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회계사에 대한 시선, 아직 갈길 멀다"…여성회계사회장 일침

김재신 회장 인터뷰
"공인회계사 10명 중 2명이 여성이지만
승진·일감서 차별 많아"
  • 등록 2020-01-15 오전 5:30:00

    수정 2020-01-15 오전 5:30:00

김재신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삼덕회계법인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두 아이의 엄마는 직업이 `공인회계사`였다. 결산 세무 신고 철마다 상당한 시간을 쏟아부어야 했다. 일과 가족을 양립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처음 입사한 회계법인을 떠나 한 증권사에 몸담을 수밖에 없었다. 증권사도 업무 강도가 만만치 않지만, 그 시절 회계법인과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이후에도 개인 사무소를 개업하거나 ‘로컬’ 회계법인으로 옮기기도 했다. 회계사로서 전문 경력을 쌓기보다는 육아와 가정에 우선을 둔 최선의 선택이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회계사로서 전문 경력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상황임을 알게 됐다.


지난해 7월 제7대 한국여성공인회계사 회장에 오른 김재신(54·사진) 회계사가 털어놓은 자신의 경험담이다. 14일 현재 기준 여성회계사는 4258명이다. 전체 회계사 2만1677명 중 약 20%에 해당한다. 김 회장의 말을 빌리자면 “여성은 소수자 중 가장 다수”다.

문제는 이처럼 많은 여성 회계사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여성 회계사들 경력은 육아와 떼려야 뗄 수가 없다”며 “십수 년이 지났건만 나와 같이 경력 단절을 경험했거나 경험할 여성 회계사들이 적지 않더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육아를 전적으로 책임져줄 조력자 없이 대형 회계법인에서 여성 회계사들이 버티기 어려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라고 했다. 다행히 김 회장은 비영리 법인에서 일어나는 재무활동을 회계 전문가로서 돕는 데 흥미를 찾았다.

거듭 손사래 치다가 여성회계사회 회장직을 수락한 것도 “봉사한다”는 마음이 컸다. 여성회계사회장 임기는 2년이다.

◇여성 회계사들 “승진·일감 차별 여전하다”


여성 회계사들이 부닥치는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회계법인에는 `유리천장`이 공고하다. 유리천장은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직장 내 성 차별이나 인종 차별 등의 이유로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경우를 표현하는 용어다.

여성회계사회가 지난해 8월 말 기준으로 취합한 `빅4` 회계법인 내 여성 파트너(KI CPA 한정) 수는 삼일 22명, 삼정 15명, 한영 5명, 안진 3명 순이었다. 전체 파트너(KI CPA 한정) 수는 2018회계연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일 186명, 삼정 153명, 한영 90명, 안진 99명이니 여성 비중을 어림잡아 보면 적게는 3%, 많게는 11%이다.

피감 기업 내 주요 보직을 꿰찬 남성들도 노골적으로 여성 회계사를 터부시한다. 이런 실태 역시 여성회계사회가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난해 11월12~15일 이메일로 차별을 받고 있는 분야가 있는지 물었더니 여성 회계사 235명이 `승진 및 성과평가 불공정`(28%) `업무기회의 불공정`(27%) `여성을 회피하는 고객의 거부감`(20%) 순으로 답했다.

“회계사 시험 합격자 중 30% 여성, 美·日에 못미쳐”

외부에서 변화의 단초가 제공됐다. `회계개혁 3법`이 통과하고, `주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전체 회계사 처우가 높아졌다. “여성 회계사들도 휴업을 풀거나 비(非)전업에서 전업으로 돌아서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김 회장은 전했다.

여성 회계사들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도 반겼다.

해가 갈수록 신입 여성 회계사 비중이 늘어나는 점도 고무적이다. 김 회장이 시험에 합격했을 당시인 1991년 여성 합격자는 십여 명에 불과했다. 전체 합격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자릿수에 그쳤다. 28년이 흐른 지난해 여성 합격자 비중(30.5%)은 30%를 처음 넘어섰다.

김 회장은 “격세지감이지만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 여전히 못 미친다”고 했다. 변호사(44.7%) 등 국내 다른 전문직과 비교해도 전체 합격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편이다.

김 회장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구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더 멀다”고 강조했다. 이에 여성회계사회 스스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송년회를 자녀 동반 만찬으로 기획한 것이 그 일환이다. 아이를 돌봐야 해 참석하지 못하는 여성 회계사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했다.

한국YWCA연합회 감사를 오래도록 맡아온 김 회장은 사회공헌 사업도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여성회계사회가 앞장섰을 뿐 이런 문화나 분위기가 회계사업계 전체로 퍼져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김재신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삼덕회계법인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김태형 기자)
김재신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회장은….

△1966년 경북 영천 출생 △1989년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 학사 졸업 △1992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수료 △2011년 장로회신학대학원 선교학 석사 △2016년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 △1991년 한국공인회계사 합격 △1991년 영화회계법인 △1993년 교보증권 △1999년 김재신회계·세무 사무소 △2000년 삼화회계법인 △2004년 다산회계법인△2006년~현재 삼덕회계법인 △2019년~현재 제7대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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