가장 많이 버려졌다. 동물자유연대는 개나 고양이를 제외한 소동물들이 제대로 등록·관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기되는 토끼는 더욱 많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 덤불 등에는 토끼가 자주 출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진=권효중 기자)
이처럼 유기된 토끼들은 바깥에서 힘겨운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김지수 토끼보호연대 활동가는 “유기된 토끼들은 아무리 오래 살아도 최대 3년이 한계”라며 “애초에 밖에서 살 수가 없는데다가 다른 동물들의 공격은 물론, 교통사고 등에도 취약해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고 했다. 참고로 집토끼들은 수명이 10년 내외다.

김 활동가는 “‘생태 학습’이랍시고 토끼장을 만들었다가 감당이 되지 않아 방사하는 지방자치단체나 학교들이 있다”며 “‘롭이어’(귀가 늘어진 품종의 토끼) 품종이 유행하니 토끼에 대해 잘 알아보지 않고 키우다 무책임하게 버리는 분들도 있는데, 개·고양이의 특정 품종이 유행했다가 대거 유기되는 현상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토끼 유기 문제는 계속되고 있지만, 토끼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는 사실상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도 토끼는 ‘기타 축종’으로 분류되는 데에만 그친다. 김 활동가는 “통계 자체를 구축하고 세분화해서 접근해야 동물의 생명권 보호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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