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명절이면 갓 결혼한 여성들의 ‘탄식’이 이어진다. 차례 음식 마련 등 익숙하지 않은 명절 노동을 전담하는 것도 이유지만, 영 익숙해지지 않는 시가 관련 호칭도 큰 이유 중 하나다.
여성가족부가 야심차게 불평등한 가족 내 호칭 개선에 나서겠다고 한 후 2년이 다 돼 가지만, 호칭 개선 이야기는 어느샌가 사라지다시피 한 상황이다.
전통적인 호칭을 정부가 나서 바꿀 수 없다는 반대 여론에 호칭 개선 권고는커녕 이제는 여가부마저 호칭 개선 캠페인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고향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음식 장만 등 명절 노동 부담은 꽤 사라졌지만, 비대면으로라도 인사를 나누다 보니 불평등한 호칭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호칭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오히려 꾸지람을 듣거나 가족 내 갈등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정도다.
특히 남편의 남동생을 ‘도련님’, 여동생을 ‘아가씨’로 부르는 불평등한 호칭을 이름에 ‘씨’나 ‘님’을 붙여 바꿔 부르는 것은 가족 내 합의만 있어도 가능한 일이지만, 여성 혼자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바꿔나가는 어렵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여성가족부 등 정부가 지속적인 홍보와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성평등한 명절’을 보내자는 여가부의 캠페인에는 달랑 ‘성평등한 호칭을 쓰자’는 간략한 내용이 포함돼 있을 뿐이다.
그나마 서울시가 명절이면 꾸준히 도련님과 아가씨, 시댁과 외할머니 등 불평등이 포함된 단어를 대체할 ‘성평등 명절 사전’ 등을 내놓고 있는 정도다.
서울에 거주하는 37세 이영은 씨(가명)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라도 하면 어른들에게 정부도 이렇게 권유한다고 얘기라도 꺼내볼 수 있는데 홍보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니 바뀔 수가 있겠느냐”며 “불평등을 당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나몰라라 하고 어른들 눈치만 보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2018년 추석부터 진행되고 있는 성평등 명절사전에 따르면 도련님과 아가씨 호칭은 ‘~씨’로 바꿔 부르고 친가와 외가는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로, 외할머니는 그냥 할머니로 바꿔 부르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