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소설]'답정너' 파월과 채권시장의 갈등…'세대 차이' 때문?

FOMC 후 美 10년물 1.7%→1.6%…증시, 여전한 '횡보'
방만한 연준 응징하는 '채권 자경단' 개입 해석도
기대했던 시장에 파월, 이번주도 또 "인플레, 일시적"
"파월, 히피 세대로 고용 집착…현 세대, 저물가만 봐 와"
구겐하임 CIO "내년 마이너스(-) 금리&q...
  • 등록 2021-03-26 오전 6:03:00

    수정 2021-04-01 오전 1:10:54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시장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간의 물가상승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은 금융시장의 인구구조 변화에 기인했을 수 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간 불협화음의 한 이유가 ‘세대 차이’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입니다.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 현 세대와 70년대 두자릿수 물가 상승을 실제로 겪어본 파월은 각각 현재의 상승률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AFP)
연준 ‘인플레 안 크다’ vs 채권시장 ‘인플레가 이렇게 큰 데…’

금융시장의 화두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입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정례회의가 끝난 다음 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74%까지 치솟았습니다. 25일 오전 3시 30분께 1.62%로 다소 진정된 모습이지만, 이날 3008.33으로 마감한 코스피를 포함한 글로벌 주식시장은 큰 틀에선 제자리걸음 중입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위구르 인권 탄압과 관련해 중국을 제재한다는 보도 등 새로운 악재들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여전히 그동안 증시를 흔들었던 금리 레벨이 아직도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올랐던 건,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연준을 믿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불신의 핵심은 인플레이션입니다. 연준은 ‘여러분이 기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그리 크지 않을 뿐 더러 일시적일 수 있고 우리가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이렇게 인플레이션이 튀어 오르는데 무슨 소리냐. 연준, 너네는 관리에 실패해서 예상보다 빨리 긴축할 것이다’는 식으로 견해가 다른 것입니다.

이러한 불신이 금리 상승으로 나타났습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비례해 그간 금리가 빠르게 올랐던 것은 채권 가격이 내렸단 뜻입니다. 향후 연준이 일을 못해서 긴축, 즉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빨리 오면 지금보다 채권 가격은 더 떨어지게 되므로 지금이라도 빨리 팔아버리려는, 대규모 채권 매도세가 나왔던 것입니다. 연준을 채권 투자자들이 믿었다면 매도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채권 가격 급락과 금리 급등도 없었을 겁니다.

“기대 물가 오르는 게 명목금리보다 더 안 좋아”

일각에선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 돈을 흥청망청 쓰는 방만한 연준을 응징하기 위해 대규모 채권 매도에 가세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코노미스트 에드 야르데니(Ed Yardeni)가 80년대 만든 용어인 ‘채권 자경단’은 고소득 투자자가 자신들의 힘으로 시장에 메시지를 표출하는 집단을 말합니다. 야르데니 리서치의 사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 2월 고객 메모에서 “채권 자경단이 정책 입안자들을 매복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시장의 불신이 좀 이해되는 건 지난주 금리는 좀 진정됐지만 여전히 기대 인플레이션은 내려오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24일 기준 10년물 기대 물가(BEI·breakeven inflation rate)는 2.31%로 여전히 높습니다. 기대 물가가 높은 상태가 유지되면 명목금리 역시 다시 위로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대 물가는 명목 금리에서 실질 금리를 뺀 값입니다.

최서영 삼성선물 연구원은 “기대 물가가 크게 튀지 않는 상황에서는 10년물 국채 금리인 명목 금리도 비교적 쉽게 관리가 된다”며 “그러나 기대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선 실질금리가 완화적이 되고 이는 기대 물가를 더 끌어 올리는 악순환이 나오고, 결과적으로 명목금리도 오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연준이 장기국채나 일드커브컨트롤(YCC·채권수익률곡선 제어)을 못하는 이유도 실질금리 하락 및 기대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첨언했습니다. 정리하면 기대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이 명목 금리 상승보다도 안 좋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가 상승 두자릿수 본 사람과 태어났을 때부터 0%대 사람, 다를 수밖에”

시장은 이번주 3일(22~24일)이나 미국 청문회에 참석한 파월 의장이 뭐라도 얘기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을 겁니다. 지난주 미국채 10년물 금리를 1.7%까지 올리며 일종의 반대 표시를 한 시장입니다. 그러나 파월은 ‘답정너’였습니다. “올해는 기저효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영향은 크지 않고 지속적이지 않을 것입니다(하원 금융위원회 증언, 23일)”, “채권금리의 상승은 질서 있는 흐름이었다. 매우 낮은 수준에서 금리가 상승한 것은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상원 은행위원회 증언, 24일)” 등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왜 인플레에 대한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는 걸까요. △4차산업 전환과 동반된 ‘파괴적 혁신’으로 인한 디플레 압력 △고용시장 양극화로 인한 실업률에 대한 관점 변화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부채 규모 △뉴욕 연준의 UIG 지표에서 나타난 ‘이제 막 상승하는 금융자산 가격 상승’ 등 여러 가지 전문적인 설명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직관적인 해석이 있어 시선을 끕니다. 세대 차이입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파월이나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60년대에 청춘을 보내며 히피 문화 등 사회운동에 흠뻑 빠져 있는 세대로 고용과 사회 안정화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다”며 “70년대 석유 파동 때 물가가 두자릿수로 치솟는 것까지 본 이 사람들이 지금 물가가 뭐 2% 정도 오르는 걸 보고 꿈쩍할 거 같은가”라고 되물었습니다.

이어 “반면 지금 금융시장에 뛰어든 세대는 30대도 있을 텐데, 이들의 기본값은 0%대 저금리다. 이 사람들은 지난해 대비해서 올해 물가와 금리가 거의 2배 가까이 뛰는 것을 생전 처음 봤을 텐데 놀랄 만도 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참고로 파월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견해가 비슷한 시장 참여자도 있습니다. ‘신흥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입니다.

그는 최근 “물가가 팬데믹 저점으로부터는 반등하겠지만, 전반적인 설비 과잉과 높은 실업률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율 상승은 단기적인 현상일 것”이라며 10년물 금리가 내년 1월에 마이너스(-) 0.5%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제롬 파월 의장은 1953년생이고 마이너드 CIO는 1959년생으로 둘 다 50년대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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